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잔의 술은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무너지고 있다.
소량의 알코올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서구 의학계의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하루 2~3잔 이하의 소량 음주라도 1주일에 5회 이상 지속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병 위험이 46%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 연구팀(이휘원 박사, 황단 박사과정)은 2004~2013년 도시 기반 역학연구에 참여한 40~69세의 건강한 중장년 12만8218명을 대상으로 8.6년에 걸쳐 소량 음주가 위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암 생물학 및 의학' 에 실렸다.
연구팀은 2004~2013년 동안 40~69세의 건강한 중장년 12만8218명을 8.6년에 걸쳐 추적 관찰했다. 이 기간 847명(남 462명, 여 385명)이 위암 진단을 받았다. 그 결과, 남성은 음주자의 위암 발생 위험이 비음주자보다 3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이런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음주하는 여성의 숫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주당 음주 빈도가 1회 증가하거나 한 번에 섭취하는 음주량이 10g 증가할수록 위암 발생 확률도 이에 비례해 증가했다. 특히 소량이어도 꾸준한 음주는 위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였다. 연구팀은 하루 40g 미만의 알코올을 1주일에 5회 이상 마시면 위암 발생 위험이 46%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만성적인 알코올 노출이 위 점막 세포의 유전자(DNA)를 영구 손상시키고, 알코올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도 손상된 DNA의 복구 과정을 억제하면서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위장관 내 활성산소의 생성과 나이트로사민과 같은 발암 물질을 활성화한다는 점도 원인으로 파악된다. 강대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중·장년층 남성의 잘못된 음주 습관이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소량의 음주를 하더라도 반드시 다음날은 금주하는 방식으로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