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투양성 유방암(3C) 환우 세이디 입니다.
2024년 7월 암 진단을 받은 후 선 항암 6회, 전절제술, 방사선25회를 마치고 후항암중인데요,
이번엔 암 환자의 대상포진과 대처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항암 전 필수 준비사항 중에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있었어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암 진단 후 항암을 시작하기까지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남짓이었고, 그 짧은 기간 안에 대상포진 예방접종까지 하기에는 무리였기에 바로 항암을 시작했습니다.
암 환자들이 항암 전에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는 이유는 항암을 시작하게 되면 면역이 떨어져서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에요. 항암 도중에 대상포진에 걸리게 되면 회복도 더 힘들고 증상이 심해질 수도 있으며, 항암 중에는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항암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하는 것이죠.
다행히 저는 선 항암을 하고 수술을 하고 방사선치료를 하는 동안은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았는데요, 방사선 치료가 끝나는 날 저녁부터 대상포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날 아침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매일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해방감이 느껴졌죠. 그렇게 기분 좋게 집으로 와서 저녁에 방사선 치료 부위에 연고를 바르려고 옷을 벗었는데, 등 쪽에 뭔가 오돌토돌한 것이 만져졌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정도의 크기와 범위였으나, 문득 제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혹시 대상포진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어요. 방사선 치료를 하는 동안 면역이 많이 떨어졌고, 몸도 많이 피곤했거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날 바로 동네에 있는 피부과에 내원 했습니다.
피부과에서 대상포진 진단을 받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요.
왕복3시간 이상을 매일 병원에 다니며 방사선 치료를 이제 겨우 끝냈는데, 바통터치라도 하듯 바로 이어서 대상포진에 걸려 이번엔 대상포진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힌 기분이 들었어요. 주변에서 대상포진에 대해 너무나 무섭게 이야기해서 저도 걱정이 정말 많이 되었습니다. 수포가 왼쪽 등에서부터 시작해 그 다음날은 옆구리, 그 다음날은 왼쪽 가슴까지 띠를 이루며 생겼지요. 수포 발견 후 바로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연고도 발랐지만, 3일 정도는 점점 수포가 커지고 퍼지고 심해졌고, 머리에 송곳으로 찌르는 통증까지 생겼기에 4일째 되는 날에는 본원 대학병원 피부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본원 대학병원으로 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교수님께서 대상포진 회복 방법을 아주 명쾌하게 설명해 주셨고, 항생제 연고와 창상피복제 크림을 처방해주셨습니다.
저의 대상포진 경험과 교수님의 처방을 정리해 보면
# 대상포진 대처방법
1. 대상포진 증상 발현 후 72시간 이내에 병원에 내원하여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다.
(여기서 최대한 빨리 발견하여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암 환자의 경우 피부에 무언가가 생기면 일단 무조건 의심해 보는 것이 좋아요.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 보다 나으니까요.)
2. 처방받은 항생제 연고와 창상피복제를 2:1 비율로 잘 섞은 후, 수포 부위가 완전히 덮이도록 연고를 바르고, 랩으로 감싸 5시간 동안 연고가 흡수되게 한다. 그 이후에는 1시간 간격으로 창상피복제를 덧바른다. (랩핑을 해야 항생제가 충분히 피부에 흡수되고 그 효과가 몇 배로
커진다고 해요. 그리고 창상피복제는 흉터가 최대한 남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렇게 매일 2주 이상 지속했고, 딱지가 생긴 후에는 항생제 연고 없이 창상피복제만 수시로 발라 주었어요.)
3. 최소 5일에서 7일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변을 어둡게 하여 누워서 쉰다.
(이때 휴대폰을 보는 것도 금지! 말 그대로 무조건 쉬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잘 챙겨 먹는다.
5. 몸이 회복이 될 때까지 운동은 하지 않는다. 몸이 서서히 회복 된다는 느낌이 들 때부터 10분씩 점차 시간을 늘려가며 운동을 재개한다.
교수님 말씀이, 대상포진은 약으로만 낫는 병이 아니라 충분한 휴식과 면역 회복이 관건이라고 하셨어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만 있어야 한다고 하시는데... 솔직히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무것도 안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친정 엄마가 오셔서 식사도 챙겨 주시고 집안일에 도움을 많이 주셨기에 저는 온전히 회복하는 데에만 신경을 쓸 수 있었지만, 만약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집에서 온전히 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어요. 그래서 대상포진에 걸리면 병원에 몇 주씩 입원을 하나 봐요. 하지만 병원에서도 1인실을 쓰지 않는 이상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건이 된다면 집에서 조용히 쉬시는 걸 추천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한 포인트 같아요.
우리는 쉴 때 보통 TV나 휴대폰을 보면서 쉬죠. 저 역시 항암을 할 때나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유튜브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데요, 휴대폰을 보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라고 해요. 저도 평소엔 휴대폰을 보며 쉬었는데, 이번엔 교수님 처방대로 아무것도 보지 않고 눈에 안대를 하고 조용히 휴식하니 쉼의 질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따라서 대상포진에 걸리셨다면 반드시 눈까지 편안하게 쉬게 하고 소음도 차단해 주세요.
우리의 몸은 참 신비로운 것 같아요. 내가 가진 자연면역의 힘이 처방받은 약보다 강하거든요.
물론 처음 일주일은 꼭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하지만, 약에만 의존하고 충분히 쉬는 것을 소홀히 한다면, 회복이 더디고 후유증도 클 수 있어요.
혹시 대상포진에 걸리셨다면 조바심 내지 마시고, 내 몸의 면연력을 믿고 충분히 휴식 하시면서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항암 전에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맞으시면 항암 중 대상포진에 걸리더라도 훨씬 가볍게 지나갈 수 있으니 항암 전까지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되신다면
주치의랑 상의 하신 후 꼭 예방접종을 하시기 바래요.
저는 다행히 2주 만에 수포에 딱지가 생기고, 3주가 되자 딱지가 떨어지면서 피부는 완전히 나았어요. 하지만 여전히 찌르는듯한 약간의 통증은 피부 회복과는 별개로 조금 남아있습니다.
암 투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양한 부작용과 면역 약화로 인한 또 다른 문제들과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당사자도 보호자도 지치게 되죠. 저 역시 방사선 치료를 하는 달과, 이후 대상포진과 싸웠던 약 2달의 시간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아픈 게 기본 값인 하루하루였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회복 되었고, 또 언제 아팠냐는 듯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암 투병 중이신 모든 분들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우리 모두가 같은 싸움을 하고 있고, 하루하루를 잘 인내하며 살아내고 있으며, 지치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나약해진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지만, 우린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들입니다! 이 힘든 걸 이겨내고 있으니까요“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