유방암 ∙ 경험 공유

#3 항암 중 운동, 파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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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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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주변에서 저를 태릉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고 감기도 몇 년에 한 번 걸릴까 말까 하는 건강한 사람이었어요. 원래 즐겨하던 운동으로는 테니스, 클라이밍, 러닝이 있고요, 가끔 필라테스나 요가 클래스도 등록해서 가기도 했어요. 체력도 좋았고, 뭘 하더라도 좀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성격이었어요. 작년의 건강검진도 가볍게 생각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더 미룰 수가 없어서 얼른 해치워버릴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암 선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조금도 예상을 못했던 내용이라 정말 크게 당황했었고, 아마 모두가 그렇겠지만 그때 그 진료실의 상황이 잊히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저는 수술 전에 6회에 걸친 선항암을 했는데 선항암 직전까지는 테니스를 계속 쳤어요. 테니스는 몇 년간 해오던 운동이고, 당시에 레슨도 받고 있었어서 놓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도 언제쯤 테니스 칠 수 있을까 항상 꿈꿔봅니다. 만나는 교수님에게 항상 물어봐요, 유방외과, 성형외과, 혈액종양내과, 재활의학과에 다 물어본 것 같아요. 언제 다시 테니스 칠 수 있냐고. 올해 가을쯤 재건 수술 마무리 하고 나면 회복하고 내년 여름에는 칠 수 있지 않을까요? 희망이 있다는 건 사람을 설레게 하네요.

그리고 집 근처 헬스장에 가서 개인 PT를 등록했어요. 필라테스를 할까 PT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근육을 조금이라도 키워놓으면 항암을 버티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PT를 택했습니다. 거의 항암 시작하면서 헬스를 시작해서 처음 갈 땐 저의 민머리가 너무 걱정이었는데, 그냥 검은 비니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아무도 저에게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뒤에선 한번 더 쳐다보거나 했을지 몰라도 제가 느낀 불편함은 크게 없었어요. 뭐, 해봤자 ‘혹시 암인가? 아픈 사람도 운동을 하는구나. 나도 본받아야겠다. 열심히 해야지’ 뭐 이런 생각 아니었겠어요? 제가 제 몸 챙기겠다는데 그런 건 더 이상 저에게 문제가 아니게 되더라고요.

보통 주사 맞고 7일 차 정도에 체력이 돌아오기 시작하면 가서 운동하고, 일주일에 2-3번 정도 레슨을 받았고, 그 외의 날에도 헬스장에서 개인운동이나 스트레칭 혹은 걷기라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체력이 8일 차, 10일 차, 12일 차 이렇게 점점 늦게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솔직히 4차 정도 이후가 되어서는 체력이 도저히 따라주질 않았습니다. 5, 6차에는 거의 가지 않았어요. 극한까지 가기 좋아하는 원래의 저라면 아마 힘들어도 갔겠죠? 근데 이제는 무리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몸 상태를 봐가면서 조절했어요. 항암 시에는 절대 절대 무리하지 않아야해요!!

러닝도 1차에는 열심히 했어요. 아직은 체력이 봐줄 만했거든요. 그런데 2차쯤에 걷기만 해도 심박수가 150, 160을 찍는 것을 보고 그만뒀어요. 그리고 그 후로는 솔직히 걷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조금만 경사가 있어도 힘들어서 쉬어가야 했고, 계단도 오르기 힘들고 서있기도 힘들어서 지하철도 탈 수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산책, 걷기로 하루의 몸 움직임을 채워나갔어요.

물론 저도 매일이 활동적이었던 건 아니에요. 마음이 힘들어서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은 적도 있고, 날씨가 너무 춥다는 핑계로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은 적도 많아요. 그런데 밖에 나와보면 또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교수님들 모두 환자에게 운동은 ‘걷기’라고 항상 강조하시더라고요. 요즘 날씨 너무 좋잖아요, 나가서 집 앞 산책 해보는 건 어떨까요?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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