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 경험 공유

#1 대장암 4기 4년차가 겪은 항암치료 부작용 11가지, 보들보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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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보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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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30

저는 대장암 4기로, 어느덧 항암치료 4년차가 되었습니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수술은 생각도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어느덧 수술 3번에 약물항암치료는 49차까지 진행을 했네요. 오늘도 50차 약물항암을 진행하려 병원에 갑니다.

항암 부작용 증상은 같은 암을 겪어도, 같은 기수에 있어도, 같은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참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항암을 처음 시작하며 ‘항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그때가서 겁먹어도 늦지 않는다’라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항암주사를 2-3주 간격으로 맞으며 지내보니, 그 부작용이라는 게 얼마나 집요하고, 또 얼마나 끈질기게 제 일상에 파고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에 항암 약물을 3번을 변경하는 동안 제가 직접 겪은 부작용들을 하나씩 적어봤어요.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1. 냉감 과민증

첫 항암을 시작한지 2-3개월쯤 후 손과 발에 조금이라도 차가운 것이 닿으면 너무 아팠어요.

냉장고 문만 열어도 손끝이 얼얼하고, 찬물에 손을 대면 전기가 오듯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냉장고 옆에는 뜨거운것을 잡을 때 쓰는 두툼한 장갑을 걸어놨었어요. 장갑을 끼고 냉장고나 냉동실 속 물건들을 꺼내면 그나마 나았습니다.

누군가가 나 대신 늘 냉장고 문을 열어주고 음식을 꺼내어줄 수가 없었던 상황이라, 저는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더라구요.

이 증상이 지속되면서 동시에 손발저림도 심해지게 되어, 이게 지속되면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하여 항암제를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2. 구내염

이건 정말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생각이 들 즈음에는 꼭 생기더라구요.

입 안에 작은 상처가 생기더니, 어느 순간 입 전체가 헐어버렸어요. 밥을 먹다가도, 물을 마시다가도, 심지어 말을 하다가도 따끔거림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항암제에 상처가 잘 안낫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보니, 항암을 시작하기 전처럼 입이 헐어버린 것이 돌아오지 못할 때도 종종 있었어요.

저같은 경우에는 먹는걸 잘 챙겨먹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병원에서 증상을 말하고 가글처럼 하는 약을 처방받았어요. 익힌음식 위주로 먹으면서 이런 약을 사용했더니 그래도 1주일 안에는 사라졌습니다.

3. 구역질

항암 3-4회차 정도부터 나타난 증상.

항암주사를 맞은 날부터 며칠간은 세상이 온통 울렁거림으로 가득 찼어요.

음식 냄새, 약 냄새, 심지어 노트북 알루미늄의 미묘한 냄새마저도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구역질은 토할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잘 토하지 않아서, 그 애매한 고통이 온종일 따라다녔네요.

4. 구토

두번째 항암제로 변경하고 나서부터는 구역질에서 멈추지 않았어요. 심하면 항암주사가 들어간지 1시간만에 구토가 시작된 적도 많아요.

특히 3년 차부터 구토가 심해져서, 3일 넘게 물 한 모금도 넘기지 못한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네요.

물만 마셔도 토를 하는지라 노란 위액, 초록빛 쓸개즙까지 토를 하고 나서야 나올게 없어서 토가 멈추다가도 또 다시 위액과 쓸개즙을 토하는 것이 반복되었습니다.

기운이 쭉 빠져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 하는 그 무력감,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어요.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려 해도 약을 바로 토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냥 잠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결국 이거 항암부작용을 잘 다뤄주실 수 있는 암전문병원을 찾고 찾아서 부작용 증상을 먹는약대신 주사약으로 처방받고, 패치도 처방 받았어요. 이 병원 찾은 이후에는 따로 구토증상 때문에 힘든 적은 없게 되었습니다.

5. 설사

구토가 심해졌을 때 저는 늘 설사증상을 동반했어요.

물조차 마시지 못하는 상태에서 구토와 설사가 3-5일간 지속되니 몸에 있는 수분이 다 나가는 느낌이었어요.

설사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을 처방받아 먹어도 바로 구토를 하니 약이 몸에 들어가지 않아 증상완화가 힘들었었는데, 구토 증상이 약으로 잡히니 설사약도 약으로 먹을 수 있어 그 때부터는 빠르게 완화가 되었어요.

