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끝내고 퇴원하던 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제 뭘 먹어야 할까”였어요.
병원 식단은 늘 간이 거의 없어서 솔직히 힘들었는데 막상 집에 오니 다시 뭘 먹어야 할지 더 막막해졌어요.
첫 며칠은 흰죽에 계란 흰자를 풀어서 먹었어요.
그때도 ‘이걸 다 먹어도 될까?’
‘혹시나 장이 다시 막히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계속 따라붙더라고요.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제 몸이 낯설게 느껴지는 시기였어요.
조금씩 적응하면서 죽에 으깬 단호박을 넣어보기도 하고 소량씩 닭가슴살을 삶아 곁들였는데 식이섬유를 조금 늘리는 것만으로도 며칠은 소화가 불편했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음식이 몸에 들어오는 속도도 몸이 회복하는 속도도 내 맘대로 안 된다는 걸요.
운동은 정말 한참 뒤에야 시도했어요.
수술 부위가 당기는 느낌이 사라지려면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처음엔 집 안에서 한두 걸음만 움직이고 다시 누웠고 퇴원하고 2주쯤 지나서야 아파트 복도를 한 바퀴 천천히 돌기 시작했어요.
처음 걸을 땐 복부가 쿡쿡 쑤셔서 내가 무리하는 건 아닐까 무서웠는데 그래도 매일 10분씩은 움직여보자고 마음먹었어요.
‘걸으면 장이 깨어난다’는 말을 수술 전에 간호사 선생님이 해주셨는데 그 말이 매일 제 등을 밀어줬어요.
아직도 하루 세끼를 다 챙겨먹는 건 버겁고 걷다 보면 숨이 차서 잠깐 멈출 때도 있어요.
그래도 요즘은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괜찮았다’ 이 한 문장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게 돼요.
혹시 지금 수술 후 식사를 준비하시거나 운동을 시도해보려는 분이 계시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회복이라는 건 누구의 속도도 닮지 않은 ‘내 속도’로 가는 길이더라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