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 경험 공유

#3 (심층)대장암 치료 수술 후 및 회복, 데이비드

avatar
데이비드
조회 69
댓글 2

저는 대장암 3기로 진단받았으나, 수술 후 대장암 2기로 최종 판정 받았습니다. 발병 부위는 대장중에서도 S결장이라고 하는 부위에 총 6번의 항암주사 치료를 7개월 반에 걸쳐서 받았습니다. 수술 후 회복 과정과 항암치료 과정에서 겪은 과정들을 좀 더 심층적으로 공유하려고 합니다.

수술을 마치고 나서 퇴원 전 까지 병동에서의 회복은 전적으로 의료진의 조언대로만 실행한다면 큰 문제 없이 회복할 수 있습니다. 배가 많이 당기고 수술로 낮아진 복압 덕분에 장기가 밑으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느낌만 잘 견디면서 병동 내부 산책과 계단 오르기 등을 잘 하면 며칠 만에도 금방 평소처럼 걷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항상 과도한 자신감은 금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직 몸이 회복되는 단계이지만, 그간 마음 고생과 다시 살아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때로는 과도한 운동과 건강 챙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발목을 삐끗 한다던지, 움직이지 않던 근육이 놀라서 더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동안은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서 적당한 운동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퇴원 후, 집에 도착하게 되면 이제 진정한 싸움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돌봄이나 조언이 없고, 각종 매체에서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서 자칫 과도한 건강 챙기기가 시작될 수 있는 위험한 시기입니다. 특히, 몸에 좋다는 이런 저런 음식들과 영양제, 건강 보조 식품들에 대한 정보가 환자들과 환우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과 맞닿다 보면, 내 몸의 상태에 맞는 정보들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건내주는 한 두마디의 건강식, 보조 식품과 관련된 조언들. 어떤 사람이 어떤 걸 먹고 나았다더라 라는 정보들이 쉴새 없이 저항할 틈도 없이 전달됩니다. 이런 정보들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와서 각종 암의 발병 원인, 병리학에 관련된 책과 영상들을 찾아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의사도 아니고 의학적 지식이 있는 그 어떤 사람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아픈 몸을 두고 공부를 하지도 않아서 내 몸을 이런 저런 찌라시들에 맡겨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몸이 많이 회복 될 무렵, 그 동안 적었던 투병 일기를 보고 여러 종편 채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대가는 본인들이 홍보하려는 특정한 보조식품을 먹어달라, 치료를 위해서 먹었던 특별한 비법 음식이나 영양제가 있느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던 그들의 접근 방식에 결국 모두 출연을 거부하였습니다. 방송에 나온 정보조차 이런 비즈니스가 녹아있는 부분이 있으니, 정보를 잘 걸러서 들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입니다. 공부가 몸을 더 잘 회복하게 해주었 느냐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이야기 할 만한 근거가 없지만, 그래도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름대로 받아들일 것과 그렇지 않을 것에 대해서 많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킬 수 있었다는 점은 지금도 너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몸에 좋은 것이 환자 몸에는 좋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 해야 합니다. 식이섬유는 대장에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 활동을 촉진시켜서 배변활동을 돕고, 장내 불순물이 빨리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말만 들으면 식이섬유만큼 대장에 좋은게 없습니다. 당연히 대장암 수술을 마친 환자들에게도 좋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장암 수술은 절제 수술 입니다. 대장이 30cm 나 짧아진 상태에서 대장활동을 촉진하는 것은 끔찍한 결과를 가지고 옵니다. 퇴원 후 회복이 어느 정도 되고 나서 별 생각 없이 대장에 좋다는 이유로 식이섬유 가득한 고구마를 먹고 나니 가뜩이나 S 결장이 없어서 변을 만들이 못하는 장은 쏟아지는 배변물질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한 번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다시 나오기가 어려웠습니다. 변의는 계속 느껴졌고, 변도 아주 조금씩 계속 나왔습니다. 어디에 좋다고 하는 음식이 왜 좋은지, 어떤 역할을 해서 좋게 만들어 주는지 반드시 공부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반대로 유산균을 먹는 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똑같이 ‘장에 좋은 음식ʼ 이었지만, 유산균은 실제로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과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하니까요. 좋게 만들어주는 기저가 전혀 다른 두 음식은 모두 ‘ 장에 좋은 ʼ 음식 입니다.

