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투양성 유방암(3C) 환우 세이디입니다.
2024년 7월 암 진단을 받고 선 항암 6회, 전절제술, 방사선 25회를 마치고 현재 후 항암 중인데요, 암 환자로서 많은 가족과 지인들의 위로를 받으며 어떤 말이 위로가 되었고, 어떤 말이 오히려 힘들었는지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 역시 암 진단을 받기 전에는 암에 걸린 지인의 소식을 듣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는 것이 참 조심스럽고 어려웠어요. 마음은 아프고 안타까웠지만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습니다.
그 입장을 잘 알기에 제 주변 지인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죠.
암 진단 이후 다양한 반응의 사람들을 만났어요. 소식을 들었지만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조심스러운 마음에 이제야 연락을 했다는 사람. 반면에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간 사람. 나보다 더 슬퍼하며 눈물을 보인 사람. 암 진단에 대해 자신이 궁금한 것만 쏟아내듯 묻고 전화를 끊은 사람 등 정말 다양했죠.
좋은 말도 여러 번 반복되면 피곤해집니다. 암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전조 증상은 있었는지, 정기 검진은 했는지 등 같은 질문이 반복되니 앵무새처럼 같은 대답을 하는 것도 지치더라고요. 물론 상대방은 관심의 표현으로, 또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질문을 했지만요.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가장 위로가 되었던 말은, 제가 평소 어떤 사람이었는지 상기시켜 주는 말, 인생에서 큰 어려움을 만났지만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을 주는 말이었어요.
사실 어떤 말을 준비하는 것보다 어떤 마음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포장보다 내용물이 더 중요한 것처럼요.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태도, 눈빛, 목소리와 같은 비언어적 표현에서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암 환자의 지인이라면 이 점을 기억해 주세요. 그는 암 환자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친구이며, 고유한 삶을 살아온 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떠올리고 진심을 담아 다가간다면 어떤 말이든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랑의 마음은 분명 따뜻한 위로로 닿을 테니까요.
반면에 위로의 말 같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던 말도 있었어요.
"유방암은 흔한 암이잖아. 치료도 잘 되고 항암제도 많고 의료 기술도 좋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별거 아니야" 같은 말입니다.
의도는 알지만, 이런 말은 오히려 내 상황을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초기 암이라도, 의료 기술이 발달했더라도 암 진단을 받은 당사자에게는 그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앞으로의 치료 과정들이 두렵기만 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내 감정이 아무렇지 않아야 할 것만 같고, 내가 지나치게 유난스러운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요. 따라서 그보다는 유사한 상황에서 잘 극복한 사례를 조심스레 전해주거나, "너라면 잘 해낼 거야. 넌 그런 사람이니까" 하는 말이 훨씬 더 힘이 되었어요.
삶에 정답이 없듯, 암 환자를 위로하는 방법 역시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암 환우가 잘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말. 존재 자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말.
어떤 도움이라도 기꺼이 필요한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 저에게 위로가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작은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항암 중엔 입맛이 없고 속이 안 좋아 먹는 것이 힘들어요. 이럴 때 배, 수박, 키위처럼 상큼하고 시원한 물기가 많은 과일은 큰 도움이 되지요.
먹지 못해 힘들어할 때 과일을 선물로 보내주신다면 힘든 항암을 이겨낼 힘을 얻습니다.
투병 중인 당사자도 힘들지만, 그 옆에서 큰 힘이 되어 주시는 가족과 지인 들게 감사드려요.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