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 경험 공유

#8 호중구 수치 300대로 감소했는데 항암 안 밀린 이유

avatar
보들보들 쉼표
조회 7
댓글 0

안녕하세요, 저는 대장암 4기 진단을 받고 이제는 거의 4년째 치료중에 있습니다.

오늘은 호중구 수치가 300대까지 떨어졌을 때에도 계획된 항암치료 일정을 연기하지 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기록해보려고 해요. 혹시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분이나, 앞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할 분들께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을 때, 앞으로 얼마나 힘든 일이 많을지 상상도 못했어요. 여러 차례 수술도 거쳤고, 다양한 항암제를 복용하거나 주사로 투여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2025년 3월부터는 새로운 항암제를 사용하여 항암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바로 호중구 수치의 변화였어요.

보통 항암 치료를 하더라도 호중구 수치가 1000이하로 떨어진 적이 3년간 2번정도밖에 없었는데, 이번 항암치료에서는 첫 번째 주기 이후에는 700대로, 두 번째 주기 후에는 300대까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일상 생활을 하는데도, 혈액검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머리가 띵 하고 어지럽거나 잡이 급격하게 온다는 것 외에 크게 아프거나 컨디션이 심하게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수치 자체는 명확하게 변화가 있었어요.

항암 치료를 하는 환자에게 호중구 수치가 300대까지 떨어진다는 건 면역력이 매우 취약해진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이럴 때는 작은 감염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어, 의료진은 대개 항암치료 일정을 연기하거나 미루기를 권하곤 합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에는 치료가 연기될까 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항암치료 일정이 한 번 밀리면 그 뒤의 계획도 모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고, 심리적으로도 불안감이 커지거든요.

새로운 항암제로 항암치료를 하기 전에 사용했던 이전 항암치료 경험에서는 호중구 수치가 이렇게 자주, 그리고 이렇게 낮게 떨어진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예전엔 항암제 투여 후 구토나 설사, 변실금, 구내염 등의 부작용이 주로 힘들었는데, 그때는 호중구 주사를 맞을 일도 거의 없었어요. 딱 한 번 주사를 맞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밤새 뼈와 허리가 쑤셔서 진통제를 먹고 겨우 버틴 기억이 납니다.

다행이 이번에는 2차병원에서 항암부작용 관리를 하고 있던 터라, 2차병원의 원장님께서 제 몸 상태를 아주 꼼꼼하게 관찰해주셨어요. 특히 호중구수치가 항암 한 사이클을 할 때마다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을 아시고서는 다음 항암치료 일주일 전쯤 미리 혈액검사를 해주셨는데, 이 덕분에 호중구 수치가 300대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미리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 평소처럼 상급병원에서 항암 당일에만 피검사를 했다면, 당일에 보이는 호중구 수치가 낮아서 치료가 연기됐을 수도 있었겠죠. 항암치료가 연기되는 건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리 상태를 확인하고, 병원에서 처방한 주사를 맞으면서 수치를 회복할 수 있었기에 예정보다 일정이 밀리지 않고 항암치료를 무사히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전에 컨디션을 체크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과정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담당 의료진은 작은 변화에도 바로 반응해주시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해주셨어요. 그 결과, 이번 3월부터 호중구 수치가 급격히 낮아지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암치료가 한 번도 연기되지 않았습니다.

호중구 주사를 맞은 뒤의 경험도 예전과 달랐어요. 과거에는 호중구 수치를 높이는 주사를 맞고 났을 때 밤새 허리 부근의 뼈마디가 쑤시는 통증 때문에 데굴데굴 구르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두 번이나 주사를 맞았음에도 허리 통증이 거의 없었습니다.

세 번째 주사 때는 손목 관절에 약간의 불편감이 있었지만, 처방된 약 덕분에 2주 안에 빠르게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항암 치료를 한지 약 4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늘 무언가에 대한 ‘부작용’은 다채롭게 경험중이네요.

이 외에도 상급병원에서도 호중구 수치가 감소되는 것이 반복되었을 때 몸에 맞는 항암제 용량을 찾기 위해 계속 새로운 항암제 복용량을 낮춰가며 몸의 호중구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게 되는 용량을 찾아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내 몸에 맞는 항암제 용량을 찾았을 때에는 호중구 수치라 1000 이하로 잘 떨어지지 않게 되고, 머리가 아픈 것이라던지, 체력이 너무 급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던지, 어지럼증을 느낀다던지, 후각과 미각이 너무 예민해진다던지 등의 부작용 또한 줄게 되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내 몸을 의료진이 꼼꼼히 살펴준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이에요. 아무리 스스로가 힘들고 지칠 때에도, 의료진이 내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해주고 조언을 해주면 치료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항암치료 과정이 쉽지 않지만, 이런 믿음과 함께라면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항암치료를 앞두고 호중구 수치로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저처럼 병원과 충분히 상의해서 사전에 혈액검사를 해보시는 걸 권해드리고 싶어요. 수치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주사나 약물치료 등 적절한 관리가 가능하다면, 불필요한 일정 연기 없이 치료를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몸의 신호에 둔감해질 때도 있고, 피로에 눌려 작은 변화를 놓칠 때도 많았어요. 그래서 더욱, 의료진이 내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펴주고 미리 대응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특히 저처럼 1인 가구로 혼자 생활하는 환자에게는 이런 세심한 관리가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실제로 이렇게 치료가 순조롭게 이어지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두려움이 조금씩 옅어졌습니다. 예전에는 항암 일정이 다가올 때마다 혹시 또 연기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의료진의 빠른 대처와 세심한 관찰 덕분에 그런 걱정이 현저히 줄어들었어요.

저는 앞으로도 작은 변화라도 몸의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려고 합니다.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이나 불안도 의료진과 솔직하게 상의하면서, 저만의 리듬을 지켜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지나며, 스스로를 더 믿게 되고, 건강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되네요.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0

댓글 없음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