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재발에 대한 걱정
안녕하세요. 저는 삼중양성 유방암 2기로 진단받고 선행 항암치료와 전절제 수술을 마친 뒤, 현재 호르몬 및 표적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유방암 환우입니다.
유방암 환우라면 누구나 재발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을 받는 다른 암들과는 다르게 유방암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재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니, 그만큼 우리에겐 평생 안고 가야 할 어렵고 무서운 주제인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치료 다 끝났으니 이제 괜찮지?"라고 쉽게 묻지만, 사실 우리들의 진짜 싸움은 그 질문 뒤에서 조용히 시작되는 것 같아요.
이 두려움은 평소에는 잘 잊고 살다가도, 예고 없이 불쑥 찾아와 제 마음을 할퀴고 갑니다. 한번은 전절제한 가슴 피부가 살짝 붉게 부어 있었는데, 처음엔 벌레 물린 자국이겠거니 하고 넘겼어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도 그대로이더라고요. 순간 피부전이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왔고, 미친 듯이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항히스타민 연고를 바르고 금방 나아지긴 했지만, 그 몇 시간 동안 제 생각의 꼬리는 끝도 없이 어두운 곳을 향해 달려 나갔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다리가 조금 심하게 아파오는 날이면 뼈 전이가 걱정될 테고, 피곤해서 생긴 가벼운 두통에도 덜컥 겁이 날 테고, 감기에 걸려 기침이 심해지면 폐 사진을 찍어봐야 하나 무서워하겠죠. 예전처럼 제 몸을 온전히 신뢰하기가 어려워진 거죠. 아무리 재발 확률이 낮다고 해도, 그 확률이 0%가 아닌 이상 이 불안감은 끝까지 저를 괴롭힐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무서워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결국에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형체가 없는 두려움이니까요. 재발과 전이는 신의 영역이라고들 해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매일을 후회 없이 즐겁게 사는 것. 그리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사는 것. 매일 아침 호르몬 치료제를 잊지 않고 삼키는 것, 꾸준히 걸으며 체력을 기르는 것, 흙을 만지고 그림을 그리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 이런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행동들이야말로, 제가 형체 없는 두려움에 맞서 쌓아 올리는 단단한 방패가 되어줍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혹시라도 나쁜 소식을 다시 듣게 되더라도, '괜찮아, 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한 번 해봤으니까, 혹시 그런 날이 오더라도 그땐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어쩌면,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으니 더욱더 매일을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거겠죠.
이 두려움이라는 그림자는 제게서 평온한 일상을 앗아갔지만, 동시에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언제든 끝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하루를 더 충실하게, 더 사랑하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사소한 통증에 불안해하는 대신, 건강하게 숨 쉬고 움직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려고 노력해요.
이 불확실함 속에서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건, 하루하루를 대하는 저의 삶의 태도와,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게 하는 운동과 습관뿐인 것 같아요. 그 불확실함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지배당하지 않는 법,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하면서 순간순간 밀려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 그것이 암 생존자로서 제가 찾아낸 삶의 방식입니다.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