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 경험 공유

#1. 암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세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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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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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투양성 유방암(3C) 환우 세이디 입니다.

2024년 7월 암 진단을 받은 후 선 항암 6회, 전절제술, 방사선25회를 마치고 후항암중인데요,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변화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내 삶이 암 진단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될 만큼, 암 진단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생활의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삶에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기죠. “왜 하필 나야? 내가 왜 암에 걸렸을까?”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잠도 안 오고, 자신을 자책했다가 주변을 원망도하며, 한동안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 같습니다.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 같아요.

 

암 진단을 받고 가장 많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유튜브 검색’ 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와 비슷한 케이스의 암 환우들을 유튜브를 통해 만나게 되죠.

유튜브를 하는 환우들의 경우 삶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우린 이들을 보며 두 가지 양가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나는 “이런 분들도 수년간 항암 하며 꿋꿋하게 살아가시는데, 나도 힘을 내서 잘 이겨내야지“ 하는 격려와 위로의 마음. 다른 하나는 ”이분들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잘 극복하고 계신데, 왜 나는 이렇게 부정적이고 감정이 다운되는 걸까?“ 하는 비교하는 마음.

그날의 내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른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한번 그런 채널들을 보다 보면 알고리즘에 의해 나와는 다른 암으로 투병중인 환우들의 채널도 알게 되는데요, 몇 년간 채널을 잘 운영하시다가 건강이 악화되어 잠시 중단되거나 끝내 세상과 이별하신 경우들을 보게 됩니다. 그럴 때 마음이 참 힘들고

혹시 나도 치료가 끝난 후 전이나 재발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죠.

 

암 진단을 받으면 내 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정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누구는 이렇게 해라, 누구는 저렇게 해라 하는 상반된 의견들을 듣고 있으면 혼란스럽고 내가 가야 할 방향이 모호해지기도 합니다.

암 진단 시 정말 당장 필요한 결정, 이를테면 어디에서 치료를 받을지 병원을 선택하는 일과 치료 계획이 세워졌다면, 다른 정보검색은 잠시 가족들에게 맡기고 환우 본인은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치료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정보들을 얻게 되는 경우들도 많고, 결국에는 차차 알게 됩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돌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정보 수집에만 급급하다보면 정작 앞으로 치료 과정을 잘 이겨낼 마음의 힘이 약해질 수 있어요.

내 마음의 힘이 왜 중요할까요? 암 투병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가족도, 배우자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데 한계가 있고, 친구들의 격려와 응원 역시 처음에는 그런 감정적 지원이 많을 수 있지만,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결국 나와의 싸움이 되는 것 같아요.

변화된 상황을 빨리 수긍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 마음의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점차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이런 생각이 도움이 되었어요.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내 반응은 바꿀 수 있다“

 

사람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상황을 만날 때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암이라는 병이 찾아온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죠. 그래서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고요. 하지만 암에 걸렸다고 당장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달라진 내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반응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겨우 40여 년 남짓 살면서 깨달은 건, 모든 일이 100% 얻는 것만 있지도, 그렇다고 잃는 것만 있지도 않다는 거예요. 암이 나에게 찾아옴으로 인해 분명 내가 얻는 것도 있거든요.

암 진단을 받으셨다면 꼭 시간을 내셔서 자신의 마음을 다독여주시고, 잘 이겨낼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그런 나에게 어떤 보상을 해 줄지도 생각해 보시고, 이 경험이 내 인생에서 어떤 유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때론 질병의 유무나 병기보다 내 마음의 힘이 치료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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