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투양성 유방암(3C) 환우 세이디 입니다.
2024년 7월 암 진단을 받은 후 선 항암 6회, 전절제술, 방사선25회를 마치고 후항암중인데요,
이번 이야기는 지방에 거주하시는 환우분들에게 어떤 고충이 있고, 병원 선택 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전라도에 거주하는 저는 산부인과 진료 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서 조직검사를 해 보라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조직검사를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하게 되었어요.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 3C기, 임파선 전이가 꽤 진행이 많이 되었고 수술이 불가능하여 선항암을 진행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죠. 문제는 3주에 한 번씩 항암을 하러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과연 쉬울까? 게다가 혹시라도 피검사 수치가 안 좋아서 항암이 밀리게 되면 서울을 더 자주 가야 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더라고요.
7월 한 달만 해도 서울에 검사하러 다니고 결과 보고 한다고 이래저래 교통비가 거의 40만원 가까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집근처 병원에 전원이 되는지 먼저 확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확인 결과 의료파업으로 유방암 초진 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하셨고 (다른 과, 다른 종류의 암은 받아주는지 모르겠어요.) 저의 선택지는 서울이었죠.
신랑과 가족들과의 상의 끝에 저는 치료 기간 동안만 경기도권으로 이사를 해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서울 월세는 너무 비싸서 그나마 서울로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거리의 지역을 선택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지금 그 결정에 대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방에 사시는 모든 분들이 치료 때문에 쉽게 이사를 하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녀가 없기에 가능했어요.
제가 아직 치료를 앞둔 지방에 사시는 환우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저처럼 이사를 하라는 뜻이 아니라 지방에 사는 암 환자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닐 경우 어떤 고충이 있는지 충분히 고려를 하시고 장단점을 숙지하셔서 결정하시면 좋겠다는 의미로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검색창에 “큰병은 서울로 병원촌 사람들” 이라는 제목으로 검색을 하시면 지방에 사는 암 환자들의 고충에 대한 관련 영상을 보실 수 있는데요, 그나마 저처럼 3주에 한번 사이클로 항암을 하는 경우는 그래도 한번 해볼 만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유방암도 아형이 다 다르고,
아형에 따른 항암제도 다릅니다. 항암제마다 사이클도 다 다르고요. 1주에 한 번씩 맞아야 하는 항암제의 경우 매주 서울을 왕복해야 하고, 호중구 수치나 다른 수치들이 떨어져서 항암을 못하는 경우 허탕을 치고 다시 돌아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아시는 분은 이 문제 때문에 병원
근처에 한 달 살기로 집을 구해서 다니시거나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방사선 치료의 경우는 더 문제가 됩니다. 방사선 치료는 매일 주 5회를 가야하고, 케이스마다 치료 횟수가 다르지만 거의 한 달에서 한 달 반 매일 병원을 가셔야해요. 이런 경우에도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다니시거나 병원근처에 숙박을 하십니다. 혹은 방사선치료의 경우 집근처 지방 대학병원으로 전원하여 치료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암 치료는 장기전입니다.
병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렇지요.
치료 초반에는 지방에서 서울까지 KTX를 타고 다닐만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지치게 됩니다. 저도 병기가 높은 편이라서 치료기간이 1년 반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행여나 치료 중간에 다른 문제가 생기거나 재발 전이가 되면 치료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지방이라도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지방에 사시거나 KTX가 있는 지방에 사시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저의 경우, 제가 사는 곳에는 KTX가 없어서 차로 옆 도시에 있는 역으로 이동한 후 KTX를 타고 용산역으로 갑니다.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병원 셔틀버스를 타야 병원에 도착하지요. (편도 4시간 이상 소요) 컨디션이 좋은 사람도 이렇게 왕복을 한다면 힘들 거예요. 그런데 항암을 하는 암 환자라면 얼마나 힘들까요?
따라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선택하신 지방에 거주하는 분들이라면 이동 거리와 이동 시간, 피로도, 치료기간, 교통비와 식비, 숙박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도 소위 말하는 빅5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을지 2차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을지 결정하는 거예요.
물론 사람의 마음이 최고의 의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싶은 마음, 내 가족이 올바른 진단과 최상의 치료를 받기를 원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기서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장단점을 정확히 숙지하고 내가 어떤 종류의 암인지 다시 말해 희귀암인지 아닌지, 치료가 까다로운 암인지 아닌지, 병기가 높은지 초기암인지에 따라 병원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급종합병원은 진료예약이 종합병원에 비해 까다롭고 어려워요.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외래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병원에 문의하셔서 필요한 서류들을 꼼꼼하게 챙겨 가셔야 외래 진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약 대기 기간도 상대적으로 더 긴 편이에요.
내 마음은 초조하고 불안한데 외래 진료까지 한 달 두 달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는 환자들의 수가 많아서인지 입원항암, 입원방사선치료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암 환자를 다 해주지는 않아요.
2차 종합병원의 경우 상급에 비해 진료예약이 훨씬 수월하고 대기 기간도 짧은 편이에요. 따라서 정말 하루라도 빨리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라면 대기 기간이 긴 상급병원보다 2차 종합병원으로 가셔서 치료를 빨리 시작하시는 것이 환자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다니는 대학병원은 입원항암과 입원방사선치료가 가능합니다. 먼 지방에 사시는 분들에게 이것이 엄청난 메리트라는 것을 치료를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특히 방사선치료의 경우에는 입원이 안 되는 경우 병원 근처에 숙박을 하시거나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치료를 하셔야 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다니는 병원은 방사선 치료도 월요일 입원, 금요일 퇴원 (방사선 치료 5회) 이후 주말은 집에서 보내고 다시 월요일에 입원을 하면서 치료가 가능했습니다. 물론 날마다 다니는 것이 가능하신 분들은 통원치료를 하셨지만 거리가 먼 지방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입원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 이었어요. 따라서 내가 선택하려고 하는 병원이 입원항암, 입원방사선이 모두 가능한지 문의해 보신다면 나에게 맞는 병원을 선택하시는데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서울과 거리가 먼 지방에 사시는 환우 분들에게 저의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살면서 한 번도 서울에 사는 사람이 부러운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아파서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녀야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치료를 위해 먼 거리 이동하시는 환우분과 가족분들 파이팅입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