특히, 항암중 건강 관리는 조금 특별하게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항암 치료시에는 ‘무조건ʼ 식사를 잘 하고 건강하도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암 치료를 받고 나면 구토증상과 더불어 머리카락이 빠지고 피부도 검게 변하면서 굉장히 우울한 시기가 찾아옵니다. 큰 병을 안고 있다는 생각, 가족에 대한 미안함,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등 심리적으로 굉장한 위축을 주는 요소들이 굉장히 무겁게 저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0. 신체적으로도 회복이 필요한 때이지만, 정식적으로는 그 보다 더 회복이 절실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밥 한 숟갈 뜨는 것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가족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받아 삼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되도록이면 특별히 몸에 나쁠 것이 없는 상태라면 특별식이나 간식거리 피자나 패스트푸트를 먹더라도 환자가 많이 먹을 수 있고 잘 회복할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해 주시는 것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나 오심이 심한 항암치료 후 3일간은 저는 시원한 메밀국수만 먹었습니다. 나중에는 지겨울 만도 했을테지만, 그보다 더 그 시기에 입에 맞는 음식은 없었습니다. 매번 메밀국수만 해 먹이는 어머니와 아내는 내심 불안한 마음이 컸을 겁니다. 환자에게 소화가 어렵기도 하고 차가운 음식인 메밀을 먹인다는 건 웬만한 가정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겠죠. 그러한 불편함도 환우 가족분들께서는 환우를 생각하며 잘 견뎌주시면 좋겠습니다. ‘몸도 아프면서 그런거 먹으면 되겠느냐ʼ 는 비난이 지금 환자에게 필요한 처방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환자가 가족들이 신경써 차려준 정성스러운 건강식을 잘 먹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환자도 백번이고 그러고 싶을 겁니다. 그 러나 항암치료 후 부작용을 겪는 단계에서 음식을 씹어서 목에 넘기는 것이 의지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술을 앞두고 계신 환우분들이나 수술을 막 마치고 일상 복귀를 꿈꾸고 계실 환우 분들에게, 제 일상 복귀과정을 조금 말씀드리면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실 것같습니다.

저는 암 선고를 받고 1년간 휴직을 했습니다. 회사는 버스를 타고 1시간이 넘게 출근을 해야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던 터라서, 수술을 마치고 회복을 지켜보면서 절대 복귀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1시간 동안이나 버스안에 갇혀서 화장실을 참을 수 있는 상태가 절대 아니었거든요.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도 쉴새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할 것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한창 일을 해야할 나이에 병력을 내세워서 업무를 빼기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기존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사실 괜찮았습니다. 이렇게 살아있으니까요. 그래도 한 번은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넘어지더라도 한 번은 걸어가 보고 넘어져야 후회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직을 결정하고 모든 복직 절차를 마친 후에 출근 버스에 올랐습니다. 역시나 너무나 힘든 길이었습니다.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서 화장실을 가고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졌습니다. 참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중간에 내릴 곳이 없어 버티는 곳 까지는 버텨보기로 했습니다. 식은땀이 나고 너무나 고통스러운 길이었지만 신기하게도 1시간을 참아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물론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고, 출근하고 나서도 화장실은 여러번 들락거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퇴근길도 한 시간 넘게 출근 때와 비슷한 부침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잘 해냈습니다. 출근이 너무 무서웠지만, 그래도 덤으로 주어진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쓰러질 때 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벌써 출근길에 다시 오른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사람 몸이라는 것이 신기합니다. 몸에 서 일부 영역이 없어지니 근처의 다른 기관들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기도 하더라구요. 이제는 변도 잘 봅니다. 아직도 약간은 버스에서 부침이 있을 때가 있지만, 그러나 대부분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지장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 출장을 다녀올 수도 있을 정도이구요, 가끔 매운 음식을 먹어도 크게 문제를 느끼지 못합니다. 암 선고 받을 때가 신혼 9 개월 차에 아이도 없었는데, 지금은 벌써 첫째가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둘째는 1학년이구요. 저는 이제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거창한 미래는 아니지만,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살아서 서로를 바라보며 끌어안기도 하는 보통의 미래를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조금이라도 그런 희망을 가지실 수 있기를 바라고, 별 것 아닌 작은 제 투병 과정들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꿈꾸시길 바라겠습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