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 경험 공유

#3 예비신랑의 갑상선 암 투병기,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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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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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남자친구와 신혼집에서 함께 지내기 시작했는데 매일 보다보니 남자친구 목에 작게 난 혹이 유난히 신경 쓰이더군요..

설마 암이겠어,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근데 남친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곧 없어질 혹이라며 병원에 안 가더라구요.,

한두 달쯤 시간이 흘렀을까, 남친 목에 있던 혹이 눈에 띄게 커진 것 같아서 병원 방문을 재촉했고, 결국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는 염증인 것 같다며 일주일치 약을 처방해 주셨습니다.

약을 바꿔가며 2주 동안 꾸준히 복용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어서 처방전을 들고 근처 대학병원에 갔고, 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목 주변 CT촬영을 진행 후, 암 전이가 의심되어서 PET/CT(펫시티) 촬영를 했습니다. 진단 결과는 갑상선 양쪽에 이미 암이 퍼진 상태였고, 림프절에도 암이 전이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건 다행히 뼈나 다른 장기로의 전이는 없었어요.

예전에는 암의 진행 상태를 몇 기로 나누어 진단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따로 몇 기라고 말씀해 주시지는 않더군요.

나중에 암 관련 서적을 읽고 영상을 찾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과거에는 육안으로 보이는 암의 크기와 퍼진 정도를 기준으로 기수를 판단했지만, 최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암들이 어디에 퍼져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암을 기수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구요.

'병은 널리 알려야 빨리 낫는다'는 말이 문득 떠올라 용기를 내어 주변 지인들에게 남자친구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제 주변에 암 투병 경험이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그분들은 암 환우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을 만큼 건강하고, 오히려 삶에 대한 더욱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지내고 있었으니까요.

그 분들의 투병 이야기를 직접 듣고 보니, 막연했던 암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씩 옅어지고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어요. 인터넷을 통해 암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주로 책이나 영상을 통해 암 투병을 성공적으로 이겨낸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더 큰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수술 일정을 최대한 빠르게 잡으려 했지만, 때마침 불거진 의료 파업의 영향으로 수술 날짜가 무려 2개월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두려움에 수소문 끝에 갑상선 암으로 유명한 병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다른 대학병원과 2차 병원을 추가로 알아보며 직접 전화 문의를 했는데 대부분 초진 예약을 잡는 데만 2~3달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A병원에서는 감사하게도 빠른 초진 예약을 잡아주셨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갑상선 암과 유방암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라 여성 환자분들의 비율이 매우 높은 곳이었습니다.

병원 대기실에 가득 찬 수십 명의 환자분들을 보면서 '아픈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나에게만 이런 힘든 일이 닥친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원장님께서는 진료를 보신 후 임파선 전이가 많이 진행된 상태라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며 진료비조차 받지 않으셨습니다. 생각보다 상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마음이 더욱 심란해졌습니다.

수술까지 남은 두 달 동안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남자친구는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하면서도 식단을 관리하고 주말에는 등산을 다니며 체력 관리에 힘썼습니다.

수술하기 몇일 전에 연차를 내고 집에서 쉬다가 수술 하루 전 짐을 챙겨 B대학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다음 날 주치의 교수님께서 오전 수술이 있으셔서 그 수술이 끝난 후 오전 11시경부터 수술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술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져 오후 7시가 다 되어 끝났습니다.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남자친구는 세 달 정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목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했습니다. 목에 선명하게 남은 흉터가 신경 쓰여서 수술 한 달 뒤 절개 부위가 어느 정도 아물었을 때쯤, 의사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재생 연고를 구매하여 사용했습니다. 가격이 다소 부담되긴 했지만 3주에 한 통씩 6개월 동안 꾸준히 사용한 결과 흉터가 눈에 띄게 옅어졌습니다.

