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린아이가 순수하다던가 예지력이 있다든가 하는 등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 이유는 순수하지 않았던 저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딸아이의 목을 꼭 끌어안는 습관 덕분에 갑상선 암을 조기 발견한 것을 보면, 설명할 수 없는 ‘예지력’이나 ‘순수성’이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아이의 행동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사람의 본질적 직감과 감정에 가깝다고도 하니까요.
다소 주관적인 첫 단추를 끼고 나면, 갑상선 암의 진단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인 ‘K-TIRADS’라는 표준을 통해 혹의 모양과 경계, 구조가 평가됩니다. 초음파 검사상 ‘검고 세로로 길쭉하며, 모양이 불규칙한’ 혹은, 암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나쁜 모양’의 혹은 ‘고위험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조직검사(바늘로 채취하는 세포검사)를 추천받게 됩니다. 세포검사를 통해 정확한 악성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의학으로 가장 위대한 진보입니다.
제가 암 진단을 받기 전에는, 환자분들께 세침흡인 생검(FNAB)이 ‘피검사와 같다’며 간단하다고 설명을 드렸지만,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는 사실 바늘이 직접 들어가는 느낌이 대단히 불쾌하고 두려었습니다. 검사 후 며칠 동안 남아있는 목의 불편감과, 심리적인 부담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었습니다. 환자는 이러한 검사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건강에 대해 깊고도 불안한 성찰을 하게 되며, 또 자신이 걸어갈 치료의 길이 얼마나 복잡할지 예견하게 됩니다. 바늘을 통해 채취한 세포를 곧바로 슬라이드 위에 넓게 펴 발라 염색한 후 병리학자가 현미경으로 세밀히 관찰하게 됩니다. 이렇게 도말(Smear)된 세포 표본은, 세포의 크기, 핵 특징, 세포 배열을 중심으로 평가되며, ‘The Bethesda System’ 기반의 분류 체계에 따라 진단됩니다. 병리과의 촘촘한 분석을 통해, 6단계로 나누어지며, 단계가 높아질수록 악성 확률이 높아져 수술이 권장됩니다. 결국, 세침흡인 생검은 ‘작은 바늘로 추출하는 정보가 암 치료에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입니다. 물론, 세침흡인 생검은 100%의 신뢰성을 가진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기술 덕분에, 세포검사의 신뢰도는 매우 높으며, 잘못된 음성이나 양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보완적 접근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생검은 ‘오랜 역사와 혁신의 산물’로써, 많은 환자와 의사에게 매우 신뢰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으며, 미세한 부위에서조차 신뢰성 있는 결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사로서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영상 진단 및 임상 평가는 종양의 크기와 위치, 형태를 파악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세포 차원에서 암세포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19세기 말, 현미경과 조직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최초의 세포검사법이 등장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병리학자들은 현미경을 통해 암세포의 형태와 구조를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암의 종류와 성격을 구분하는 기준들이 만들어졌습니다. 1930년대, ‘세포검사’라는 용어가 정립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더욱 높은 해상도와 정밀도를 갖춘 광학 현미경과 염색 기법들이 도입되면서,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별하는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세포검사의 핵심 기술’은 바로, 표본을 유리 슬라이드에 얇게 퍼뜨리고 염색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도말(Smear)’법과, 이후 발전된 ‘조직화학염색’과 ‘면역염색’기법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암세포의 크기, 모양, 핵의 크기와 엽면, 세포 배열, 핵대세포비율 등 다양한 병리적 표지자를 분석하는 데 사용됩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며, 병리학자들은 ‘분류 기준’을 세분화했고, ‘성상학적 특징’, ‘세포핵의 비정상적 변화’, ‘세포배열 패턴’ 등이 암 종류별로 표준화된 진단 지침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후, 1980년대 들어서면서 ‘면역조직화학법’과 ‘유전자 검사 기술’이 도입되면서, 암세포의 특성을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맞춤형 치료’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세포검사의 중요성은 단순히 ‘악성 판정’에 그치지 않고,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열쇠로 작용합니다. 세포검사는 현재의 유전자 분석과 결합되어 ‘정밀의학’의 중요한 토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암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와 세포 특성을 분석하여,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와 실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곧 치료 효과 향상과 생존율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상선 암의 경우에도, 세포 하나하나의 유전자 돌연변이와 유전자 발현 정도를 분석하여, 가장 효과적인 표적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치료의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결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포 검사는 과학의 발전과 함께 ‘정확한 암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었으며, 그 역사는 거대한 과학적 진보의 산물입니다. 오늘날의 의료에서는 ‘세포검사’를 통한 유전자 분석, 면역 반응 검사, 그리고 병리학적 영상 데이터를 결합하여, 환자 중심의 개인 맞춤형 치료가 점차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의료 기술의 발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환자 개개인의 참여와 의사결정’일 것입니다. 환자들은 자신이 받을 치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채, 주어진 옵션 내에서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료진은 더욱 사려 깊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러한 상호작용과 협력은 결국 보다 나은 건강 결과로 이어지고, 환자가 스스로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누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환자 중심의 세침흡인 생검과 같은 혁신적 진단 도구들은, 우리가 미래를 더욱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 나아가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모든 환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진단과 치료에 임하며, 건강한 삶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 긴 여정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