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 경험 공유

#3 애증의 초음파 검사 -벚꽃게

avatar
벚꽃게
조회 65
댓글 0
2025.05.30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최초의 암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내과 전문의이자, 암 환자인 벚꽃게입니다.

오늘은 ‘암’을 발견하는 좋은 검사, 초음파(Ultrasound)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초의 초음파 검사는 주로 수중 음파를 이용하여 물체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쓰였습니다.

이후 1950년대에 의학적 응용이 시작되어, 인체 내부 구조의 이미지를 얻는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물리학자들과 의사들이 협력하여 인체 해부학을 정밀하게 시각화할 수 있는 방법론이 확립되었죠.

초음파 검사는 초음파가 인체 내부 조직을 통과하면서 반사되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고주파 음파를 신체에 송출하면, 다양한 밀도와 구조를 가진 조직에서 음파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데, 이 반사된 음파를 수신하여 이미지를 생성하게 됩니다.

그 결과, 우리는 특정 장기나 조직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음파는 방사선이 아니고,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나 임산부에게서도 안전하게 여러번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초음파 검사의 적응증은 매우 다양합니다.

복부 초음파는 간, 담췌기관, 신장, 비장 등을 평가하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심장 초음파는 심장 구조와 기능을 검사하는 데 활용됩니다.

또한, 여성에서는 유방의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 데 사용되거나 임신 중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활용되기도 합니다.

갑상선, 전립선, 혈관 등을 검사 할때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초음파 장비는 기술의 발전 덕분에 해상도의 향상과 함께 이동성도 좋아졌습니다.

병원뿐만 아니라 의원이나 가정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암종마다 가장 잘 진단하기 위한 검사가 다릅니다.

이를 조금 어려운 말로 ‘Gold standard(최적의 방법)’이라고 부릅니다.

암종마다 진단을 위한 최적의 검사가 다른 이유는 각각의 암이 발생하는 부위와 특성에 따라 가장 효과적으로 병변을 발견하고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폐 조직은 X-ray보다 세밀한 영상을 제공하는 CT 검사를 통해 더욱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폐암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초음파를 하지 않고 CT를 찍습니다.

CT는 작은 결절이나 초기 병변도 확인할 수 있는 해상도를 제공하므로, 폐암의 조기 발견에 유리합니다.

특히, 결절의 크기, 형태, 위치 등을 평가하는 데 있어 CT가 매우 유용합니다.

반면, 유방암의 경우, 유방 초음파가 더 적합한 검사 방법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유방조직의 특성 때문입니다.

유방조직은 밀도가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방 촬영술에서 잘 보이지 않는 병변을 발견하는 데 초음파가 더 효과적입니다.

또한, 유방 초음파는 방사선 노출 없이 낭종과 고형 종양을 구별할 수 있고, 종양의 병리적 추정을 돕는 장점이 있습니다.

 

간암 또한 초음파 검사가 유용한 암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음파는 간의 크기, 형태, 병변 여부를 평가하는 데 꼭 필요한 검사이며, 간 기능을 평가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 내 병변의 유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암의 경우에도 초음파는 갑상선 종양의 진단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검사로 간주됩니다.

초음파를 통해 갑상선에 있는 결절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침윤 여부를 평가하여 악성 징후가 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세침흡인 생검을 시행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루어 집니다.

 

초음파상 갑상선 혹이 발견되면 모양에 따라 점수를 매깁니다.

이 점수표를 K-TIRADS(Korean Thyroid Imaging Reporting And Data System)라고 부릅니다.

K-TIRADS는 갑상선 암을 좀 더 잘 예측하고, 의료진들끼리 환자에 대한 정보를 더 명확하게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K-TIRADS 점수는 1점부터 5점으로 나뉩니다.

5점에 가까울수록 암일 확률이 높고 1점에 가까울수록 암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초음파 검사에서 모양이 나쁜 갑상선혹은 조직검사를 권유받아요.

의사가 초음파를 보며 바늘로 혹의 일부를 채취합니다.

조직검사라는 표현이 일반인에게 친근해서 자주 쓰지만, 정확한 명칭은 세침흡인생검(FNAB, Fine Needle Aspiration Biopsy)입니다.

혹을 가는 바늘로 빨아들여 현미경으로 관찰한다는 뜻입니다.

바늘에 빨려 들어온 혹의 일부는 언뜻 혈액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그대로 관찰하기엔 세포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얇은 유리 슬라이드에 아주 조금만 떨어트려 넓게 펴 발라 퍼뜨린 후 관찰합니다.

이 과정을 ‘도말(Smear)’이라고 부릅니다.

병리과 의사가 도말된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암인지 아닌지 최종 판정을 하게 됩니다.

병리진단은 총 6종류로(The Bethesda System for Reporting Thyroid Cytopathology) 나뉩니다.

의사들은 종류를 나누고, 점수를 매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또한 K-TIRADS와 마찬가지로, 암을 더 잘 예측하고, 의료진들끼리 명확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병리진단 6단계에 가까울수록 암일 확률이 높습니다.

2단계가 제일 좋은데, 암일 확률이 4% 내외로 현저히 낮기 때문에, 흔히 2단계를 ‘양성’이라고 부릅니다.

1단계는 숫자가 가장 낮아서 좋아 보이지만, 진단할 세포가 없어서 재검사를 받으라는 뜻입니다.

 

세침흡인생검을 받던 날이 기억납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세침흡인 생검을 설명할 때 피검사와 똑같으니 너무 긴장하지 마시라고 했었는데, 전혀 똑같지 않았어요.

낯선 이가 목을 바늘로 찌른다는 것도 무서웠고, 검사 후에는 괜히 어지럽고 목이 칼칼했어요.

목에 붙은 밴드를 한 번씩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 옷깃을 자꾸 올렸습니다.

다시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각 암종에 대해 최적의 진단법을 선택하는 것은 암의 발생 부위, 조직의 구조적 특성, 병변의 크기와 형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암마다 다른 최적의 검사 방법이 존재하며, 이는 가성비 있고 정확한 진단을 하는 데 중요합니다.

갑상선암이 좋은(?)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초음파 검사로 정확한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폐암이신데, 매번 병원에 갈때마다 CT를 찍으셔야하거든요.

CT보다 초음파가 훨씬 간단하고 무해한 검사이기 때문에, 저는 초음파 검사가 참 좋습니다.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댓글

0

댓글 없음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