6. 코피

재채기를 하다가 코에 힘이 들어가면 갑자기 코피가 쏟아졌어요. 가만히 있는 중에 콧물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코피일 때가 많았습니다.

한 번은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다가, 갑자기 코피가 쏟아졌어요. 마스크가 온통 피로 젖고, 주변 시선이 느껴져서 괜히 더 작아지더라고요.

재채기 한 번에도, 자고 일어나서 세수를 하며 코를 푸는 중에 코피가 나니 작은 휴지 뭉치를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녔습니다.

이 때는 너무심하다 싶으면 지혈제를 처방받아서 먹었어요.

7. 피부 벗겨짐

손끝, 발바닥, 심지어 손바닥 전체의 피부가 벗겨져서 피가 날 때도 있었어요. 지문이 사라져 휴대폰 잠금 해제도 안 되고, 물건을 잡는 감각이 묘하게 달라지며 손으로 무언가를 잡거나 건드리는 것이 아팠습니다.

겨울에는 핸드크림을 하루에 여러번 발라도 손끝이 갈라져 피가 나왔어요.

이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나아졌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럴 때에도 바를 수 있는 약이 있더라구요.

8. 배변 문제

수술로 장이 짧아진 뒤, 하루에 화장실을 다섯 번 넘게 들락거렸어요.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오고, 힘을 주면 치질까지 생기더라고요.

문제는 정말 뜬금없이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가 너무 많아요. 잔변감이 없어도 말이죠. 정말 30초안에 화장실로 달려가지 않으면 큰일이 날것같은 느낌.

이걸 변실금이라고도 부른다고 해요. 갑작스럽게 변이 마려울 때 근처에 화장실이 없으면 심장이 쿵 내려앉은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그래서 외출할 때마다 가장 먼저 ‘근처에 화장실이 있나’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이 증상은 아직도 계속 나타나고 있지만, 처방받는 유산균이랑 급성 설사 잡아주는 약 복용하면서 많이 완화되었어요.

9. 탈모

손발저림 증상 때문에 두번째로 바꾼 항암제는 부작용으로 탈모가 있었어요.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질 때마다, 거울 앞에 서는 게 싫어졌어요. 머리숱이 1/3로 줄었지만, 머리가 군데군데 비어보이는 와중에 짧게 자르지 않고 버텨보기도 했답니다.

신기하게도 항암을 계속하는 중에 머리가 다시 자라기 시작해 저는 결국 머리를 밀지는 않았었는데, 머리결이 많이 상하더라구요.

트리트먼트랑 헤어오일 등으로 관리를 해 주면서 좀 더 나아졌고, 지금은 원래 제 숱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머리가 비어보이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자라났어요.

10. 손가락 색 변화

항암을 오래 하다 보니, 손가락 관절 부분이 점점 까맣게 변했어요.

손 전체가 어두워져보이기도 했구요.

이건 항암약이 몸에 들어가는 주에는 까매지고, 회복하는 주에는 다시 색이 조금 더 돌아오고를 반복했어요.

11. 불면증

항암을 하며 구토가 심해지는 동안 잠을 너무 많이 자면 그 다음주는 잠이 잘 안왔어요. 신기한건 구토증상이 잡히고 난 다음에도 불면증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의사선생님과 말을 해서 수면제를 처방받았고, 증상을 계속 말하면서 약 조절을 하고 있어요.

제가 여러 항암부작용을 겪으면서 느낀건 항암 부작용은 ‘참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거예요.

저도 처음엔 모든 걸 그냥 참고 넘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견디는 거니까, 나도 참으면 괜찮아지겠지’라고 말이죠.

하지만 구토가 너무 심해 며칠씩 물도 못 마시고, 하루에도 심하게는 30번씩 화장실을 가게 되는 변실금 때문에 외출을 포기하는 날이 많아지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답니다.

그래서 결국 항암을 하는 큰 병원 외에 제 증상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병원을 찾고, 의사선생님을 찾아서 상담을 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에는 반신반의,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하는 마음이 더 컸거든요.

그래도 증상 하나하나를 이야기하고, 내 생활에 맞는 관리법을 찾아가다 보니 예전보다는 조금씩 일상에 적응하게 된 것 같아요.

이제는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요청하고, 제 일상을 조금씩 조정해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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