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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항암치료 후 탈모, 머리카락은 언제 다시 날까?, 쌍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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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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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가장 두려워하셨던 부작용 중 하나는 탈모였습니다.“머리 다 빠지면 어쩌지…” 하며 걱정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머리카락은 단순히 외모의 문제만이 아니라,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드러내는 신호 같았거든요.

 

머리카락이 빠지던 순간

실제로 항암제가 들어간 지 2~3주가 지나자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베개 위에, 옷깃에, 욕실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 머리카락이 남아 있었고, 엄마도 저도 그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2차 항암 직후, 미용실에서 머리를 짧게 자르기로 했습니다. 

엄마는 평소에도 외모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집 앞에만 나가도 화장을 꼼꼼히 하고, 옷차림을 신경 쓰시는 분이었죠. 그런 엄마가 삭발을 해야 했으니 그 상실감을 제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작년 10월 암 진단을 받고, 11월 1차 항암 후 2차 직후 머리를 짧게 자르셨는데, 그 후 6개월이 지나도록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아 더 힘들어하셨습니다.

엄마는 종종 “머리는 언제 다시 나는 거야?”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항암이 끝나야 나겠지”라며 대답했지만, 엄마의 걱정을 더 크게 만들까 싶어 속마음을 다 꺼내놓지는 못했습니다. 그동안 엄마는 가발과 모자를 번갈아 사용하며 일상을 이어가셨습니다.

 

 

항암을 위해 삭발할 때 길이는?

항암 부작용으로 탈모가 많이 알려져 있고, 엄마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보고 미용실을 예약했습니다. 처음 미용실을 예약할 때는 6~9mm 정도로 짧게 자르려 했습니다. 그런데 미용실에서는 암 환자분들이 보통 12mm 정도로 자른다며 추천해주셨습니다. 두피가 너무 드러나지 않아 어색함이 덜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12mm로 잘랐는데, 6mm든 12mm든 전부 빠지게 되어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12mm의 어정쩡한 길이의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모자나 베개에 박히고 두피를 따갑게 해 더 불편했습니다.

그러니 항암치료 중이라면 머리카락 길이를 남기지 않고 전부 밀어내는 것을 추천합니다.

 

 

머리카락은 언제 다시 날까?

엄마는 3주 간격으로 총 6차 항암을 마치셨습니다. 치료 중에는 머리카락이 나지 않았고, 가끔은 흰머리만 남아 있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6차 항암이 끝난 건 4월 중순이었고, 6월 칠순을 맞을 때까지도 머리가 자라지 않아 매일같이 저에게 “왜 머리가 안 나냐”고 물으셨습니다. 결국 가발을 쓰고 생일을 치르셨죠.

(엄마는 “흰머리는 남아 있는데 검은 머리만 다 빠진 것 같다”고도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많은 분들이 항암 종료 후 약 6개월은 지나야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몸 안에 항암 약물이 남아 있어서 머리카락이 쉽게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8월이 되자 흰머리가 한순간에 훅 자라났습니다. 보통 항암 종료 후 3~6개월이 지나면 솜털 같은 머리카락이 올라오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개인차가 있어 두 달 만에 나는 분도, 반년이 지나야 나는 분도 있다고 해요. 엄마의 경우는 항암 종료 후 약 3~4개월 만에 머리가 다시 자라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새 짧은 스포츠머리 정도로 자라났습니다. 처음에는 머리카락이 가늘고 색이 옅거나 곱슬처럼 자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원래 머리카락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탈모 시기,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

1. 머리 짧게 자르기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미리 짧게 자르면 훨씬 관리가 쉽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됩니다. 저희 엄마도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2, 두피 보호하기

항암 중에는 두피가 예민해져 작은 자극에도 상처가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순한 샴푸를 쓰고, 외출 시 모자나 스카프를 착용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햇빛은 두피를 더 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에는 모자와 양산을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저희는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샴푸바를 사용했고, 집에서는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모자를 쓰셨습니다.

 

3. 영양 보충하기

머리카락은 결국 단백질과 미네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단백질·철분·아연 같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머리카락뿐 아니라 전반적인 회복에도 도움이 됩니다.

 

4. 심리적 위로하기

사실 탈모 과정에서 가장 힘든 건 신체적인 불편함보다도 ‘내 모습이 변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럴 때는 “머리카락은 다시 나니까 괜찮아”라는 말만 해주는 것보다, 같이 모자나 가발을 고르러 가거나, “이 스타일도 잘 어울린다”라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주는 게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엄마는 모자를 여러 개 준비해 기분이나 옷차림에 따라 바꿔 쓰셨습니다. 직접 매장에 가서 고르는 게 부담스러워 인터넷으로 주문을 도와드렸는데, 작은 변화에도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복의 신호로서의 머리카락

병원 대기실에서 엄마가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수술 전 환자들은 밝아 보이는데, 수술 후 환자들은 다들 웃음이 없고 표정이 없더라.”관찰해보니, 수술 전 환자들은 머리카락이 온전히 있고 외모도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수술 후 환자들은 모자나 가발을 쓰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머리카락이 사람의 기분과 표정에까지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엄마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자, 엄마의 표정과 기운도 조금 더 밝아진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다른 사람 앞에서 모자를 벗는 건 어려워하시지만, 머리카락이 자라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회복이 시작됐다”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이 없는 것은 암 치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겪는 변화일 뿐, 결코 영원한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나 머리카락은 몸 안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호이기에, 처음 암 진단을 받는 많은 환자들은 막막함과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모습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충격일 수 있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탈모는 잠시 머무는 과정일 뿐이며,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듯 우리의 삶도 조금씩 회복되고, 일상 속 작은 기쁨이 돌아오는 신호임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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