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 경험 공유

힛장이#2 대장암 수술기록. 28살에 절반도 안 남은 나의 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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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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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5

안녕하세요 힛장이에요.😊

지난 포스팅에서는 b대학병원으로

전원하기 전까지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린 것 같아요.

 

- 23년 5월 건강검진에서

처음으로 암세포를 발견하고 점막내암 판정!

- 23년 6월 종합병원에서

점막내암이 아닌 대장암 1기 판정!

- 23년 7월 b대학병원으로 전원!

 

b대학병원으로 전원한 뒤 

마찬가지로 재판독, 재검사에 들어갔습니다.

병원을 옮길 때는 이전 병원에서의

검사결과와 진료기록, 의뢰서 등을

가지고 가게 되는데요.

그것과 별개로 새로운 병원에서는

또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더라구요?

이에 검사결과가 나오는 기간도 필요하며

검사결과를 들으러 교수님 외래 진료를 예약하고

재내원 하다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연됩니다.

 

25년 7월 말,

b대학병원에 검사결과를 들으러 내원하였고

담당교수님이신 외과 교수님께서는

"수술해야 되겠네요^^"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용종을 뗀 뿌리 부분, 바닥 부분에

암세포가 남아있다고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 케이스이며,

수술 방법은 기존에 종합병원에서 들었던 대로 

상행결장 전부와 횡행결장의 절반 이상을 절제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되려 이러한 명확한 답변을 받아

속이 시원하더라구요.

애매하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이건 수술해야 되겠네요" 라고 확실히 말해주셔서  

저 또한 바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

그렇게 28살 여름이었던 23년 8월,

저는 대장암 복강경 수술 날짜를 잡게 되었습니다.

 

광복절인 8월 15일 입원을 하였고

수술복으로 환복 하니

"내가 암수술을 하러 오긴했구나"

비로소 실감이 나더라구요. 

15일부터 17일까지 생으로 3일을 굶으며

장 내부를 완벽하게 비우게 됩니다.

 

또한 배에서 진행하는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음부와 항문 주위 털을 제모하게 되는데요. 

팔에 영양공급을 위한 수액줄이 연결된 상태로

5인실 베드에서 셀프 제모를 하려니

이 또한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암수술을 받을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혹시라도 내 인생에 또 한번

비슷한 수술을 하게 된다면

기필코 입원 전 제모를 하고 가리라

다짐할 정도로 고역이었습니다.

 

그렇게 23년 8월 17일 오전 11시

대장암 복강경 수술 당일.

사실 너무 배가 고파서

빨리 수술을 받고 싶었을 정도로

겁이 나지 않더라구요. 

아무것도 모르면 용감하다더니 

이때까지만 해도 무슨 코성형 수술 정도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수술방으로 이동하면

매우 추운 수술방 가운데에 있는

따뜻한 수술 베드 위에 눕게 됩니다. 

욕창방지를 위해 뼈 돌출부위에

두툼한 패드를 덧대고

몸에 생체리듬 측정을 위한

여러가지 기계를 부착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슨 마스크 같은걸 입에 씌워주시는데 "고무냄새가 많이 나네"라고 느낀 게

마지막 기억이었고 의식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회복실이었습니다. 

정말 죽을 것 같았습니다.

배를 전기톱으로 썰고 있는 것과 같은

너무나도 날카로운 통증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그 어떤 통증도

이보다 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치 칼로 난도질 당하고 있는 것과 같은

뜨거운 고통이 느껴져 목소리를 쥐어짜서

진통제를 놔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제가 회복실로 왔을 때

소리를 지르며 통증을 호소하는 통에

여러 종류의 진통제가 최대치까지 들어간 상태였고 이에 더 이상은 놔줄 수가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저에게는 이 또한 충격이었습니다.

진통제 맞은 기억이 전혀 없는데

언제부터 회복실로 왔다는거지?

아니, 죽을 것 같은데 이게 지금 진통제를 풀(full)로 쓴거라고?.

 

이동식 침대에 실려 회복실 밖으로 나오니 

가족들과 예비신랑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을 보니 그래도 조금이나마 이 낯선 통증에 대한 두려움에서 안정될 수 있었습니다.

 

병실로 돌아온 뒤 차라리 잠에 들고 싶었습니다. 

