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6년차 유방암 경험자 타샤에요. 아직 호르몬 치료가 1년 정도 남아있지만, 어느새 3개월 뒤면 산정특례 만료(5년)를 앞두고 있네요.
지난 달부터 우연히 <함께하는 아름다운 나의 삶>이라는 주제로 유방암 이후 마음 건강을 돌보는 심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주 1회 명상과 긍정심리 기반 미술 활동을 다른 유방암 경험자분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프로그램 첫 날 만난 다른 암경험자 두 분은 치료를 마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어요. 그분들을 뵌 순간 치료 후 1년 정도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시기가 떠오르더라고요.
치료는 끝났어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당혹감, 예전 같지 않은 체력, 제대로 자라지 않은 사자 같은 곱슬머리,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지내는데 나만 동떨어진 것 같은 마음까지. 주위에서는 이제 치료도 끝났으니 즐겁게 살라는데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나름대로는 여러가지 노력(실은 많은 시행착오도 포함되어 있는)을 했어요. 좋다는 영양제는 다 사서 한 움큼씩 먹기도 하고, 영양 코칭 프로그램도 신청하고, 암생존자지지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명상, 수면, 운동, 심리지지 등)은 죄다 수강하고…
그런데 무너진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한 번은 그룹 심리상담을 비대면으로 참여했는데, 웃으면서 자기소개를 하다가 갑자기 막 눈물이 나는 거에요. 입은 웃고 있었는데 눈물을 흘리는 아이러니함이라니.
그 뒤에 다른 환우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또 눈물을 펑펑 흘렸고요. 치료는 끝났는데 나는 왜 이런가 싶기도 했어요. 막 복용하기 시작한 호르몬약의 부작용인 관절통으로 자다가 깨기도 하고, 허리를 펴기도 힘들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도 되고 서러웠어요.
그런 기억이 스쳐가면서 그 때의 저처럼 불안한 눈빛을 보게 되니 마치 제가 선배가 된 것 같았어요. 물론 저보다 연배는 많으시지만, 병의 경험에 있어서는요. 치료를 마쳐서 좋긴 한데 마음이 불안하다고, 호르몬 약 때문에 여기저기 불편한데 딱히 이야기할 곳이 없어서 외롭다고 하셨어요. 저도 그 맘 때 딱 그랬다고 말씀드렸더니 놀라면서도 위안이 되는지 표정이 편해지시더라고요.
수업이 진행되면서 좀 더 친해지니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보셨어요.
“혹시 영양제는 어떤 걸 먹고 있어요?”
“식이 관리 너무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호르몬 약 부작용은 얼마나 오래 갈까요? 너무 힘들어요.”
“면역 치료 같은 것도 효과가 있을까요?”
“머리카락이 너무 곱슬머리로 나는데 괜찮나요?”
“주위에서는 이제 다 나았지 않냐고 하는데, 저는 아직 힘들어요.”
“혹시 같이 치료받으셨던 분 중에 재발하신 분은 없나요?”
순간 똑같은 장면을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바로 치료를 마치고 저보다 2년 선배였던 언니에게 제가 물었던 내용과 어쩜 그리 똑같은지. 저의 폭풍 질문 세례에 그저 웃으며 내 맘 안다고, 조바심 내지 말고 천천히 하면 된다던 언니가 생각나더라고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언니에게 안부 인사 겸 연락을 했어요. 그 때도 지금도 늘 씩씩한모습으로 한없이 커 보이기만 하는 선배에게요. 낮에 있던 일을 이야기하며 한참 웃었어요. 그 때 제 표정과 눈빛도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했다고, 이제 그 때 언니가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냐고 묻더라구요.ㅎㅎ
실은 저는 위의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어요. 단지 조금 먼저 경험했으니 저는 이러저러했다고 이야기해드릴 수 밖에요. 정답이 있는지도, 혹은 있더라도 제가 정답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도 알 수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조금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조금 나아질 거라는 건 분명해요.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힘이 있으니까요. 물론 당장은 걱정되고 조바심이 나겠지만, 스스로를 믿고 조금만 기다리다 보면 언제 그랬나 싶게 되는 순간이 올 거에요.
실은 이 말은 당시 걱정하고 힘들어하던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지금은 일단 치료를 잘 마쳤음에, 치료 때보다 신체적으로는 덜 힘든 것에 감사하면서, 몸과 마음이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리면 어떨까요.
조금 먼저 경험했을 뿐, 정기 검진을 앞두고는 여전히 전날 밤 잠을 설치고 의느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암 경험자의 이야기지만 작은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행복한 매일을 응원드려요. 매일 해피엔딩!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