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환우의 이야기
윤규진 씨(70)는 간암 환자다. 경동맥 화학 색전술로 암세포 3.7cm짜리 한개, 1cm 짜리 한 개를 없앴지만,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은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누가 봐도 암 환자라고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얼굴 혈색이 좋았고, 달변인 데다가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초조함이나 두려움 같은 게 없는 듯했다. 똑똑한 투병, 긍정적인 암 관리를 하고 있는 윤씨와 에너지 넘치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윤씨는 60~70대 연령에는 적지 않은 수직감염(엄마에게서 B형간염 바이러스를 물려 받는 것)으로 인한 B형간염 보유자다. 그는 40대 중반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에 다니며 B형 간염을 치료했는데, 증상이 사라진 뒤 주치의는 약 처방 없이 “이제 괜찮다”고 했다. 입시학원 상담실장으로 활발한 사회 활동, 인적 교류를 했던 그는 안심하고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사실 증상은 못 느꼈지만 B형간염 바이러스는 그의 간을 조금씩 손상시키고 있었다. 윤씨는 몇 개월 후, 건강 검진에서 간암 진단을 받고 곧바로 집 근처 대학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간 이식 수술 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에 갔는데 치료 방법은 똑같았다. 의사는 “간경변 때문에 간이 많이 손상돼 있어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 받아야 한다”고 했다.
B형간염을 제대로 치료, 관리하지 않으면 간경변으로 발전한다. 간경변은 만성적인 염증 때문에 정상적인 간세포가 섬유화돼 간기능 저하가 생긴 상태를 말한다. 음식물 소화에 핵심적인 기능을 하고 해독, 살균 작용을 하는 간이 제 기능을 못하면 건강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간경변은 간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윤씨는 안타깝게도 B형간염 악화 → 간경변 → 간암 발병이라는 전형적인 B형간염 악화의 과정을 밟은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간이식을 피해보려고 했던 윤 씨는 세 번째로 찾아간 대학병원 의사에게 다른 치료 방법을 찾아 달라고 간청했다. 의사는 경동맥 화학 색전술을 해보자고 권했다. 간암 치료에 많이 쓰는 경동맥 화학 색전술은 간암 세포에 공급되는 영양분과 산소를 차단해 암을 죽이는 치료법이다. 사타구니의 대퇴동맥을 통해 도관을 간동맥에 삽입한 뒤, 항암제와 색전 물질을 삽입해 암세포와 연결된 간동맥을 차단한다. 윤씨는 그 뒤 2개월 마다 CT를 찍어 재발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받은 검사까지 7개월 간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질문: 갑자기 간암 진단을 받으셨다고 했는데, 이전 건강 검진에선 왜 발견이 안됐을까요?
윤규진 씨: 그러게 말입니다. 간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집 근처 한 빌딩의 관리소장을 했기 때문에 매년 건강 검진을 했어요. 그렇게 건강 관리를 해오다, 갑자기 동네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했는데, 초음파 검사에서 결절이 보인다고 해서 대학병원 검사로 최종 확인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원인은 있어요. 제가 B형간염 보유자인데, 그걸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 같아요.술도 많이 마셨고…
질문: 간암 진단을 받았을 때 심정이 어떠셨나요?
윤규진 씨: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지요.
윤규진 씨 부인: 제게도 청천벽력이었죠. 그런데 내가 정신을 차려서 저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요. 제 신랑인데…빨리 완치됐으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어요.
질문: 대학병원 2곳에서는 간 이식을 하라고 했는데, 왜 안하셨는지요?
윤규진 씨: 우리 집사람과 아이들이 간을 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못할 짓인 거라..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질문: 경동맥 화학 색전술 치료를 받으셨는데, 어떠셨나요?
윤규진 씨: 통증이나 부작용 같은 게 꽤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는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열흘만에 퇴원했는데, 2주 정도까지는 따끔거리더라고요. 사실은 치료 전부터 한의원에서 운비제라는 운모가루를 처방받아 먹고 있습니다. 간암 판정 받고 나서 집사람이 '뭐라도 해보자'고 하면서 인터넷을 뒤지고 여기 저기 물어봐서 찾은 것인데, 통증이 줄고 암 치료 효과도 있다고 해서 먹는 중입니다. 대학병원 의사 선생님은 ‘색전술을 해도 간암은 재발이 잘 되니 두 달에 한 번씩 CT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지금까지 재발도 없고 몸도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색전술 치료도 잘 된 것 같고, 운모가루를 먹는 것도 암 치료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질문: 앞으로 병원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윤규진 씨: 사실 색전술 이후 대학병원에서 따로 치료를 받는 건 없고, 병원에서 준 약(바라크루드: B형간염 치료제)을 먹으면서 정기적인 검사로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만 합니다. 한동안 2개월마다 검사를 했는데, 재발이 없었으니까 그다음 검사는 3개월 뒤에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제가 할 일만 남은 거죠. 간암이 재발 안되게요.
질문: 지금 몸 상태는 어떠신가요?
윤규진 씨: 컨디션이 아주 좋아요. 간암 진단받고 직장을 그만 뒀어요. 매일 산에 가고 운모가루(운비제)와 몸에 좋은 음식을 잘 챙겨 먹고 있고요. 반신욕도 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줍니다. 가끔 친구들도 만나고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질문: 요즘 하루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제가 예전부터 아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범생이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 7시15분에 일어나 가볍게 체조를 하고 7시30분에 아침 식사를 합니다. 10시에 운모가루를 먹고 11시에는 아몬드, 호두, 브라질너트 같은 견과류와 토마토로 간식을 먹습니다. 12시30분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3시에 비트, 채소로 만든 야채즙을 마시고 산에 갑니다. 매일 7000~10000보를 걷습니다. 밤 11시에는 꼭 잡니다. 늘 똑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