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 경험 공유

#2. 최초 진단 후 병원 선택, 어떻게 해야할까요? 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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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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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6년차 호르몬양성 유방암 경험자 타샤에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유방암 진단 후 가장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건 언제일까 떠올려보면, 바로 진단 직후였던 것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암 환자가 된 걸 아직 받아들이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많은 선택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바로 치료 병원을 선택이었어요.

 

실제로 주위에서 암 진단을 받은 분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바로 “어떤 병원에 가야하나요?”였거든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비슷한 마음일 거 같아요. 살면서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는 문제인데, 충분히 알아볼 시간도, 정보도 없으니까요. 마음은 급한데 당장 병원 예약은 잡아야하고.

진단 직후 병원 선택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제가 경험하고 느낀 부분을 공유 드리려구요. 급하고 정신이 없으시겠지만, 참고하셔서 잘 선택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보통 치료 병원을 고민할 때 저도 그랬지만, 먼저 메이저 병원을 생각하게 되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 병원, 서울성모병원, 신촌세브란스 병원 등등. 대형 병원인 만큼 장점이 너무나도 명확하니까요. 유명한 의료진이 있고, 최신 검사 및 치료 장비도 갖추고 있어요. 기존에 치료한 환자수가 많은 만큼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임상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요. 나와 비슷한 경우 혹은 희귀한 경우에도 기존 임상 기록은 큰 도움이 되니까요.

 

다양한 진료과(성형외과, 심장혈관, 신경정신과, 수면센터,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등)를 갖추고 있어 치료 방향에 대해 다학제 진료(복수 과에서 상태를 함께 검토함)가 가능하고, 치료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협진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어요. 연구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임상 실험 참여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아요.

 

다만 이런 장점들이 많다보니, 대형병원에서 치료 받고 싶은 환자는 늘 많아요. 그렇다보니 진료 예약을 하려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해도. 이미 내 몸에 암이 있다는 걸 아는데, 하루하루 불안하고, 두려운 상태로 오래 기다리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에요.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어떻게 되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암의 성질에 따라 아닐 수도 있고, 일단 마음을 다스리는 게 쉽지 않거든요.

 

진료 뿐 아니라 검사도 마찬가지에요. 혈액 검사, 초음파, 엑스레이, MRI, 본스캔, CT 검사 등 많은 검사가 필요한데, 대기가 많다보니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아요. 하루에 원스톱으로 검사를 해주면 좋지만, 검사마다 가능한 시간대가 다르다보니 며칠에 걸쳐 나누어서 검사를 받아야 해요. 대형병원은 장점도 많지만, 그에 비해 감수해야할 부분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유방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환자수가 많아 치료법이 표준화되어 있어요. 상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도 많은 편이구요. 표준 치료로 불리는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기본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가 추가되기도 하구요. 규모가 작은 병원이라도 치료법이 확연히 다르지 않다는 뜻이기도 해요.

 

병원 선택시 추가로 중요하게 고려할 부분은 바로 통원의 용이성이에요. 감기나 일반적으로 아픈 건 한 두 번 병원에 가면 되지만, 암 치료는 그와 다르니까요. 치료 기간은 짧아도 몇 달,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 있어요. 수술, 항암, 방사선 등 치료 일정 외에도, 진료나 검사도 받아야하고, 부작용이 심한 경우 추가로 진료를 보거나, 응급실에 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요.

 

표준 치료를 받는 1년 동안 병원에 간 횟수를 확인해보니 50번이 넘더라구요. 거의 매주 병원에 간 셈이죠. 지금도 항호르몬 치료와 정기 검사를 위해 매달 한두 번 병원에 간답니다. 치료 병원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를 만큼 익숙해진 이유기도 해요. 만일 병원이 너무 멀거나 교통편이 좋지 않았다면 체력적으로, 시간적으로, 비용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을 거 같아요.

저보다 1년 먼저 유방암 진단을 받으신 시어머님도 서울 대형 병원을 고려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선택하셨어요. 전절제 수술, 8차 항암, 방사선도 20회 넘게 하셨는데, 대구에서 서울을 오가며 치료를 받으셨다면 많이 힘드셨을 거 같아요.

 

그 외에 병원의 인지도 뿐 아니라 유방암 명의나 해당 병원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님을 찾기도 해요. 다만 마찬가지 이유로, 진료를 원하는 환자가 많아서 대기 기간이 길수 밖에 없어요.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가 몰리니 스케줄이 차 있고, 따뜻한 위로와 친절함까지 기대하기에는 너무 바쁘신 경우가 많아요. 그런 이유로 가뜩이나 움츠러든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구요.

 

수술 횟수가 많거나 인지도가 높은 의료진이라면 객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건 맞아요. 다만 실제로 환자가 되니 치료는 진료나 수술에만 국한되지는 않더라구요. 말투나 눈빛, 태도처럼 대면했을 때의 느낌도 중요했어요. 일단 치료를 받는 환자가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힘든 과정을 참고 견딜 수 있으니까요.

 

병원의 규모와 의료진의 인지도, 통원의 용이성 외에, 참고하면 좋을 부분이 몇 가지 있어요. 불안한 마음에 보통 여러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게 되죠. 첫 진료시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제출하구요. 진단 병원에서 여러 개의 슬라이드를 복제해줄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한 개 밖에 없다면 그 슬라이드를 돌려받아야 다음 병원에 제출할 수 있어요.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슬라이드를 돌려받는데 일주일 이상 소요되기도 해요. 슬라이드가 없이 진료가 가능은 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요.

 

마찬가지로 진단 후에 전이 여부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검사가 필요해요. 타 병원의 검사 결과를 받아주는 경우도 있지만, 아니라면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해요. 조영제나 방사성 의약품을 혈관에 넣어야하는 검사를 여러 번 받는 건 힘든 일이죠. 또 검사 종류와 검사 간격에 따라 여러번 검사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커지기도 해요.

 


여러 가지를 말씀드렸는데, 만일 친한 지인이 저에게 어느 병원을 선택해야하는지 묻는다면 이렇게 이야기해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병원을 자주 가야할 수 있으니까, 통원이 가능한 병원 위주로 몇 군데를 추려보렴. 메이져 병원과 인근 병원으로. 가능한 빠른 진료일을 확인해보고. 그 중에서 병원 인지도, 의료진 후기(다른 환우들), 통원 용이성을 고려해서 가장 마음이 가는 병원을 첫 예약으로 잡는게 좋을 것 같아. 생각보다 초진시 등록 서류, 검사 항목이 많거든. 짧게는 몇 달이지만, 길게는 10년까지도 치료를 해야 해. 주치의와 오랜 시간 인연을 맺는 거지. 오랜 시간 믿고, 힘들어도 함께할 수 있을지도 꼭 생각해보렴.”

 

치료 병원 선택에 있어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각자의 상황과 성향이 다르기도 하고, 모든 선택은 환자와 보호자의 몫이니까요. 다만 치료 과정에서 우리는 항상 신중하게 고민하고, 좋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니까, 일단 마음을 정했다면 의료진을 믿고 쭉 치료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모쪼록 잘 맞는 병원을 선택하셔서 치료받으시기를 바라요.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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