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 경험 공유

#6 (심층) 암을 대하는 자세 [우리는 잘못이 없다.] - 데이비드

avatar
데이비드
조회 66
댓글 2
2025.06.30

👋 안녕하세요.

데이비드 입니다.🙇‍♂️

1차로 몇 가지 글을 올리고 나서,

플랫폼에 올라오는 여러 환우,

그리고 환우 가족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댓글로 마음을 나누다 보니

지난 시절들의 기억들이 많이 떠올라서

마음 한 켠으로 또 많은 눈물을 닦아내며

마음을 졸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하시는 걸 보니,

그 시절 제가 그런 마음을 가지지 못하고 허비해 버린 시간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더라구요.


아들의 암 소식에

먼 지방에서 한 걸음에 눈물을 삼키며 달려오신 부모님을 보며,

그리고 결국 제 앞에서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버린 당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 또한 무너져 내렸습니다.

결혼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환자가

남편의 옆에서 팔자에도 없던 시집살이를 시작하게 된 아내를 바라보며

버려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었던 날들을 생각하면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이 모든게 저 때문이었으니까요.’

집안에만 틀어박혀있다보니

가족들의 숨소리 하나 하나에도 억장이 무너지기 일쑤였습니다.

가족들이 삼켜야 하는 눈물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은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상상을 했습니다.

나만 없어지면 이 모든게 해결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구요.

한 동안 우울감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다행히 우울증까지 번지지는 않았는데요.

그 때 도움이 되었던게 산책과 눈물쏟기였습니다.

몸이 회복되는 중에는 산책을 나가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래도 될 수 있는 한 바람을 쐬면서 되도록이면 기분을 환기하려고 했어요.

나중에는 비슷한 상황이 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발을 신고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일단 나가서 조금만 걸어도 조금 홀가분해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문제는 이렇게 나오면 들어가기가 싫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럴 때는 조금 더 시간을 연장해 가며 산책시간을 늘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눈물 흘리기는 영화를 보면서 우는 것 말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감동적인 사연이나 슬플 사연들을 보면서

꺼이꺼이 목놓아 우는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사실 이렇게 우는 것도 힘들긴 한데,

한 번 시원하게 울고 나서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마음을 짓누르던 돌 하나 정도는 치워지는 느낌이었거든요.

남는 시간이 많아서 이런 저런 글과 영상들을 찾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면 내가 이렇게 된 원인을 찾으려고

나도 모르게 이런 저런 글과 영상들을 보고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을 찾고 나면 마음이 좀 편해질까,

전문적이지도 않은 블로그 글들과 상업적인 내용을 더 앞세운 종편의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먹은 내 탓.

스트레스를 잘 넘기지도 못하는 제 성격 탓.

잠을 제 때 자지 않은 제 습관 탓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나만?’


이라는 질문은 그럼에도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구요.

생각해 보면 그렇게 주변에 술 담배를 하고,

나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아하면서도

더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들 투성인데,

왜 나만.

왜 우리만 일까요?

저는 아직도 답을 못 찾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답은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사실이죠.

내가 나를 잘 돌아보지 못했던 과거가 분명히 후회스럽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지금 나와 내 가족이 겪고있는 이 시간의 원인은 절대로 아닙니다.

주변에 술담배도 하지 않고,

세상 착하게 살아가시는 분들도 피하지 못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되었고,

앞으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세심하게 보면서,

눈 앞에 아름다운 것들을 꾹꾹 눌러담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여러분 그거 아세요?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면

이상하게 환우와 환우 가족 분들의 얼굴에 사랑과 웃음이 넘치더라구요.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

이상하게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 같은 그곳이

가장 행복한 표정들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그나마 약한 편에 속하는 항암치료여서

그 마저도 너무 힘들어 하면서 치료를 받았었는데,

저 보다 더 심한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도

주사를 맞는 내내, 그리고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모두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했습니다.

이 모든게 정말 행복으로 가득한 상황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 거예요.

저희 가족들도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서는 별로 인상 찌푸리는 일 없이,

곧 불어닥칠 항암치료의 고통에서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저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는 배려로 항상 좋은 말들과 표정으로 저를 위로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족들의 엄청난 인내 덕분에 누릴 수 있었던 마음의 평화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힘든 치료과정을 지나 다시 삶의 현장으로 복귀 했을 때,

일터의 사람들은 어디 아픈 곳 한 군데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도

그 표정에 행복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제 주변 동료들은 항상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실제로 죽음의 문턱에는 가 보지 못한 사람들인데도요.

제 삶을 돌이켜보니,

저도 그런 인생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매번 뭐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체,

내 자신의 자존감을 내세워가며 온갖 힘든 척은 다 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간혹 이 모든게 제가 아파서 쓰러져서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일이 실제로 들이닥치게 되니,

정말 철없고 책임감 없는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지,

어느 정도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바로 살아있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걸요.


지금 이 순간 살아있지 않으면

이 모든게 의미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살아서 이 것들을 알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생각이 제가 지금 일상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하게 된 생각은 아닙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지도 못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을 때,

온전치 못한 내가 어디선가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을 때에도

똑같이 했던 생각들이예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모든 걸 견디고 나면,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다.’

우리는 이미 다른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여정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여정은 우리를 이전과 다른 삶으로 이끌어 갈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웃으며 이 여정을 다시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그 이야기들을 저처럼 여러분들도 다른 환우들에게 알려주세요. 

이런 말이 사실 매우 조심스럽지만,

늦게나마 그래도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어쩌면 선택받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