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투양성 유방암(3C) 환우 세이디입니다.
2024년 7월 암 진단을 받고 선 항암 6회, 전절제술, 방사선 25회를 마치고 현재 후 항암 중인데요, 이번에는 암밍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암 진단을 받고 나면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자녀가 있다면 자녀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직장인이라면 병가를 내거나 일을 쉬어야 할 수도 있는데, 회사에 어떻게 설명할지, 직장 동료들에게 어디까지 알려야 할지도 고민이 됩니다. 친한 친구들을 포함해 주변 지인들에게 알리는 문제도요.
이 문제엔 정답이 없습니다. 개인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선택은 달라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 중 암밍아웃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제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알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지방에 거주하던 저는 서울 병원까지 왕복 7시간 거리의 통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경기도로 이사를 결정하고 직장도 그만두었습니다.
유방암 초기도 아니고 병기도 높았기에 치료 기간이 길고, 재발·전이의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았거든요. 앞으로 병원을 자주 다녀야 할 상황이었고, 자녀가 없는 저는 비교적 결정이 수월했던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고도 없는 곳에서 혼자 투병하게 된다는 사실은 막막했습니다.
평소에도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편이 아니어서 고립감은 어느 정도 예측했지만, 암 투병은 장기전이고 무엇보다 심리적 지지가 절실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가까운 가족, 직장 동료, 친구들에게 먼저 제 상황을 알렸습니다.
처음은 어렵지만, 막상 마음을 먹고 말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내 소식을 듣고 나보다 더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친구들을 보며, 정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내가 그래도 지금까지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할까요? 정말 많은 위로와 격려의 전화, 문자, 선물을 받았고 직장을 그만두던 날 동료들은 감사의 편지와 큰 꽃다발, 케이크를 준비해서 서프라이즈 파티를 열어주었습니다. 마음이 감동된 저는 동료들과 한참을 울었죠.
암이 내 몸에 있다는 사실도, 곧 시작될 항암치료도 무섭고, 앞으로의 여정들이 막막하고 두렵기만 한 저에게 “나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정말 큰 정신적 감정적 지지가 되어 주었습니다. 나를 걱정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서라도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치료해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되었죠.
항암 부작용은 정말 힘들었지만, 속이 울렁거릴 때 키위주스를 보내주는 친구, 항암 모자를 선물해 주는 친구, 나를 생각해 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 힘든 시간들을 잘 견딜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도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는데요,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지내니,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이 다가와 자신의 이야기와 응원의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사람마다 경험은 다르겠지만, 저는 암밍아웃을 통해 참 따뜻한 일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로 인해 제 마음은 감사로 가득 차게 되었고,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암 투병을 하는 우리는 가족과 지인들의 이해와 응원, 지지가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잘 받는 법을 알아야 잘 줄 수도 있다” 이게 저의 신념 중 하나인데요, 나를 걱정할까 봐, 혹시 민폐가 될까 봐, 미안한 마음에 알리지 않고, 도움도 받지 않으려 한다면 결국 타인에게 잘 주는 법도 배우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게 잘 받고,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을 나누려는 기회를 찾는다면 분명 힘든 투병생활에도 온기가 돌고 활기가 생길 거라 믿습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