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방암 치료에서 선항암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완전관해를 꿈꾸잖아요. 일단 관해가 되면 재발 전이 확률이 떨어지고, 특히 제 암의 타입과 같은 삼중양성의 경우 70%의 관해율을 보이고 있어서 더더욱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 같아요. 물론 완전관해가 되지 않더라도 요즘에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와서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후가 좋으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너무나 다행히도 약이 잘 들어서 총 6회의 항암 중 3회 후 중간검사 MRI 에서부터 이미 암세포를 찾을 수 없었어요. (그렇다고 횟수나 용량을 줄여주진 않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한 번쯤 여쭤봤을 법도 한데 그땐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했어요. 그리고 괜히 수술 전에 완전관해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게 혹시라도 아니었을 때 받을 충격이 너무나 클까 봐, 그리고 괜히 부정 탈까 봐 미리 기뻐하지도 못했어요.
어찌 됐든 수술은 완전관해와 감시림프절 1개 절제, 림프전이 없음이라는 최상의 결과와 함께 끝났어요. 몸은 아직 불편했지만 마음은 정말 날아갈 듯 가벼웠어요. 하지만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치료 여정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어요. 또 다른 종류의 관리와 적응, '수술 후 관리'라는 이름의 새로운 챕터가 열렸습니다.
1. 내 몸 돌보기
- 배액관: 수술 직후의 한 달은 몸의 회복에 집중하는 시간이었어요. 삼일에 한번, 그러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성형외과에 가서 상처를 소독하고 경과를 지켜봐야 했어요. 퇴원 후에도 2주간은 배액관을 달고 지내야 했고요. 이 피주머니는 움직임을 제한하기도 했지만 제가 환자라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켰어요. 배액량이 10미리 이하로 떨어져서 제거하기 전까진 어딘가로 이동할 때마다 신경 써서 가지고 다녀야 했어요.
- 액와막 증후군: 배액관을 제거하고 나니 팔을 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는데, 팔을 처음으로 올려보니 겨드랑이에 띠 같은 게 만져지면서 90도 이상 올라가질 않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지나니까 팔꿈치 근처까지 확장되어서 팔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어요. 액와막증후군이었어요. 바로 재활의학과 협진을 요청했고, 매주 재활치료를 다녔어요. 처음 진단 때는 좀 심한 편이라고 하셨는데 약 3주 만에 거의 다 사라졌고, 지금은 마음껏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가동범위도 거의 평소처럼 돌아왔습니다. 띠가 생기면 다 끊어버리는 병원도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림프순환을 도와주는 기계로 마사지를 하더라고요. 이걸로 되나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아프게 끊어버리지도 않고 전부 사라져서 굉장히 만족합니다.
- 써지브라와 확장기: 하지만 그 후에도 24시간 착용해야 하는 써지브라와 그 밑에 자리한 딱딱한 조직 확장기는 또 다른 불편함이었어요. 특히 확장기의 동그란 가장자리가 갈비뼈를 누르는 통증은 꽤 오래갔고, 누웠다 일어나는 등 움직일 때마다 가슴 안에서 확장기가 꿀렁거리는 느낌은 진짜 으악 소리가 났어요.
- 통증 관리: 처음에 배액관 제거 후에는 진통제 없이도 지낼 만큼 통증이 줄어드는가 싶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확장기 주변에 물이 차면서 신경을 눌러서인지 통증이 어마어마했어요. 너무 다행히도 타이레놀로 잡히는 통증이었어요. 아플 땐 본원에 꼭 얘기하시고 쉬어야 하긴 하는데, 저는 그래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집 앞 산책이라도 하려고 노력했어요.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회복에도,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2. 끝난 줄 알았던 부작용과의 재회
이제 지긋지긋한 부작용 파티는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 항생제와의 전쟁: 배액관 제거 후 감염 예방 차원에서 처방받은 항생제가 문제였어요. 첫 번째 항생제는 극심한 소화불량과 불면증을 유발했고, 바꿔서 처방받은 두 번째 항생제는 끔찍한 설사를 몰고 왔습니다. 음식을 먹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니 정말 지긋지긋했어요. 항암도 끝났는데 또? 라는 생각에 숨이 막혔고, 결국 의료진과 상의 끝에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어요.
- 무너진 장 건강 관리: 항암과 항생제로 제 장 내 환경은 완전히 뒤집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약 대신 유산균과 프리바이오틱스를 챙겨 먹기 시작했어요. 매운 음식은 피하고 죽이나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식단을 조절하며 무너진 장 건강을 다시 세우려고 노력했어요.
- 확장기 주변의 물(장액종)과 통증: 항생제 문제로 씨름하는 사이에 수술 부위 부기가 빠지면서 쭈글쭈글했던 확장기 표면 위로 물이 차기 시작했어요. 이게 신경을 누르면서 정말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유발했어요. 성형외과에서 가슴을 쥐어짜서 주사기로 물을 빼주시는데 이게 너무나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물 찬 걸 빼고 나니 통증은 확실히 바로 사라졌어요.
3. 다음 치료 준비: 끝나지 않은 여정, 새로운 시작
수술 후 한 달 정도의 회복기를 거쳐, 저는 다시 다음 치료 단계를 준비해야 했어요. 수술이 표준치료의 끝이 아니고, 아직 갈 길이 멀더라고요.
- 표적치료 (허셉틴): 다행히 림프 전이가 없어서 퍼제타 없이 허셉틴만 맞아도 된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비급여인 퍼제타 비용 부담을 덜게 되어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 호르몬 치료 (아로마신+졸라덱스): 저는 호르몬 수용체가 매우 강한 타입이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고, 그래서 타목시펜 대신 좀 더 강력한 아로마타아제 억제제인 아로마신과 졸라덱스 주사를 맞기로 결정되었어요. '고위험군'이라는 말이랑 더 강한 약이라 부작용도 더 셀 거라는 걱정에 마음에 걸렸지만, 교수님이 아로마신 5년이 타목시펜 10년보다 낫지? 하는 말씀에 바로 수긍했어요.
- 부작용 관리 준비: 호르몬 치료는 뼈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골다공증 주사를 맞고, 칼슘과 비타민D 등 영양제도 처방받았어요. 여기에 개인적으로 프리바이오틱스, 관절통을 위한 MSM까지 추가했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아침에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칼슘, 비타민D, 비타민 K2, MSM, 그리고 저녁에 마그네슘 이렇게 먹고 있습니다.
- 재건수술: 저는 처음부터 유두를 제거해야 한다고 유방외과 교수님이 말씀하셨고, 그래서 동시재건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수술장에서 확장기를 달고 나왔고, 상처가 다 아문 다음부터는 2주에 한 번씩 확장기에 물을 채우러 다녔어요. 다 채운 후에는 2개월 휴식기를 가지고 그 이후에 보형물로 교체수술을 할 예정입니다. 아마 올해 초가을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하네요.
수술 후 관리는 단순히 몸의 회복을 넘어, 예상치 못한 문제에 대처하고, 요동치는 마음을 다스리며, 다음 치료 단계를 준비하는 복합적인 과정이었어요. 새로운 약들에 대한 두려움도 솔직히 컸고, 특히 아로마신의 기나긴 부작용 리스트를 보며 '어떻게 살라는 거지?' 하고 막막했어요. 끝난 줄 알았던 어려움이 다시 찾아오기도 했지만, 그 시간들 역시 지나가더라고요. 중요한 것은 좌절 속에서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관리에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힘든 시간들을 잘 헤쳐나가시길,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망을 잃지 않으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