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치료 중 겪는 빈혈과 그 속사정
항암치료를 하는 내내, 표적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지금도 진료실에 들어가면 늘 듣는 말이 있습니다. “빈혈수치가 낮으니 철분제 맞으세요”
진료 전 항상 채혈실을 방문하고 피검사를 하는데, 염증수치와 빈혈수치 체크를 합니다. 평균적인 빈혈수치가 9정도라면 저희 엄마는 항상 8 언저리에서 머무르곤 했어요. 어느 날은 그마저도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져 치료가 지연된 적도 있었습니다.
항암 치료 할 때는 빈혈 수치가 너무 낮은 날이면 당일 항암을 하지 못하고, 철분주사를 맞은 뒤 다음 날 수치를 확인하고 항암이 진행됐습니다. 표적치료제 복용 중에는 수치가 너무 떨어져 약을 줄여도 호전되지 않아 휴약한 적도 있었고요. 진료를 마치고 나올 때마다 “수치가 낮다”는 말을 듣는 게 어느새 저에겐 노이로제가 되어버렸어요.
치료적으로도 문제가 생겼지만 엄마의 몸에도 순조로운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어지럽다고 하시는 날도 많았고 그럴 땐 대부분 하루 종일 누워 지내셨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철분 수치를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철분 부족, 단순한 영양 문제는 아니었어요
난소암과 같은 암 환자에게 철분 부족은 생각보다 흔한 문제였습
니다.엄마처럼 표적치료제를 복용 중인 분들에게는 꽤 흔한 문제라고 해요.
하지만 이 빈혈은 단순한 ‘영양 결핍’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철분 수치가 떨어지는 주요 원인들
1. 암 자체의 영향
암세포는 빠르게 자라기 위해 많은 철분을 끌어다 씁니다.또 몸속에서 암과 싸우느라 생기는 만성 염증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고, 저장된 철분조차 잘 쓰이지 않게 만든다고 해요.
2. 항암제·표적치료제의 부작용
와표적치료제는 골수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적혈구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 빈혈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습니다.
3. 보이지 않는 미세 출혈
위장관이나 몸속에서의 소량 출혈이 반복되면, 철분은 계속 빠져나가게 됩니다.특히 항응고제 같은 약을 함께 복용 중이라면 출혈 가능성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해요. 저희 엄마는 매일 아침마다 항응고제 1알을 복용 중이라 이 부분이 걱정되더라고요.
4. 염증성 빈혈 (ACD)
암 환자에게서 가장 흔한 빈혈 유형 중 하나인데, 철분이 몸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염증 반응 때문에 제 기능을 못 합니다.
마치 금고에 철분이 잠겨 있는데, 열쇠가 없는 상황처럼요.그래서 철분 주사를 맞아도 수치가 잘 오르지 않는 겁니다.
빈혈이 불러오는 변화들
피검사 수치보다도, 가족으로서 먼저 느끼는 건 엄마의 표정이었습니다.항암치료가 끝난 후라 한결 나아질 줄 알았는데도, “몸이 갑자기 춥다”, “숨이 차다”, “밥맛이 없다”는 말이 자주 나왔습니다. 엄마에게 활기를 찾기는 어려웠고 예전보다 행동이나 걸음이 느려졌고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리고 이 피로감은 단순히 불편함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빈혈 수치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표적치료제 복용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항암 유지치료의 효과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철분 수치 관리”는 그저 빈혈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치료 자체를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철분 수치,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요?
처음 엄마가 철분 수치가 낮다는 말을 들었을 땐, ‘주사 몇 번 맞고 나면 괜찮아지시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사를 맞아도, 영양제를 챙겨드려도 수치는 생각보다 쉽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왜 그럴까’를 하나씩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1. 매주 철분 주사를 맞았는데도 왜? 의사와 자주 소통하기
엄마는 매주 철분 주사를 맞았는데도 수치가 똑같거나, 오히려 절반 이하로 떨어진 적도 있었어요. 이럴 땐 지금의 치료 간격이나 용량이 엄마에게 맞는지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점검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조정할 수는 없지만, 엄마의 상태를 꾸준히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방향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2. 복용 중인 약물 재검토하기
아무래도 고령의 암환자이다보니 복용하는 약이 많아졌어요. 엄마가 복용하고 있는 약과 영양제 중에 빈혈을 유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샅습니다. 복용 이유와 위험 사이의 균형을 점검해봐야 할 때입니다.
3. 음식으로 철분 보충하기
붉은 고기, 간, 생선, 조개류 같은 ‘헴철’ 식품은 흡수율이 높고 시금치, 두부, 콩 같은 ‘비헴철’ 식품은 비타민 C와 함께 먹으면 흡수가 좋아져요. 반면, 우유나 커피, 홍차는 흡수를 방해하니 철분 섭취 전후 1~2시간 정도 간격을 두는 게 좋습니다.
아프고 난 뒤 고기나 계란을 너무 자주 드셔서 이제는 냄새도 맡기 싫다고 하셔서 걱정이긴한데,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드리려 노력 중입니다. 잘 먹는 것, 그것부터가 회복의 시작이니까요.
4. 임의로 철분 영양제 복용은 금물
철분은 암세포의 성장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암환자가 고함량 철분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 커뮤니티에서도 대부분 철분제는 꼭 주치의와 상의 후 복용해야 한다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수혈과 혈구 수치
엄마는 표적치료제를 복용하며 혈소판 수치도 떨어져서 수혈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수혈과 철분 주사를 맞고 계셨고 매번 이렇게 하면서까지 복용을 진행해야하나 고민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용어 중 호중구, 혈소판, 빈혈 수치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1. 호중구 감소증
- 위험 수치: 1,000 미만, 매우 위험: 500 미만
- 증상: 38도 이상 고열, 오한, 기침, 설사, 인후통 등
- 위험성: 작은 감염도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응급실 방문이 필요해요.
2. 혈소판 감소증
- 위험 수치: 50,000 미만, 매우 위험: 25,000 미만
- 증상: 멍, 코피, 잇몸출혈, 혈뇨, 혈변, 점상출혈
- 위험성: 출혈 위험이 커지고, 심하면 위장관·뇌출혈 가능성도 있어요.
3. 빈혈 (적혈구 감소)
- 위험 수치: 8 미만
- 증상: 심한 피로감, 어지러움, 숨참, 두통, 창백한 피부
- 위험성: 즉각적인 위기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을 크게 힘들게 만들어요.
특히 혈구감소는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에게 더 발생하고, 당뇨병이나 고혈당 환자는 호중구 감소증 발생 확률이 32% 높다는 보고가 있다고 해요. 엄마가 해당되는 조건들이 많다 보니 더 세심하게 살펴보려 해요.
어쩌다보니 또 수치에 연연하는 삶이 되어버렸지만
결국 그 숫자들이 말해주지 못하는 걸,
우리는 매일 몸으로 느끼며 살아갑니다.
※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 본 콘텐츠는 작성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개인 사례이며,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