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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장이#4 대장암3기 예비신부 4차항암에서 종료! 항암 후 자연임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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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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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힛장이에요!☺️

때는 23년 12월, 4차 항암 시기,

CtDNA 검사 결과가 나왔던 그날을

절대 잊지 못할 듯 합니다.

직장 점심시간에 식사하러 가면서 음성(Negative)라는 문자를 받고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울었으니까요.

 

ctDNA는 미세잔존암 검사라고도 하며

혈액 속에 미세하게 암세포가 돌아다니고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암세포가 사멸하거나 분해되면서

혈액 속으로 방출되는 암 DNA인 ctDNA를 정밀하게 찾아내는 원리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수준의 미세잔존암 유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다는 것은

몸속에 암세포가 남아있으며

재발 위험이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만약 양성이었다면 저는 더 독한 항암제로

적극적인 화학요법을 진행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정말 기쁘게도 음성이 나온 거죠!

 

처음 점막내암을 진단받고 난 시점부터

마치 계단식으로 상황이 안 좋아졌었습니다.

점막내암이라더니 대장암 1기였고,

1기인 줄 알았더니 림프절 전이가 발견되어

대장암 3기 확진 및 항암치료까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 겪었던 난자 냉동 시술도

꽤나 불편한 경험이었으며

복강경 수술 후 절개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않아

마취 없이 생살에 스테이플러를 박아야만 했던 상황부터, 비정상적으로 아물어버린 피부조직을 생으로 절제하는 고생도 했었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보다 정신적으로 꽤 지쳐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견디고 버텨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이 미세잔존암 검사만은

제발 행운이 따라주길

얼마나 바라고 바랬는지 모르겠습니다.

 

23년 봄부터 시작하여

쉴 새 없이 달려오던 저의 병원 일기는

그 해 12월, 미세잔존암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마침내 쉼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대로 끝난 게 아닌, 앞으로 꾸준한 추적 검사와 건강관리를 하며 살아가야 하겠지만

검사결과가 음성(Negative) 이라는 문자를 받았던 그날은 마치 '한 해 동안 고생 많았다'라며

정말이지, 달콤한 비가 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대장암 3기 항암치료는

4차 항암에서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항암 기간 중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다녔던 것도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예비신랑과 가족들은 항암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몸에 무리가 될 것 같다며 그냥 집에서 쉬길 바라였으나

인간에게 규칙적인 낮과 밤 루틴이 있다는 것과

일정한 활동량이 유지된다는 것은 건강에 매우 이롭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당연히 근력이 빠지고

체력이 저하됩니다.

그런데 그 속도가 생각보다 정말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아시나요?

저는 그것을 몸소 느꼈기에 더욱 더 항암 중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수술 후 직장 복귀까지

1달 반 정도의 요양 기간이 있었는데요.

b대학병원 퇴원 직후였는데

복강경 수술을 했던 절개부가 제대로 닫히지 않아 

고군분투 중이었고

복부 통증과 조절되지 않는 설사 증상이 심하던 시기였습니다.

 

퇴원 후 집에서 혼자 생활하기 어려웠던 저는

요양병원에 입소하였습니다.

요양병원에 열흘 정도 입원하였는데

그 기간 동안 인생 최저 체중을 찍게 되었습니다.

(162에 43kg)

입맛이 없으니 잘 먹지 못했고,

갑자기 짧아진 대장 길이 탓인지

하루에 최소 10회 이상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는 통에 

나중 가서는 항문이 헐어

움직일 때마다 고통스러웠습니다.

이에 살은 점점 빠졌고,

힘이 없어 누워만 있다 보니

체력도 점차 저하되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차라리 집안일이라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그새 근육이 너무 빠져버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안방에서 베란다를 나가는

그 짧은 걸음조차 버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거리를 움직이는 게 왜 이렇게 힘이 들지?"

20대의 몸으로 갑자기 80살 노인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충격과 두려움이 아직까지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도 차차 줄어들었고

짧아진 대장에 적응이 되었는지 화장실 패턴이 규칙적으로 잡히기 시작하였습니다.

 

직장복귀 전까지 하루 3끼 이외에

미숫가루, 식빵, 바나나 등의 간식을 계속 챙겨 먹으며 살을 찌우기 위해 노력하였고,

수시로 계단 오르기와 맨몸 운동을 하였습니다.

확실히 암 수술 후 빠진 체중과 체력을 회복하는 데에는 자주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술을 끊었습니다.

저희 집안은 친할아버지와 그 형제분들,

저희 아버지. 작은아버지가 모두 대장암 또는 소장암 환자였을 정도로 소화기계 암 가족력이 굉장히 높은 집안입니다.

저는 그중 "최연소 대장암 환자"였습니다.

20대에 발병한 사람은 제가 유일했거든요.

 

저는 이 원인이 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대 후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음주를 시작하였는데

암 진단을 받기 직전까지 주 2회~4회의 음주가 기본이었고 한번 마실 때 소주 2~3병 이상을 들이켰습니다.

술이 안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도 당연히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까지는 경각심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인생에서 정말 크나 큰 쓴맛을 본 후에서야

제 인생에 술을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항암이 종료된 후 균형 잡힌 식단과 체력관리, 금주를 유지하며 차근차근 건강을 회복하였고 다시 미뤄두었던 결혼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투병생활을 지지해 준 예비신랑과 결혼하였고

결혼 후 자녀계획은 미리 냉동시켜둔 난자를 이용한 시험관 아기를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큰 선물이 찾아왔습니다.

저희의 결혼식 한 달 전 자연임신이 되었거든요.

항암으로 인해 난소기능이 저하되어 난임일 거라고 예상하였으나

뜻밖에도 단 한 번의 시도에 자연임신이 되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난 바로 다음날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고

임신 확정과 함께 아기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항암 후에 바로 자연임신이 되었다는 건

건강이 너무나도 잘 회복되었다는 뜻이라고 하더라구요.

지금까지 고생했던 저에게 보상이라도 주는 듯

저는 입덧조차도 별로 없었고

아기는 매 검사마다 아무런 문제 없이 무럭무럭 커주었으며 현재 저는 31주차 임산부입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암 수술 과정을 통해 느꼈습니다.

앞으로 아무 이상 없이 가족들과 무병장수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고 제 주변 그 누구도 저와 같은 고통을

느껴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암 진단, 암 수술, 항암을 거쳐오는 동안

저의 감정과 객관적 경험을 정리할 겸

개인 블로그에 꾸준히 일기를 써왔습니다.

그 일기를 보신 많은 암 환자분들이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을 달아주셨는데요.

저와 같이 암 진단을 받은 분들에게

정보와 희망을 제공할 수 있어서 저도 뿌듯하였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에 저 또한 위로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암으로 투병하게 되더라도

이겨내고 회복하여 얼마든지 일상과 사회에 복귀할 수 있으니 모든 환우분들은 희망을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눈 앞이 캄캄할 정도로 힘이 들어도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환한 빛이 보일 테니까요!

 

지금까지 저의 2년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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