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 경험 공유

#11. 암 환자라서 감사한것들, 세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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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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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투양성 유방암(3C) 환우 세이디입니다. 

2024년 7월 암 진단을 받고 선 항암 6회, 전절제술, 방사선 25회를 마치고 현재 후 항암 중인데요, 이번에는 암 진단 이후에도 여전히 감사할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바꿀수는 없지만, 달라진 내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카메라의 반셔터처럼, 내가 맞추는 피사체에 따라 초점이

달라지듯 어디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 삶의 풍경도 달라집니다. 암 투병이 힘들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 힘든 부분들은 상대적으로 흐려지더라고요.

 

암 투병을 하며 생긴 큰 변화중 하나는 이전에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거예요. 그런 만큼 소소한 것에 감사도 많이 느끼게 되었지요.

이를테면 아프지 않고 하루를 살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속이 울렁거리지 않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 되었어요.

 

선항암때 TCHP 항암을 하고 오면 다리 부종이 심했어요. 발목과 무릎을 구부리는 것도 통증이

심해 발을 땅에 디디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지요. 절뚝거리며 며칠을 지내다 이제 좀 걸을만하다 싶어 잠깐 집 앞 슈퍼에 물건을 사러 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야 했어요.

다리는 퍽퍽하고 마음처럼 빨리 걸어지지 않아 다 건너기도 전에 신호등 불이 빨간색으로 바뀌

는데... 순간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이렇게나 긴장되고 어려운 일이였나? 싶었어요.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죠. 그때서야 비로소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 연로하신 어르신 분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그런 분들을 보면 더 많이 배려해 드리고 기다려 드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치료가 끝나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횡단보도를 건넜을 때, 그 단순한 행동이

얼마나 감사한 일 이였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항암으로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을 때는 충격이 컸지만, 곧 적응이 되더군요.

한 여름에 항암을 시작했는데, 머리가 없어서 시원했던 것, 머리를 감지 않아도 되어 편했던 것도

감사하고, 항암이 끝나고 새로운 머리카락이 올라올 때는 얼마나 귀엽고 소중해 보였는지 몰라요. 머리를 감을 때 거품이 나는 것, 드라이어로 말릴 수 있는 머리카락이 있다는 것도 하나의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투병을 하며 가장 크게 얻은 선물은 가족과의 관계가 더 끈끈해졌다는 것입니다.

평소 표현이 없던 남동생의 걱정 어린 마음도 느낄 수 있었고,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와 대화의

시간이 더없이 소중했어요.

내 가족들이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무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할 일 이였구나... 하는 것도 느꼈지요. 지금은 더 많이 표현하고 감사하고 지낸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구가 있어요.

“인생은 카드 게임에서 좋은 패를 쥐는 것이 아니라 안 좋은 패로 잘 풀어 나가는 것과 같다”

살면서 나에게 좋은 패만 들어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죠.

“암 투병” “질병” 이라는 패가 내 인생에 들어왔지만, 이것으로 잘 풀어 나갈 수 있다면

이 패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암 투병을 하며 이렇게 글을 쓸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합니다.

예전에는 다이어리에 혼자 글을 적었지만, 지금은 경험을 나누고 환우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네요. 이 또한 암이 내게 준 뜻밖의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제가 받은 카드 속에서 새로운 감사의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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