흉터를 없애는 레이저 치료도 고려했지만, 연고를 바르는 것이 몸에 무리도 덜 가고 비용 면에서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회복하고 관리만 잘 하면 되겠지 하고 안심하려던 찰나, 수술 후에도 암 수치가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걱정이 되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받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셨고, 수술을 한 B대학병원에서는 고용량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지 않으니 C대학교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으라고 하시며 진단서를 써주셨습니다.

C대학교병원 핵의학과에 진료 예약을 하고 방문했더니, 한 달 내로 고용량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의료 파업의 영향으로 의사 선생님의 일정이 맞지 않아 또다시 2개월 뒤로 치료 일정이 잡혔습니다.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고용량)는 약물을 복용하는 방식의 치료로, 병원 내 격리된 병실에서 1박 2일 동안 입원하여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먹는 약으로 하는 항암 치료였습니다. 치료를 받기 전 암 세포를 굶겨야 한다는 설명에 따라 입원하기 2주 전부터 철저한 저요오드 식단을 시작했습니다.

식단 관리를 위해 무요오드 소금, 간장, 고추장, 김치를 따로 사서 직접 요리하여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매 끼니를 직접 해 먹는 것이 쉽지 않아 고민하던 중, 저요오드 식단 밀키트를 판매하는 곳을 알게 되어 1주일치를 주문해 보았습니다.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식단 준비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남자친구는 속이 미식거린다고 하여 일부 음식만 먹었고, 결국 나중에는 거의 직접 요리해서 먹게 되었습니다. 무요오드 간장을 사용하는 것도 속이 좋지 않다고해서 막판에는 무요오드 소금으로만 음식 간을 해서 먹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식욕이 많은 타입이 아니었는데도 식단 조절이 쉽지 않아서 힘들어했어요. 2주간의 저요오드 식단이 끝나고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병원에서 약을 복용한 후에는 몸에서 방사선 배출을 돕기 위해 열심히 물을 마셨고, 30분마다 타이머를 맞춰놓고 침샘 마사지를 꾸준히 했습니다. 침샘 마사지와 물을 열심히 마신 덕분에 퇴원할 때 방사능 수치가 많이 내려가서 무리 없이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입원하고 3일 후에 퇴원하면서 병원에서 사용했던 슬리퍼나 속옷 등은 모두 폐기하고 나왔습니다. 집에 올 때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차 보조석 뒤쪽에 앉아 이동했고, 집에 도착해서도 2주 동안 방 안에서만 지내며 안방에 딸린 화장실을 혼자 쓰면서 자가 격리 생활을 했습니다. 격리 기간이 끝난 후에는 사용했던 식기들을 물에 삶아 소독하고 이불도 깨끗하게 세탁했습니다.

4개월 후 목소리가 돌아오고 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어 회사에 복직했지만, 암 수치가 여전히 정상 범위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회사 복직 후 한 달쯤 지났는데도 목에 있던 혹이 사라지지 않아 주치의 선생님께 여쭤보니, 수술 후에 바로 가라앉지 않을 수도 있다며 좀 더 기다려보자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목의 감각이 완전히 돌아왔는데도 혹은 그대로 남아있어 다시 조직 검사를 진행했고, 안타깝게도 암이 재발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암 재발 소식을 듣고 다행히도 그다음 주에 바로 2차 수술 예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2차 수술은 2시간 만에 끝났고, 수술 부위도 적어서 그런지 회복도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두 번째 수술 이후에 남자친구는 몸에 좋지 않은 식단은 단호하게 끊었어요. 불과 1년 사이에 두 번의 암 수술을 통해서 건강의 중요성을 뼛속 깊이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휴식을 취하며 운동과 식단 조절에 집중하며 건강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월 1회 이상 사우나에 가서 땀을 뺄 때마다 수술 부위 회복이 느껴져 좋다고 하더군요.

식단은 채소 위주로 조절하고 고기는 소량만 먹으면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완치 판정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렇게 건강한 생활을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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