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의 나이에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았다면 당뇨병이 없는 동년배보다 췌장암 발병 위험이 7.5배로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희승·방성민 교수,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 공동연구팀은 "2002∼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한 국가검진에서 당뇨병을 진단 받은 성인 8만 8396명과 같은 수의 비당뇨 대조군을 대상으로 췌장암 발병 위험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내분비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임상 내분비학·대사 저널(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에 발표됐다.
췌장암은 국내에서 5년 생존율이 9%에 불과한 암으로 전체 암 중에서는 사망률 5위에 해당한다. 발병해도 증상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환자가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데다 발견 후에도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10∼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췌장암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을 관리해 예방에 힘쓰는 게 최선이다.
이번 연구에서 당뇨병은 확실한 췌장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의 전체적인 췌장암 발병 위험이 당뇨병이 없는 사람의 2.8배인 것으로 추산했다.
주목할 부분은 당뇨병 진단 후 3년 동안에 췌장암이 발병할 위험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당뇨병 첫 진단 후 3년 동안의 췌장암 발병 위험이 당뇨병을 진단받지 않은 사람보다 3.8배 높은 것으로 집계했다. 당뇨병을 진단받은 지 3년이 넘은 경우와 비교해도 췌장암 발병 위험은 1.5배였다.
특히 췌장암을 가장 조심해야 할 경우는 50세가 넘어 새롭게 당뇨병을 진단 받은 사람이었다. 이런 경우는 당뇨병이 없는 같은 연령대과 비교해 췌장암 발병 위험이 7.5배로 치솟았다. 연구팀은 "50세 넘어 당뇨병이 새로 생겼다면 최소 3년 정도는 췌장암 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췌장암은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고위험 요인에 대한 감시를 통해 조기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 진단 후 체중 감소 복통 통증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이 함께 발생했다면 병원을 찾아 췌장암 검사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