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 경험 공유

#6 난자동결, 파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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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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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안녕하세요. 저는 해외에서 진단을 받고 한국으로 들어와서 치료를 시작했는데요. 본격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면서 암과의 싸움을 잠시 멈추고 다른 부분에 집중해야 했어요. 당장 암을 치료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제가 이 힘든 치료를 끝까지 견뎌내야 할 이유가 될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한 일인 난자 냉동이 필요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젊은 환자이다 보니 의료진 모두가 입을 모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어요.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으면, 당장의 생존 문제 외에도 여러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히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저처럼 앞으로의 삶에 결혼과 출산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사람에게, 항암 치료는 또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가 받게 될 TCHP 항암 요법은 암세포 뿐만 아니라 난소의 기능에도 영향을 주어 치료 후에 가임 능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아예 잃게 될 수도 있다고 해요.

 

저는 사실 3년 전 난자 냉동을 고려한 적이 있어서 그 때 한 번 난소나이를 체크했었어요. 다행히 저의 그 당시의 나이보다 어린 나이가 나왔고, 산부인과에서는 이정도면 굳이 지금 결정을 하지 않고 한 2-3년 후에 해도 늦지 않다면서, 쉽지 않은 프로세스 이기 때문에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하셔서 그냥 진행을 안했었거든요. 이런 식으로 다시 산부인과를 찾게 될 줄은 몰랐어요.

 

사실 저는 결혼도 하고싶고, 아이도 꼭 낳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래도 솔직히 처음에는 마음이 복잡했어요. "당장 내 몸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는데, 최소 2주나 걸리는 난자 냉동을 하는 게 맞을까?" 하는 조급함이 들었거든요. "내가 건강하게 살아남아야 아기도 낳는 건데..." 하는 생각에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동시에, 이 힘든 싸움에서 이겨낸 후의 삶을 상상해 보았을 때, 오늘의 이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어날 것이 거의 분명한 일에 대한 보험이라는 생각으로 난자 냉동을 결정했어요.

 

그렇게 약 2주 동안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저의 배에 직접 주사를 놓았어요. 처음에는 내 살에 내가 직접 바늘을 찌른다는 게 어색하고 무서웠지만, 하루 이틀 지나자 또 금방 익숙해지더라고요. 난포가 잘 자라는지 보기 위해 며칠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를 받았고, 그리고 약 열흘 후, 드디어 난포를 터뜨리는 마지막 주사를 맞고 수면 마취 하에 난자 채취 시술을 받았어요.

 

며칠 뒤 듣게 된 결과는, 채취된 난자의 개수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인 10개 였어요.채취한 난자들이 냉동되었다가 다시 녹이는 과정에서 일부가 손실될 수 있고, 수정과 착상에 성공해 건강한 아기로 태어나기까지는 또 다른 수많은 확률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모든 확률을 고려했을 때 완전히 안전한 숫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번 시도 해 볼 수 있는 숫자인 듯 해요.

 

난자 냉동이 무조건 미래의 행복이나 임신을 보장해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암이라는 거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제가 제 의지로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능성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간단한 시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항암에 비하면 아주 수월한 과정이었고, 암을 이겨낸 후의 평범한 삶을 위해서 한 걸음씩 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암을 진단받고 나면 하루 하루가 급한 마음이 드는데 2주나 되는 시간을 불확실에 소비하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긴 하지만 조기 유방암을 가진 젊은 환자라면 꼭!! 고려해야 할, 그리고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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