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의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출퇴근하는 사람들, 카페의 음악, 지하철에 울리는 안내 방송…
나는 그 속에서 잠깐 멈췄던 사람이었다.
회사에 다시 나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머릿속에선 ‘가능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그 말을 따라가지 못했다.
출근 첫날,
무거운 가방보다도 무거웠던 건
다시 사람들 틈에 들어가야 한다는 긴장이었다.
누구도 내게 특별한 말을 하진 않았지만
내가 특별해졌다는 감각은
어디에도 숨길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많이 좋아지셨죠?”라고 웃었고
또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눈길만 피했다.
그 어떤 말보다도
그 ‘짧은 공백’이 나를 더 불편하게 했다.
점심시간에 마주 앉은 동료가
예전처럼 농담을 건네줬을 때,
그게 고맙고도 무서웠다.
"정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도 되는 걸까?"
"나는 예전의 나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걸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조용한 동네 골목을 걷다가 문득 멈춰 섰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그보다 더 조용했다.
나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속도로 살아보려는 중이라는 걸
그제야 조금 이해하게 됐다.
예전보다 느려도,
조금 더 자주 멈추더라도,
내가 나를 밀어붙이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도
사회 속에 존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내가 겪는 불편함과 조심스러움,
그게 꼭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아직 ‘회복 중인 사람’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부족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면 나부터 내 회복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