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 경험 공유

#4 유난 좀 떱시다 -벚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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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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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내과 의사로서, 그리고 갑상선 암을 진단받은 환자로서 느낀 감정은 복잡하고도 깊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는 글을 통해서 저는 지금까지 겪은 경험과, 암이 얼마나 섬세하고 뿌리 깊은 병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암 진단이 내려졌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평소에 저 자신이 건강하다고 믿으며 살아왔고, 건강 검진도 꾸준히 받아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죠. 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고, 양성으로 알고 있던 혹이 악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음이 멍해지고 무력감이 밀려오더군요. 저는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 병이 우리 삶에 얼마나 가까이 있으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두려움과 싸우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갑상선암의 발병률은 참으로 높은 편입니다. 2023년 중앙암등록본부의 통계에 의하면, 10만 명당 68.8명으로, 국제 발병률에 비해 월등하게 높습니다. 이는 검사 기술의 발전과 건강검진 문화 확산이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과잉 진단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작은 결절들이 조기에 발견돼 빨리 치료를 받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무의미한 검진으로 인해 불필요한 치료가 이뤄지고, 환자들이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내분비내과에서 강사 시절에, 하루 평균 30명에서 80명의 환자분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하루 중 환자에게 ‘양성입니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본인이 악성 확진이 되었을 때, 단번에 믿기 어려웠습니다. 내가 늘 강의하고, 치료하며, 익숙했던 그 병이 바로 내 몸에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저의 건강이 스스로의 의술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고 믿으며 안심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갑상선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새로운 형태의 불안이 자리 잡았고, 여러 번의 검사와 치료 검토를 거듭하면서, 한 가지 깨달았던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암은 두려움보다 이해와 준비로 더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따르면, 조기 검진을 통해 암 사망률이 20~30% 이상 낮아진다고 합니다. 특히 유방암이나 대장암, 갑상선 암에서는 조기 발견이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열쇠입니다. 우리가 늘 유지하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함께, 정기 검진은 결국 내 몸의 작은 경보음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특히, 초음파와 같은 안전한 검사법은 언제든 부담 없이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걱정보다는 꼼꼼한 검사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병원 검사실 앞에 서서, ‘이것이 내 인생을 바꾸는 결정이 될까?’ 하는 긴장과 공포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의사로서는, 그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환자들과 진정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첫걸음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병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맞닥뜨리고 이해하며 관리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의사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말입니다. 병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 병을 모르고 방관하는 게 더 무섭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도입되면서,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정밀하고 빠른 검사를 통해, ‘암 조기 발견’은 지금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이러한 발전은, 우리가 ‘암을 얼마나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느냐’의 경계를 넘어,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을 아끼는 마음가짐’입니다. 어떤 검사든, 어떤 치료든, 마음속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저는 늘 환자분들에게도, ‘내 몸의 신호를 놓치지 말라’, ‘의심 가는 증상이 있으면 바로 검사받으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겪고 있는 작은 이상도,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대부분 해결책이 나옵니다. 지레 무서운 병이라 치부하지 말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소한 노력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기억하세요.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하지만, 그 시작은 바로 ‘내 작은 선택’에서 비롯됩니다. 매일이 고단하고 피로하더라도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 갖는 몸의 상태, 내가 하고 싶은 검진이 결국 내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길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것이 가장 큰 자기 사랑이자, 내 주변인 또한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돌보면서, 환자들이 가장 후회하는 순간은 ‘증상이 없던 때’에 검사하지 않은 것이고, ‘이정도는 별거 아니겠지’ 하며 미루었다가 병을 키운 경우였습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통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거나 ‘검사받는 게 번거럽고 소모적이며 두렵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더 건강한 세상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사라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암이라는 병은 ‘운명’이 아니라 ‘상황’일 뿐입니다.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무한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의사나 간호사가 뭐 이 정도로 병원에 왔나 유난이다 싶은 반응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내 몸의 주인이 아니며, 나쁜 결과가 나온다면 그들은 낯빛은 무시에서 안도로 순식간에 바뀝니다. 그러니 제발 유난 좀 떱시다. 저는 오늘도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제 환자들과 함께하는 더 건강한 미래를 꿈꿉니다. 앞으로도 모든 환자가 두려움 대신 희망을 갖고 병원에 방문하시는 그 날까지 언제나 환자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 위해 글을 쓸 것입니다.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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