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 엄마가 난소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증상의 시작은 복수가 차는 것이었습니다. 집 근처 병원을 찾았고, 지방 대학병원에서 난소암 의심소견을 받았습니다.
“가장 빠른 수술날짜가 25년 5월이니, 자녀분들이 서울에 있다면 서울 쪽 병원을 알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의사의 말에 최대한 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는 서울의 ㅅㅊㅎ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폐암까지 발견되었습니다. 지금은 ㅅㅂㄹㅅ에서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난소암과 폐암 수술을 모두 마치고, 현재는 난소암 항암치료를 6차까지 진행된 상태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길 위에 있지만, 이 시간을 지나며 보호자로서 겪은 경험을 기록해두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 글을 남깁니다.
암 진단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마음은 무너지고, 머릿속은 온통 ‘무언가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죠. 그런데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이 글이 환벽한 정답은 아니지만,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먼저 마음을 붙들어야 해요
암 진단을 받는 순간,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도 함께 충격을 받습니다.
불안과 공포, 분노와 슬픔까지. 수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들죠. 이런 상황에서 냉정한 결정을 내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시기에 병원을 선택하고, 치료를 결정해야 합니다.
저희 엄마는 지인들에게 알리는 걸 원치 않으셨어요. 처음엔 저도 조심스러웠지만, 결국 가까운 이들에게 상황을 공유했고, 결과적으로 큰 힘이 됐습니다. 일반적인 정보는 친구나 친척들에게 들을 수 있었고, 제 멘탈은 오랜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 버티려고 하지 마세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훨씬 나아질 수 있어요.
2.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세요
처음 진단을 받고 나면 정신이 없어 의사 선생님의 말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환자의 상태와 앞으로의 치료계획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진단 이후에는 보통 2차 병원에서 3차 병원(대학병원)으로 의뢰하게 되는데, 그 사이 며칠 혹은 몇 주의 시간이 생깁니다. 이 시간을 그냥 보내지 마시고, 병에 대한 기본 정보를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래야 진료 시 궁금한 것을 제대로 질문할 수 있고, 치료 방향도 조금씩 감이 잡힙니다.
저희 엄마 담당 의사선생님은 말씀이 정말 없으신 분이었어요. 진료 시간 내내 다섯 마디도 주고받지 않는 날이 많았죠. 그래서 미리 공부하고 질문을 정리해 가지 않으면 뭔가 석연찮은 기분으로 진료실을 나오기 일쑤였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이럴 때 정말 실감해요.
3. 병원은 ‘빠른 진료’보다 ‘신뢰’를 기준으로
진단 직후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병원 선택입니다. 유명 대학병원? 집에서 가까운 병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환자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병원’이 가장 좋은 병원이라는 점입니다.
처음엔 수술을 하루라도 빨리 하고 싶어서 가장 빨리 진료 가능한 병원을 선택했습니다. 첫 진료때는 곧 수술할 것처럼 들었지만, 검사만 계속 반복되고 수술은 해를 넘길 뻔했어요. 물론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던 엄마는 그 의사에 대한 신뢰를 잃으셨고, 이모가 추천하는 병원으로 옮기고 싶어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병원에서 폐암을 조기에 발견했기 때문에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계속 미루는 느낌을 받아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죠.
지금 의사선생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엄마는 “우리 의사 선생님”이라고 하며 “덕분에 내가 산 것 같다”고 하십니다. 명의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환자가 편안함을 느끼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치료는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하는 일이니까요.
또 하나, 병원을 옮기거나 여러 곳 진료를 받아볼 계획이 있다면 진단서, 소견서, 검사 영상 CD 등 관련 서류는 미리 여러 부 받아두세요.
전원 과정에서 일부 서류와 영상이 누락되었는데 금요일 오후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주말을 보내며 무척 초조했습니다. 월요일 일찍 다시 병원을 찾아 재발급받고 비용도 다시 결제한 일이 있었어요. 같은 서울이기 때문에 하루 안에 가능했던 일이었지, 만약 지방 병원이었으면 더 힘들었을 겁니다.
4. 진단서와 보험 서류는 꼼꼼히 정리하세요
치료가 시작되면 병원 방문도 잦아지고, 서류도 점점 많아집니다. 진단서, 소견서, 검사 결과지, 영상 CD, 보험 서류 등 하나하나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단서는 환자 본인이 진료를 받아야만 발급받을 수 있어요. 대학병원은 의사 진료 일정이 많지 않기 때문에, 미리 챙겨야 합니다. 보험회사 제출용 진단서는 반드시 진단명과 진단코드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며, 보통 1부에 1만 원 이내, 추가 발급은 장당 1천 원 정도입니다. 여러 보험사에 제출할 예정이라면 처음부터 2~3부 정도 받아두세요.
소견서는 병원마다 1,000~10,000원 선이며, 보험 청구나 전원 시 필요할 수 있어요. 특히 대학병원 입원 시 소견서가 없으면 보험 처리가 되지 않아 병원비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병원을 옮기기 전에는 반드시 발급받아두세요.
또 하나 중요한 건 보험 약관입니다. 암진단비, 실비 지급 조건, 요양병원 입원 시 보장 여부 등은 보험사마다 달라요. 저는 처음에 ‘요양병원 입원비’도 실비 청구가 가능한 줄 알았는데, 엄마가 가입한 보험은 해당되지 않더라고요.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계획을 다르게 세웠을 텐데 말이죠.
5. 사회복지·경제적 지원도 알아두세요
치료비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듭니다. 특히 항암치료가 길어지면 경제적 부담도 커지죠. 항암 이후 표준약물치료를 하게 되면 부담은 더 커집니다. 이럴 때는 병원 사회복지팀을 적극 활용해보세요.
병원 사회복지팀에서는 교통비, 간병비, 복지용품 등 다양한 지원을 연결해주고, 필요 시 지자체나 국가 제도 안내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암환자 의료비 지원, 긴급복지제도, 생계비 지원 등도 대상에 따라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꼭 확인해보세요.
고용보험을 통한 휴직·실업급여 등도 대상이 된다면 놓치지 마세요.
저희 엄마는 현재 직장암 산재보험 청구를 준비 중입니다. 암의 종류나 직업 환경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지니, 문의를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수술날짜가 다가오면 무서워서 울기도 했고, 항암 후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며 새벽까지 잠 못 이루며 열을 재고 마사지를 하던 날들도 있었어요. 하루하루가 위기였고, 동시에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정리해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저희 엄마는 항암치료 중입니다. 이 여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다만 분명한 건, 보호자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혹시 지금 막 암 진단을 받고 모든 게 두렵고 낯설게 느껴진다면, 이 글이 아주 작은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보호자의 역할은 끝없이 배우고 결정해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분명히 단단해지는 자신을 만나게 될 거예요.
당신이 겪고 있는 이 시간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