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 경험 공유

#5 엄마의 폐암 이야기 – 폐선암 1기 진단부터 지금까지, 쌍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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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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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4

저희 엄마는 난소암 4기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항암 치료 6차를 마친 뒤, 수술을 거쳐 표적치료제 ‘제줄라’를 복용 중입니다. 제줄라를 3주 정도 복용하다 현재는 휴약중에 있습니다.

처음 난소암 관련 정밀검사를 진행하던 중,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습니다.

“폐에 이상 소견이 보여서 조직검사를 권합니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저희는 난소암 진단이라는 커다란 충격 속에 있었고, 앞으로의 치료 일정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폐암이라는 말까지들으니,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머릿속에는 계속 “왜?”라는 질문만 맴돌았습니다.

도대체 왜, 엄마가 폐암에 걸린 걸까?

흡연자도 아닌데... 원인을 찾아 헤맸던 시간

처음엔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오랜 흡연자셨고, 가족들 곁에서도 담배를 피우셨으니까요. 물론 금연한 지는 1~2년이 되었지만, 간접흡연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또 하나 떠오른 건, 엄마의 직업이었습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17년 넘게 조리사로 일해 오신 엄마는 매일같이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하셨고, 폐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리흄(기름 연기)’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혹시 조리흄 때문에 생긴 직업병은 아닐까?”

그때는 정말 그렇게 믿고 싶었고, 원인을 그렇게라도 찾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일이 생겼다고 받아들이기엔, 너무 억울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나고 보니, 신호는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2024년 11월 폐암 진단을 받았는데, 돌이켜보면 그 몇 달 전부터 이상한 조짐은 분명 있었습니다. 여름 무렵, 엄마는 원인 모를 기침으로 2주간 입원하셨고, 진단명은 ‘상세불명의 폐렴’이었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기에 뒤늦게 입원 사실도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당시 입원 치료 중 담당 의사가 범죄에 연루되어 긴급 체포되면서, 엄마도 더 이상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퇴원을 하게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때 휴가차 집에 내려갔던 저는 엄마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코로나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피로감, 기침, 목소리 변화 같은 증상들이 있었는데 그게 단순한 폐렴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폐선암의 초기 증상이었는지도 몰랐던 거죠.

난소암 수술 이후, 이어진 폐암 수술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진행한 난소암 관련 검사를 통해 폐 이상 소견이 발견됐고, 조직검사 결과 폐암 진단이 확정되었고 1~2기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엄마의 상태는 난소암 4기로 시급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먼저 난소암 수술을 진행했고, 약 1개월 후 폐암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두 수술 모두 같은 종류의 전신마취제를 사용한다고 했지만, 폐암 수술은 준비 과정이 훨씬 까다로웠습니다. 수술 후 섬망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전신마취 전·후 인지기능 검사를 권유받았고, 수술 전부터 블루투스가 연결된 스마트워치를 착용해 연구 간호사들이 엄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연구 목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수술은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폐암은 1기였고, 절제 범위도 크지 않았습니다. 항암 치료 없이 3개월마다 추적 검사만 하기로 했습니다. 선택 사항으로 표준 약물치료제를 복용할 수 있다고 안내받았지만, 월 300만 원 가까운 비용 부담으로 인해 복용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3개월 후 첫 검사, 그리고 다가오는 6개월차

폐수술은 수술 전날 입원하여 수술은 2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당일부터 걷기 운동과 바람부는 폐운동기구를 불도록 시켰습니다. 5일 동안 입원 후 퇴원을 하게 되어 암수술이 맞는건지 헷갈릴 정도로 빠른 퇴원이었습니다.

수술 3개월 후에는 조영제를 투여한 흉부 CT 검사를 진행했고, 다행히 “이상 없음”이라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다음 검사인 6개월차에는 더 많은 검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 채혈

- 전신 뼈 스캔

- 조영 흉부 CT

하나하나가 낯설고 무서운 과정이지만, 이미 한 번 지나온 길이기에 두 번째는 조금은 덜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산재 신청, 그리고 예상치 못한 벽

폐암 진단을 받고 나서, 저희는 엄마의 조리사 업무와 조리흄 노출이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산재 신청을 준비했습니다.

- 진단서 발급

- 최근 10년간 경력증명서 발급

- 건강보험공단 내역 10년치 발급

모든 서류를 준비했고 의사선생님의 소견서만 받아 제출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써드릴 수 없습니다.”였습니다.

엄마가 진단받은 폐선암은 환경 요인보다는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해요. 의학적으로 ‘직업성 암’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죠.

순간 맥이 탁 풀렸습니다.그동안 수많은 서류를 준비하며 애쓴 시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졌고, 우리가 감당한 고통과 삶의 변화가 너무 쉽게 한마디로 정리되어버린 것 같아 속상했습니다.

폐선암은 어떤 암인가요?

폐선암은 비소세포폐암(NSCLC)의 일종으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폐암 유형입니다. 특히 여성, 비흡연자에게도 많이 나타나며,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사례가 많습니다.

대부분 폐의 말초 부위에서 시작되며,

● 조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 기침, 흉통, 숨참 등은 진행이 된 이후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폐선암은

- EGFR, ALK, KRAS등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가 많고

- 이에 따라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여지도 생깁니다.

1기라면 수술적 절제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고, 항암 없이도 추적 관찰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많습니다. 표적항암제를 복용할 경우, 한달에 약 300만원의 비용이 들고 3년 동안 복용을 하면 폐암 재발율이 30%미만으로 본다고 해요.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

지금도 엄마는 난소암 치료를 이어가고 있고, 폐암은 3개월마다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병원을 드나드는 일상이 익숙해진 것 같다가도, 새로 마주하는 결과나 일정 앞에서는 늘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완치라는 단어를 쉽게 입에 담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건 매 순간을 잘 살아내는 것이 결국 힘이 된다는 걸 조금씩 느껴가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또 어느 날은 괜찮아 보이는 하루가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위안이 됩니다.치료의 끝이 어디일지 몰라도, 함께 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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