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장암을 진단받았을 당시만 해도 이렇게 환자들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은 거의 없었어요.(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정도?)
병원 대기실에서 앉아 검색을 해보거나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정보를 뒤지고 또 뒤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힐오를 처음 알게 됐을 때 ‘그때 이런 곳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누군가는 막 진단을 받으셨거나 수술을 앞두고 계실 수도 있겠지요.
저보다 조금 늦게 암이 찾아오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앞으로 제가 겪은 경험을 조금씩 공유드리도록 할게요
1. 처음 이상을 느꼈던 순간부터 진단까지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 이어졌고, 배가 자주 더부룩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와도 개운하지 않은 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평소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죠. 건강검진에서 대변잠혈반응이 ‘양성’으로 나왔고, 그 결과 대장내시경을 권유받았습니다. 이 검사를 통해 용종이 발견됐고 조직검사 후 암으로 확진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결과에 멍했고 이후부터는 거의 기계적으로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갔던 것 같아요.
2. 병원 선택과 수술 일정 조율
저는 진단 후 서울 내 대학병원 여러 곳에 전화를 걸어 초진 일정을 문의했고 가능한 가장 빠른 날짜로 진료를 본 후 수술 일정을 확정했습니다.
저처럼 2기 초반 환자는 수술이 치료의 핵심이기 때문에 ① 수술 경험이 많은 의료진, ② 병원의 시설과 위치, ③ 빠른 일정 확보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병원을 결정했습니다.
3. 수술 전 검사와 입원 생활
수술 전에는 마취 가능 여부, 전신 상태 확인을 위해 CT, 심장초음파, 폐기능 검사 등 여러 검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입원은 총 6일이었고 복강경 수술로 장 일부를 절제했는데요 처음 2일은 거의 누워 있었고 3일째부터 소량의 물을 마시고 간단한 보행을 시작했습니다.(병원에서는 “장운동을 회복해야 식사 가능”하다고 해서 걷는 게 치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4. 수술 후 항암 여부 결정과 복용형 항암제
조직검사 결과 림프절 전이는 없었지만 혈관 침윤이라는 요인이 발견되어 경구 항암제(젤로다)를 3개월간 복용했습니다. 하루 두 번 일정한 시간에 약을 복용했고 초기에는 피로감, 손발 저림 같은 부작용이 꾸준히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언제 끝날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5. 비용과 현실적인 부분
제가 입원했던 병원은 서울에 위치한 종합병원으로 4인실 기준 수술비와 입원비를 포함해 약 280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수술 직후엔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액 본인 부담) 이후 산정특례가 적용된 날로부터 진료비 일부를 환급받았습니다. 수술 직후 집으로 바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집이 멀고 수술 부위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요양시설에 일주일 정도 입원하기로 했습니다. 요양병원 비용은 일주일 기준으로 약 200만 원이 들었어요 결국 병원과 요양원 비용 포함해 총 400만 원 이상이 들어간 셈이지만 마음 편히 회복하는 데는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6. 마지막으로
진단을 받고 나면 당장은 온갖 용어도 낯설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막막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럴 땐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선택 하나에만 집중하자’는 작은 원칙을 가지고 한 걸음씩 움직였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혹시 저처럼 초기에 진단받으시고 수술을 앞두신 분들 또는 요양원이나 병원 선택에 고민이 있으신 분들께 이 경험이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궁금하신 점이나 더 알고 싶은 부분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아는 선에선 최대한 답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