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 수술을 받은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글에서 저는 장루 관리 방법, 심리적 적응 과정, 생활 변화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준 바깥으로 나서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수술 직후에는 한동안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어요. 상처 회복이 먼저였고 장루라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죠.
그런데 어느 날, 집에 생수도 떨어지고 마침 마음도 조금 가벼워진 김에 집 앞 편의점에 나가보기로 결심했어요.
가방 안엔 봉투와 피부 보호 필름, 소독티슈 같은 예비용품을 챙기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화장실 위치도 미리 검색했죠.
발걸음은 천천히, 조심스레 옮겼지만 마음속엔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있었어요.
그 날 이후로 저에게 있어 ‘밖으로 나가는 것’은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회복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병원에서는 회복을 이야기할 때 주로 출혈 여부나 식사량, 체중 변화 같은 객관적인 수치를 말하지만 저에게 진짜 회복은 동네를 한 바퀴 걷고 친구와 커피를 마시고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가보는 그런 작고 평범한 일상들이었어요.
그 일상을 하나하나 다시 해낼 때마다 제 안에서도 무언가가 회복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일상 속 작은 용기, 그것이 변화를 만듭니다
수술 후 외출을 시도할 때 가장 신경 쓰였던 건 옷차림이었어요.
혹시나 봉투 자국이 비치진 않을까 걱정돼 늘 헐렁한 상의를 입었고 앉을 땐 무의식적으로 배 쪽을 가리는 버릇이 생겼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어요.
‘내 몸에 필요한 장치일 뿐, 누군가에게 숨겨야 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장루가 있더라도 나는 나다’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해지는 것이 곧 용기라는 걸 배운 셈이죠.
마음의 변화는 때때로 아주 조용히 찾아옵니다
심리적인 변화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만 이런 삶을 사는 걸까?’ 하는 외로움이 컸어요. 그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장루 사용자들의 글을 접하게 되었고 “장루가 있어도 연애할 수 있나요?”, “운동은 언제부터 가능할까요?” 같은 질문에 용기 내어 답하는 분들을 보면서 저도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다짐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에요.
나만의 장루 생활 팁, 조금 더 실용적이고 조금 더 따뜻하게
외출 전에는 항상 ‘만약의 상황’을 가정하며 준비합니다. 장루 예비 키트를 챙기는 건 물론이고 외출지 근처의 공중화장실 위치나 휴게 공간도 미리 파악해두는 습관이 생겼어요. 처음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이런 준비 덕분에 외출이 두렵지 않아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장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입니다. 수술 직후에는 거울 보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샤워 후 거울 속 제 몸에 “잘 버텨줘서 고마워”라고 마음속으로 말하곤 해요. 매일의 작은 인사지만, 스스로를 응원하는 힘이 되더라고요.
회복은 기다림이 아니라, 다시 살아내는 과정입니다
장루 수술 이후의 삶은 단지 회복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씩 해내며 다시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처음엔 벗어나고 싶었던 이 상황이 지금은 저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혹시 지금 외출을 앞두고 긴장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어요.
괜찮다고요 그리고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고..
집 앞 편의점까지 천천히 걸어보는 것부터가 시작이고 그 한 걸음이 생각보다 큰 변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걸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분명 자신의 속도로 잘 걸어가고 있을 거예요.
궁금한 점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편하게 남겨주세요.
저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니까요. 우리, 함께 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