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 경험 공유

#2 대장암 수술 이후 치료, 데이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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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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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잘 되었고, 3기라던 암 덩어리도 조직검사를 마치고 나니 림프절 전이 징후를 찾을 수 없다고 하여 2기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그래도 나이가 젊으니 최소한의 항암은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 선생님들의 의견에 따라 한달 뒤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로 하고 퇴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잘 먹고 잘 쉬면서 항암 준비를 해야합니다. 감기라도 걸리면 항암 치료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에 마스크는 필수이고, 사람이 많은 곳은 절대 가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 상태가 어디를 나갈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수술로 S결장을 제거했습니다. 이 부위는 소화된 음식들의 찌꺼기들을 모아서 변으로 만드는 부위인데, 인위적으로 이 부위를 없애다보니 도대체 찌꺼기들을 변으로 뭉쳐주지 못해서 그저 찌꺼기들이 도착하는 족족 화장실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복강경으로 수술을 하고 나니 항문 근처의 근육들도 제 역할을 하기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고 이건 밤낮이 없습니다. 새벽에도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하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다보니 급기야 헛것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쯤 되니 이제 항문도 너무 쓰라려서 화장실 가는 것이 겁이 날 지경이 되었습니다. 결국 근처 시장에 가서 좌욕기를 사왔습니다. 뜨거운 물을 한 바가지 받아서 담그고 있으면 그래도 그나마 좀 낫습니다.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샤워기로 마사지를 해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자극을 하는 것 보다는 가만히 온수로 찜질을 해주는게 더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낮이라고 잠만 잘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수술 부위 회복을 위해서라도, 항암 치료를 위한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산책은 필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산책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겨우 1km도 되지 않는 아파트 단지 둘레를 걷는 것 뿐인데, 이 망할 변의는 아무런 기척 없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 변의가 시작되면 절대 참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화장실을 갔다가 다시 나와서 걷고, 그러다가 흠칫 놀라 다시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나마 한달 정도 되어가니 또 몸이 적응을 좀 했는지, 1km를 걷는 20분 정도는 화장실을 참을만 해졌습니다. 우리 몸이 신기해서 또 그 역할을 하는 장기가 없어지면 다른 장기들이 그 일을 맡아서 하게 된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10 년이 더 지난 지금은 정말 아주 약간의 민감 함은 있지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이젠 없으니까요.

퇴원하고 한 달 후, 항암 치료를 위한 안내를 받으러 다시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암 병동을 찾았습니다. 이런 저런 설명들을 전해들었지만, 사실 아무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아주 약한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생각했다가 불현듯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항암치료를 찾아봤거든요. 아주 약한 항암제 투여임에도 굉장히 힘들고 구토증상도 있었다는 글을 보고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설명은 아내와 부모님들이 잘 들어주었고, 저는 항암주사실로 올라가서 주사를 맞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입원해서 주사를 맞는 분들도 계시고, 몇 시간씩 링거 한 통의 항암제를 맞으시는 분들도 보입니다. 저는 그냥 잠시 간호사 분들이 계시는 곳으로 가서 큰 주사기 하나정도 양의 항암제만 투여하면 됩니다. 5 분 정도 걸리려나요.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이렇게 간단하다니. 다른 여러 환우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항암주사를 다 맞고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몸이 좀 화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졸린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집중이 안되는 느낌이 듭니다. 뭔지 모르지만 기분도 굉장히 나빠져서 얼른 차에 타서 눈을 붙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살면서 이런 기분은 느껴본 적이 없는 정말 더러운 느낌이 듭니다. 지금도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그 느낌이 항암제가 몸에 들어와서 뭔가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부터는 항암제를 맞으러 가는 병원 입구에서부터 나는 소독약 냄 새가 너무 역겨웠습니다. 조금이라도 늦게 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차가운 음료를 시켜놓고 얼음을 입에 물어도 봤지만 점점 간호사님 앞으로 가는 시간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항암제를 맞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날 저녁부터는 밥 냄새도 맡을 수가 없습니다. 기분은 너무 좋지 않고, 신경도 매우 날카로워집니다. 그 때부터 3일 정도는 멀미가 멈추지 않고 구토하기 직전의 메스꺼운 상태가 1초도 쉬지 않고 지속된다고 보시면 되는데, 그나마 얼음을 물고 있으면 조금 괜찮습니다. 그 3일간은 정말이지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입덧이 이런 느낌일까요? 3일의 오심을 견디고 나면 구토증상은 조금 사라지고 몸 안의 모든 점막이 들뜨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구내염이 절정에 이르게 되는데, 침조차 삼킬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항암제가 잘 듣고 있다는 뜻이죠. 항암제가 내 몸의 방어기제마저 무력화 시키고 나면 온갖 세균들이 몸에서 활개를 칩니다. 이미 검색으로 알아둔 약들을 뿌려보고 가글 용액도 바꿔보지만 약간의 도움을 줄 뿐, 온전히 견디는 방법 외에는 별 다른 지름길이 없습니다. 이 시기에는 구토증상은 없어서 먹을 수는 있는데, 구내염 통증이 심해서 또 뜨거운 음식을 먹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또 찬 음식들만 찾게 되는데, 보호자들은 식사 같지 않은 음식을 먹이는게 탐탁치 않겠지만 그래도 먹는게 중요하니 우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보호자로서의 사명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우선 환자가 잘 먹고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구내염도 3일 정도면 사라집니다. 오심과 구내염이 사라지고 나면 이제 남은 3주 간은 잘 회복하면 됩니다.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체력을 올려놓아야 다음 항암때까지 백혈구 수치를 정상으로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백혈구 회복 속도는 그래도 대부분 잘 회복했는데, 마지막 한 번의 항암을 남겨놓고는 정상 회복이 되지 않아서 한 주 투여를 연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치료기간이 길어지는 거라서 실망했을 법도 한데, 그 때는 진료실을 나오면서 너무 즐겁게 웃었던 것 같 습니다. 정말 미룰 수 있다면 끝까지 미루고 싶은 심정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를겁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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