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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장암환자에게 '장에 좋은' 음식이라니??!! - 데이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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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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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데이비드입니다.

대장 중에서도 S결장이 없는 저는 장에서 대변을 잘 만들지 못합니다.

완치가 된 이후에는 장이 조금 적응을 해서 그래도 웬만하면 정상변을 보는 편이긴 하지만,

그대로 조금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바로 신호가 오는 편이예요.

장이 이렇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긴 하죠.

대장을 30cm나 절제를 했으니 말이에요. 여기서 오는 오해가 조금 있더라구요.

‘대장암이니 장이 좋지 않다. 장이 좋지 않으니 장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대장암 환우분들! 수술 후에는 되도록 이런 이야기들을 듣지 말아야 합니다.

정확하게는 왜 이런 말이 나왔고, 대체 장이 좋은 음식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죠.

정상적인 일반인 기준으로 장에 좋은 음식은 대부분 장에 있는 찌꺼기들이

오랫동안 붙어있지 못하도록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 주는 음식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고구마, 바나나, 아마씨 같은 것들이죠.

대장암 환자는 수술 후에는 대장이 짧아져 있습니다.

각각의 부위마다 하는 일들이 있을 텐데요. 대장의 일부를 잘라냈으니,

이제 원래 제거된 대장이 하던 일들을 수술로 이어붙여놓은 주변 대장들이 해 줘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 본 적이 없는 일들이라 걔들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 적응은 1-2년으로 끝나지 않더라구요.

저 같은 경우를 보세요. 2014년에 암 판정 후 수술을 받고,

2020년에 완치판정을 받았는데도 아직 제 장은 틈만 나면 문제가 생기거든요. 

대장에 좋다고 알려진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대장의 활동을 매우 활발하게 해 줍니다.

가뜩이나 발병 부위 주변 대장들이 어떤 일을 해야할지도 모르고 서투른데,

장 활동을 활발하게 해서 업무를 가중시키게 되면 그 역할마저 하지 않고 지나가게 될 거예요.

특히나 항문쪽에 가까운 대장을 절제했다면

아마도 당분간은 화장실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대장에 좋은 음식을 주변에서 추천해 주면 그냥 마음만 감사히 받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마세요.

그리고 항상 음식을 먹을 때, 섬유질이 많지는 않은지 꼭 확인하고 드시기를 권장드립니다.

그래도 몸이 안좋다고하면 우리는 몸에 좋은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잖아요?

대장암은 뭘 덜 먹어서 생긴 병은 아무래도 아닐것 같더라구요.

더 먹어서 생긴 병이 아닐까 싶어서 웬만하면 회복하겠다고 뭘 더 먹는 건 안하고 있습니다.

딱 하나 먹는게 있는데요.

유산균만 먹고 있어요.

장 속 유익균이 많으면 좋다고 하고 실제로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고,

유산균은 적정량만 먹으면 탈이 날 일도 별로 없더라구요.

유산균도 저는 그냥 가루로 된 걸 섭취하고 있는데요.

이유는 다른 음식이랑 섞이게 되면 그 섞인 것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더라구요.

유산균 음료는 아무래도 우유같은 성분이 섞여서 그런지 먹으면 항상 배가 아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산균 음식이 있죠? 바로 김치.

한국인이 김치를 못먹는다는건 뭔가 자존심도 상하고

전통을 지키지 않는 것 같은 죄책감이 있는데, 대장안 환우는 예외로 하자구요.

매운 것을 먹으면 이것도 대장 운동을 아주 활발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섬유질 섭취했을 때 처럼 힘든데, 김치같은 음식은 그걸로 끝나지 않더라구요.

매운 음식이 가져다 주는 따끔함?이 있습니다.

매운 음식은 아프지 않을 때도 많이 먹으면 좋지 않았잖아요?

이제는 좀 참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저도 수술하고 10년이 넘어서야 아주 가끔 조금씩 먹고 있는데요,

역시나 이런 욕망을 해결하면 댓가는 반드시 또 다른 측면으로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주변에서 자꾸 장에 좋은 음식을 권한다면 이 글을 보여주세요.

특히나 환우 가족분들에게는 이 글을 비롯해서 제가 쓴 글을 한 번 보여주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들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한 말은 잘 안들어주는데, 남이 한 말은 잘 들어주더라구요.

그럼 좋은 음식들 잘 가려서 드시고, 너무 잘 드시려고 하시지 말고,

적당히 못먹지만 않게 먹으면서 잘 회복하시고 잘 살아보자구요!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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