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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유방암 재건 이야기, 파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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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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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유방암 재건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삼중양성 유방암 2기로 진단받고 선행 항암치료와 전절제 수술을 마친 뒤, 현재 호르몬 및 표적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유방암 환우입니다.

6번에 걸친 선행 항암이 끝나고 드디어 수술대에 오르던 날, 참 복잡 미묘했던 감정이 생각나요. 수술실로 향하면서 제 머릿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어요. 수술 전에 찍었던 MRI에서 암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부디 이게 완전관해이기를 기대하는 마음, 아주 큰 마일스톤을 넘는다는 벅참, 그리고 교수님과 상담했던 대로 확장기를 넣게 되면 또 한참이 지나서야 재건수술을 하게 되기 때문에 겪을 긴 기다림 등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어요.

그렇게 수술이 끝났어요. 수술과 항암이 끝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는데, 잃어버렸던 제 가슴과 머리카락이 너무나 그립더라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데이트도 하고 싶은데, 몸이 이렇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비록 쉽지 않은 과정일지라도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재건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 암세포는 유두 바로 뒤에서 발견되었고, 그래서 유두 제거를 피할 수가 없었어요. 교수님께서는 유두를 살렸다가 재발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만에 하나를 대비해 유두를 포함한 전절제를 단호하게 권유하셨죠. 재발이라는 최악의 가능성을 1%라도 줄일 수 있다면, 유두 하나를 잃는 것은 기꺼이 감수해야 할 대가라고 생각했고, 덕분에 큰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전절제는 또 다른 관문을 열더군요. 피부를 함께 절제해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피부가 부족해지고, 제가 워낙 마른 체형에 지방도, 가슴도 작은 터라 바로 보형물을 넣을 수가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재건을 하려면 먼저 조직 확장기를 넣어 피부를 충분히 늘리는 단계가 필요했습니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제 가슴에는 딱딱한 조직 확장기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인조진피로 둘러싸여 있다는 말에 막연히 부드러울 거라 상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어요. 일반적인 가슴 보형물처럼 말랑한 것이 아니라, 아주 무겁고 동그란 그릇 형태의 물주머니를 가슴 피부 밑에 넣어둔 것처럼 못생기고, 단단하고, 불편했습니다. 그 동그란 가장자리는 제 갈비뼈를 끊임없이 짓누르며 통증을 유발했고, 여기에 땡땡하게 부은 가슴을 24시간 내내 압박 브라(써지브라)로 조여야 하는 답답함까지 더해졌죠.

일상의 모든 순간이 도전이었습니다. 편안하게 옆으로 누워 잠을 잘 수도 없었고, 옷을 입을 때마다 딱딱한 확장기 위로 옷감이 스치는 느낌이 낯설었어요. 전절제를 해서 감각이 없다시피 했지만 조금은 남아있더라구요. 그리고 한번은 무심코 높은 곳의 물건을 잡으려 팔을 뻗었다가 팔이 올라가지 않아서 놀라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그저 불편한 정도였는데, 배액관을 빼고 좀 살만하다 싶을 때쯤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어요. 눕거나 일어날 때, 허리를 숙일 때면 확장기 부위가칼로 찌르는 듯 아파서 저도 모르게 '억'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나중에 외래에서 확인해보니, 붓기가 빠지면서 쭈글쭈글해진 확장기 주변으로 물(장액종)이 차오르며 신경을 누른 것이 원인이었어요. 진통제로 버티다 병원에서 주사기로 물을 빼내야 했는데, 가슴을 쥐어짜는 과정이 정말 고통스러웠지만신기하게도 물을 빼고 나니 통증은 바로 사라졌습니다.

참고로 일반적인 가슴 보형물의 경우 말랑말랑한데에 비해, 이 확장기는 아주 무겁고 동그란 그릇형태의 물주머니를 가슴 피부 밑에 넣어둔 것 같아서 예쁘지 않고, 단단하고, 불편해요. (보형물 재건수술 후에는 아주 가볍고 예쁘고 편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확장기에는 식염수를 주입하기 위한 포트(port)가 달려있고, 의사가 자석으로 이 포트 위치를 찾기 때문에 금속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래서 공항 금속탐지기에서 걸리게 됩니다. (몇 번 비행기를탔지만 다행히 문제 삼는 경우는 없었어요.) 또,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자성 때문에 MRI 촬영도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이 점도 꼭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고 난 뒤부터는 2주에 한 번씩 성형외과를 찾아 확장기에 물(식염수)을 채우는, 본격적인 피부 늘리기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사기로 식염수를 주입할 때마다 피부가 팽팽해지며 늘어나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조금씩 본래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는 가슴을 보며 한 걸음씩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지만, 항암이 끝나고도 2주마다 병원을 찾아가게 되니 참 끝이 없다 싶기도 했어요.

그렇게 몇 달에 걸쳐 확장기에 물을 모두 채웠고, 올해 겨울쯤 마지막 보형물 교체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물을 다 채운 후에 최소 2개월이 지나서 자리가 잡힌 후 에야 보통 재건이 가능한데, 저는 여러 고민 끝에 겨울이 회복하기에 더 수월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 보다도 조금 더 천천히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인지 수술날이 더 기다려지네요.

돌이켜보면 재건의 과정은 단순히 몸의 형태를 복원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항암 때는 정말 항암만 끝나면 살 것 같았는데, 또 항암과 수술이 끝나고 나니 내가 원래 가졌던 것이 그리워지고, 더 행복하게 살고싶어져요. 그래서 내친김에 그 동안 가져보지 못했던 큰 가슴이라도 가져보자 하고 전절제한 반대 쪽 가슴도 미용수술을 같이 진행하려 합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이 계시다면, '암 수술을 했는데 미용 수술을 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혹은 암 환자가 사치스럽게 무슨 미용 수술이냐 하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 모든 과정은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함 입니다. 누구도 이런 선택에 대해 환자를 비난할수 없어요. 암 수술을 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이 고생 해서 고쳐놓은 몸으로, 앞으로 남은 길고 긴 인생을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하니까요.

지금 당장은 재건이라는 단어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약 이 문제가 여자로서의 정체성과 자신감에 영향을 줄 것 같다면 꼭 고려해 보시길 추천해 드려요. 동시 재건이 가능한 경우도 많고, 전절제의 경우에는 보험 적용도 되니까요. 수술 후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충분히 고민하고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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