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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암환자, 어떤 걸 먹어야 하나요? 암환자 식단, 쌍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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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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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암 진단을 받은 이후, 저희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식사였습니다. 병원에서는 치료와 약 처방이 중요하지만, 집에서는 영양에 맞는 식사를 챙기는 것이 또 하나의 치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처음에는 암 환자 도시락을 주문할까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냉동 상태로 배달되기 때문에 데우면 입맛이 더 사라질까 걱정되었고, 혹시 엄마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오면 그대로 버려질 수도 있어 할 수 있는 동안은 직접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반찬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엄마가 잘 드셨던 음식을 사오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새벽 배송이나 시장 반찬을 활용하면서 식사를 챙겼습니다.

하지만 항암 치료는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항암 치료 후 달라진 입맛, 끝없는 고민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엄마는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고 입맛도 변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반찬인데 어느날은 보기만해도 먹기가 싫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고기를 너무 많이 챙겨드리니 고기냄새만 나도 입맛이 떨어진다고 하셨었어요. 문제는 엄마가 “무엇을 먹고 싶다” 또는 “이건 싫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셨다는 점입니다. 저는 매일 눈치껏 엄마의 상태를 살피고, 어떤 음식이 좋을지 고민하는 어려운 미션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챙겨드려야 할까?”라는 고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서 알려준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정리하고, 저희 가족이 실제로 적용했던 팁들을 더해봤습니다.

 

<암 환자 식단, 7가지 기본 원칙>

1. 평소 입맛을 존중하고, 골고루 섭취하기

새로운 조리법을 시도하기보다 환자가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기본으로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반찬이 힘들다면 김밥, 비빔밥, 볶음밥, 덮밥처럼 한 그릇 음식으로 다양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항암 후 입맛이 없을 때는이 훌륭한 대안이 됩니다. 전복죽, 쇠고기죽, 닭죽, 콩죽, 계란죽 등 다양한 죽 종류가 있어서 돌아가며 준비하면 질리지 않고 영양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2. 식사는 거르지 말고, 간식으로 보충하기

입맛이 없어도 매 끼니 조금씩이라도 챙겨 드시는 게 중요합니다. 식사량이 부족할 때는 간식으로 열량을 보충해주세요.

  • 빵에 버터, 땅콩버터, 크림치즈 발라 먹기

  • 요거트, 푸딩, 치즈 곁들이기

  • 감자, 고구마, 옥수수에 버터에 발라 굽거나 쪄서 드리기

또한, 병원에서 추천하는 영양 보충 음료를 활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저희 엄마도 수술 후 병원 안내지에서 추천해준 제품들을 번갈아 주문해 드셨는데, 입맛에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질리지 않고 꾸준히 드실 수 있었습니다.

 

3. 단백질 섭취는 매 끼니 꼭!

육류, 생선, 계란, 두부, 콩류 같은 단백질 식품은 매 끼니 1~2가지는 포함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감염 예방을 위해 날음식(회, 육회 등)은 피해야 합니다.

  • 생선 → 구이, 조림, 전

  • 계란 → 계란찜, 계란말이, 오믈렛 등

조리법을 다양하게 활용하면 입맛이 없을 때도 도움이 됩니다.

저희 엄마는 생선구이는 잘 드셨지만, 고기류는 냄새 때문에 거부하실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두부조림이나 달걀 요리를 자주 준비했고, 그나마 소화가 잘 되셔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4. 채소와 과일은 다양하게

매 끼니 2~가지 이상의 채소 반찬, 하루 1~번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정 음식에만 집중하기보다 제철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면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항암 중에는 면역력이 떨어지므로, 생채소와 과일은 반드시 깨끗이 씻어 먹어야 합니다.

저희 집 냉장고에는 항상 구운 계란, 영양보충 음료, 샐러드를 준비해두었습니다. 다행히 엄마는 입맛이 없을 때도 샐러드는 꾸준히 드셨고, 아침&점심 중 한 끼는 꼭 샐러드를 드시도록 했습니다. 

5. 우유, 유제품은 하루 1~2회

우유가 잘 맞지 않는 경우에는 요거트, 치즈, 두유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엄마도 입원 중 매일 요거트가 나왔다고 해서 퇴원 후에도 드실 수 있도록 요거트를 준비했었는데, 다행히 좋아하시고 잘 드셨습니다. 병원에서 안내받은 영양보충 음료도 꾸준히 챙겨드리니 입맛 없을 때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제품 종류는 너무 다양한데 ‘캔서**’ 이런 이름으로 찾을 수 있으니 입맛에 맞는 제품을 찾아보시길 바래요.

 

6. 적절한 기름 사용

체중이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하지만, 식사 섭취량이 부족하다면 식용유, 참기름, 들기름 등을 적절히 사용해 열량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7. 짜지 않게, 자극적이지 않게

짠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 하지만, 환자의 기호에 맞게 적절히 간을 하는 것이 오히려 식사량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저희 집에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음식을 싱겁게 조리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엄마는 외식할 때 짠 음식을 오히려 더 잘 드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집에서는 되도록 단백질이 포함되면서도 짜지 않게 조리해 균형을 맞췄습니다.

 

암 환자 식단 예시

  • 아침 : 누룽지, 황태미역국, 계란고기장조림, 콩나물무침, 브로컬리초회, 배추김치

  • 간식 : 군고구마, 우유

  •  점심 : 현미밥, 순두부찌개, 조기구이, 가지볶음, 도라지오이생채, 나박김치

  • 간식 : 영양보충음료

  •  저녁 : 보리밥, 아욱된장국, 닭산적, 버섯볶음, 미나리무침, 깍두기

  • 간식 : 견과류, 과일

이는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 하루 컨디션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엄마는 철분 수치가 자꾸 떨어져 케일 사과주스를 챙겨 드리기도 했고, 아침에는 샐러드를 함께 곁들이며 조금씩 조절했습니다.

 

엄마는 수술 두 번과 항암 6회차를 겪으면서 체중이 8kg가량 빠지셨지만, 지나치게 마르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식단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좋아하는 음식을 편안하고 즐겁게 먹는 것입니다. 억지로 먹는 식사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환자에게는 스트레스가 또 다른 부담이 되거든요. 엄마도 좋아하는 반찬을 드시거나, 가족과 편안하게 대화하며 식사할 때 더 기운을 내셨습니다. 

병원에서는 약물과 주사가 치료라면, 집에서는 식사와 대화가 또 다른 치료가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결국 암 환자의 식사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날의 컨디션, 입맛,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요한 건 균형, 소화, 수분, 그리고 마음의 편안함입니다. 가족은 옆에서 조금씩 도와주며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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