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 경험 공유

#8 회복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들, 데이비드

avatar
데이비드
조회 49
댓글 0

안녕하세요.

데이비드입니다.

수술이 끝나고 항암 치료가 이어지는 긴 회복의 시간 동안,

몸도 힘들지만 마음이 더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병실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나니

남는 시간은 많고 생각은 많아지는데,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몇 가지 소소한 일들을 찾아서 해 보았는데요,

돌이켜 보니 정말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이 있었던 것들이라 환우 여러분께도 한번 권해보고 싶습니다.


글쓰기

첫 번째는 글쓰기입니다.

저는 치료를 시작하며 몸과 마음이 견디기 힘들 때 마다

그 순간들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몸과 마음의 변화를 적고,

내 자신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써 내려갔습니다.

처음에는 투병 일기를 쓴다는 것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막상 손을 움직여보니 마음속에 꾹꾹 눌러두었던 이야기들이

펜 끝을 통해 쏟아져 나왔습니다.

화가 나고 억울했던 순간,

두려웠던 마음,

가족에게 미안했던 순간,

웃음이 났던 소소한 일상까지…

나중에 읽어보면 웃음이 나오는 순간도 있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지만,

그 모든 기록이 결국 제가 살아왔던 증거가 되더군요.

무엇보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머릿속이 한결 정리되고,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이런 이야기가 저와 같은 처지의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얻었고,

여기에 이렇게 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까지 생겼으니까요.

다른 분들이 공감하는 댓글을 달아주실 때마다

지금도 외롭지 않다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홀로 여행

두 번째는 혼자 하는 여행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수술 후에는 늘 보호자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누군가 나를 지켜보지 않으면 무서웠거든요.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나 혼자서도 하루쯤은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전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먹을 것도 스스로 챙기고,

화장실 문제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막상 길을 나서니 처음 느껴보는 해방감과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전주 한옥마을의 골목골목을 걸으며 전주비빔밥도 먹고,

막걸리 골목에서 전주 막걸리 대신

따뜻한 전통차를 한 잔 마셨습니다.

밤에 숙소에 홀로 누워 있을 때엔

배변 신호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를 더 예민하게 느끼고 그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몸을 스스로 돌보는 방법을 배워 나갔습니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나도 혼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모든 일에 보호자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줄어들었고,

작은 결정 하나하나를 제가 주도하면서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보호자들에게도 이 순간이

어느 정도는 해방감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환우에게만 매달려서 곁에서 지켜보는 것도

굉장한 스트레스이고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일테니까요.

취미찾기

마지막은 집중할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것입니다.

회복을 위해서 집돌이 생활을 하다 보면

시간이 참 더디게 갑니다.

처음에는 컴퓨터 게임을 엄청 했었는데요,

게임은 자꾸만 몸을 움츠리게 만들어 허리와 목이 더 아프고,

화면에 계속 노출되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리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무엇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때 제 아내가 미술교사라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내가 취미로 가르쳐 준

팝아트 그림 그리기를 따라 해 보았는데, 정말 즐거웠습니다.

캔버스에 색을 하나씩 칠해 나가고, 선을 그리고,

나만의 패턴을 만들어 가는 그 시간이

놀라울 만큼 집중을 요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다른 생각들이 사라지고

온전히 이 활동에 몰입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는 별개로,

색을 선택하고 손을 움직이는 행위 자체가

마음을 정화해 주더라고요.

미술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꽃을 키워보거나,

간단한 악기를 연주해 보거나,

바느질을 하는 것도 좋은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통해 온갖 불안과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이 밖에도 회복기에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합니다.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면서 몸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도 좋고,

좋아하는 책을 정독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은

‘어떤 활동이든 나를 더 잘 알게 해주는 것이어야gksek’

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혼자 여행을 하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고,

취미를 통해 현재에 집중하는 것.

이 세 가지는 모두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두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감이 생기고,

두렵기만 했던 회복의 시간이 조금은 색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회복의 길은 길고, 때로는 지루하며,

때로는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택과 행동들이 마음을 견고하게 만들어줍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자신만의 색을 찾아보세요.

그 과정에서 우울감은 조금씩 옅어지고,

내 삶이 다시금 내 손안에 있다는 느낌을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완전한 회복과 새로운 삶을 응원합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0

댓글 없음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