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가 끝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딘가 이상했다.
기뻐야 할 일인데, 마음은 조금씩 불안해졌다.
이제는 운동도 조금씩 시작하라고 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라고도 들었지만
내 안에는 어색한 정적이 계속 맴돌았다.
'이제 괜찮은 걸까?'
'정말 다시 움직여도 되는 걸까?'
처음으로 걷기 시작한 날,
단 15분을 걸었을 뿐인데 숨이 찼고,
계단 앞에서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망설였다.
몸은 움직이는 걸 잊은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움직이면 또 아플까 봐 스스로 기억을 지운 것 같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무리하지 말라는 조언을 잊고
오래 걷다가 다음 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몸이 나를 탓하는 건 아니었겠지만
괜히 미안했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해놓고, 내가 또 욕심을 냈구나”
다시 침대에 누워,
가만히 손등을 쓰다듬었다.
“괜찮아. 이번엔 내가 사과할게.”
이제 나는 운동을 ‘성취’가 아니라 ‘대화’처럼 한다.
하루에 10분 걷는 것,
스트레칭 하나를 천천히 따라 하는 것,
그게 요즘 내가 몸과 나누는 이야기다.
예전처럼 강한 몸은 아니지만
그만큼 섬세하게 반응하는 몸이다.
그 사실이 요즘은 조금 좋기도 하다.
움직이는 건 다시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빨리 걷지 않아도,
누군가처럼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아도 된다.
나만의 속도, 나만의 리듬.
그걸 되찾는 일이 지금 내 삶에서 가장 조용하고도 중요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