통증이 너무 심하다 보니

온전한 제정신으로 깨어있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전신마취 후 2시간 이상은

절대 잠을 자면 안 되고 호흡운동을 지속하여

쭈그러든 폐를 계속 펴주며

가스를 배출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5분에 한 번씩 제 의지와 관계없이 눈이 감겼고 

옆에 있던 예비신랑은 2시간 동안

수십 번을 흔들며 저를 깨워주었습니다.

그렇게 제 자신과의 힘든 사투 끝에

2시간이 지나갔고

정신줄을 놓고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뱃속이 너무 아파 자다 깨다를 반복했습니다.

전신 마취 시 기도삽관할 때의 자극에 의하여 

목구멍이 찢어질 듯 아프다거나, 

복강경 수술 시 co2 가스로

뱃속을 부풀리기 때문에 그 가스에 눌려

쇄골, 어깨뼈, 명치 부근이 굉장히 아플 수 있다는

설명을 듣긴 했습니다만 

저는 기도나 다른부위는 전혀 아프지 않았고

뱃속만 미친 것처럼 아팠습니다.

 

마취약과 진통제 부작용이라는

메슥거림조차도 없었습니다.

통증의 정도와 부작용이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듯 싶었습니다.

같은 교수님께 똑같이 대장암 복강경 수술을 받았던 아빠는 자다 일어나면 수술이 끝나있다며

그렇게 크게 아프지 않았다고 했었는데..

저에게는 인생 역대급 충격적인 고통이었습니다.

간호사님은 제가 나이가 어려 감각에 더 민감해

통증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수술 당일이 지나갔습니다.

제 주변 그 누구도 이와 같은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다시는 이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건강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다음날이 되니 하룻밤 내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이 들어가서 그런지 통증이 조금 잡혔더라구요. 

얼른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에

기를 쓰고 걷기 운동을 다녔습니다.

복부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한 걸음 한 걸음 떼기가 어려웠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들었으나

얼른 장기들이 제 위치로 자리 잡고

가스가 배출되어야 하기에

아침, 점심, 저녁 수시로 병원을 돌았습니다.

 

아파서 누워만 있기보다는

아프더래도 어떻게든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이는 게

조금 더 짧게 아플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수술 후 3일차 되던 날 5일만에

첫 식사를 하였습니다.

흰죽에 간장이 나오더라구요. 

음식이 들어가서 장이 운동을 시작하다 보니 

뱃속이 정말 너무 불편하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가스들이 가득 차서는 계속 꾸루룩 거리고 

장 곳곳에서 가스들이 터지며

마치 장기를 찢는 것 같은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이 시기에 수술한 장기가 움직이면서

마치 내장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기를 쓰고 걷거나 침상운동이라도 해야

가스가 빨리 배출됩니다. 

허리를 도저히 펼 수 없는 상태였으나 

어기적 어기적 병동 걷기를 반복했고

첫 식사를 했던 날, 그렇게 가스가 나왔습니다.

 

작은 방귀에 이렇게나 기쁠 줄이야.

확실히 가스가 배출되면서부터는

통증이 점차 잦아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스가 나왔다고 하니

다음날 퇴원하자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나는 지금 아직 아파죽겠는데

왜 벌써 퇴원하라고 하지? 싶었으나

상급종합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지

안 아플 때까지 입원해있는 곳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에 급성기치료가 끝나고 수술이 잘 되었다는 게 판단되면 퇴원시킨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8월 17일에 수술을 받고

5일차였던 8월 21일에

퇴원약 봉투와 함께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절반도 남지 않은 대장과 함께

수십 년을 살아가야 하고

이 대장님을 잘 지키는것은 오롯이 제 몫이겠죠. 

 

이렇게 차츰 회복하며 건강하게 잘 살 줄 알았으나

저의 고난은 여기서 끝맺음을 짓지 못했습니다. 

수술할 때 절제한 대장과 주변 혈관, 림프절들은

버려지는 게 아니라 그대로 조직검사를 가게 되는데요.

그 조직 검사 결과는 b대학병원 기준

2주일 정도 걸리더라구요.

 

퇴원 후 2주 뒤 그 조직 검사 결과를 들으러

교수님께 외래진료를 보러 갔고 

결과는 다시 한번 제게 시련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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