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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난소암 4기 치료 중입니다, 쌍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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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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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난소암 소견부터 폐암 확진까지)

사실 처음엔 상상조차 못 했어요. ‘난소암’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시작은 소화불량이었어요. 며칠째 속이 불편하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더부룩하다고 엄마는 동네 병원을 찾으셨어요. 그곳에서 복수가 찼다는 소견을 듣고,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권유를 받으셨습니다. 지방 대학병원으로 전원했을 땐 이미 배가 많이 부른 상태였고, 복수를 2~3리터나 뺐다고 했어요. 거기서도 난소암 의심 소견이 나오면서 결국 서울의 큰 병원으로 전원을 권유받았습니다.

보통 암 진단은 조직검사를 먼저 하고 2주 정도 기다린 뒤 확진을 받는다고 해요. 그런데 난소암은 수술 중에 조직을 떼어내서 암인지 아닌지를 확인한다고 들었습니다. 서울 병원으로 향할 때만 해도 우리 가족은 “혹시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난소암이란?

난소암은 여성 생식기관인 난소에서 발생하는 암이에요.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엄마처럼 복수나 복부 팽만감,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이 경우는 보통 병기가 3~4기라고 하더군요.

우리 가족도 그랬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에 이런 증상은 없었는데,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습니다. 난소암은 유전적 요인도 크다고 하는데, 가족력도 없었던 엄마에게 이런 일이 닥친 게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계속 마음속에 되뇌게 되더라고요.

서울 병원, 그리고 폐암까지의 진단

서울 ㅅㅊㅎ병원에서 첫 진료를 받게 되었어요. 진료받았던 서류를 챙겨 외래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갑자기 입원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날 바로 입원하고 여러 검사가 시작됐어요.

담당 의사 선생님은 “난소암이 다른 부위에서 전이된 것일 수도 있다”며 온몸을 검사했고, 그 과정에서 폐 주변에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렇게 호흡기내과 협진이 시작되었고, 폐암 의심소견까지 듣게 되었어요.

그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이미 난소암 진단으로도 버거웠는데 폐암이라니. 엄마가 말씀은 담담하게 하셨지만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가 되었습니다.

난소암 수술이 더 급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판단하에, 12월 31일로 예정되었습니다. “해를 넘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지만, 더 일찍 수술할 것으로 생각했던 저희 가족에겐 답답함이 쌓였습니다. 거기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생각보다 무거웠어요. “수술은 간단하다”던 말이 수술 상담에선 “열어봐야 안다, 그런데 연세가 있으셔서 체력적 한계가 있을 것이다. 최대한 암세포를 제거하겠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바뀌었어요. 그렇게 ㅅㅊㅎ병원에서 수술을 기다리던 중, 사촌언니와 이모의 강력한 권유로 더 큰 병원인, ㅅㅂㄹㅅ 병원으로 전원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다시 검사가 진행되었고, 바로 수술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수술 대신 항암 치료를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항암치료의 시작

의사 선생님 설명으론 암세포가 방광 쪽에 크게 자리 잡고 있고, 복부 전반에 퍼져 있어서 수술 전에 항암으로 사이즈를 줄이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었어요. ㅅㅊㅎ병원에선 “폐와 난소는 약이 다르다, 따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는데, ㅅㅂㄹㅅ병원에선 두 부위에 모두 효과 있는 항암제가 있다며 한 가지 약으로 항암을 시작했어요. 알고 보니 엄마가 맞으신 제넥솔주라는 항암제는 폐암, 난소암,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더라고요. 다행히 약이 잘 맞아 난소암 세포 크기도 줄고, 폐 쪽 염증 크기도 줄었다는 결과를 받았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보호자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요. 처음엔 “수술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항암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맞는 건지 아닌지 혼란스러웠거든요. 직접 정보를 찾고, 약도 검색해보며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이해하려고 애썼어요.

현재 진행 상황

엄마는 난소암 4기로 진단받았고, 수술 후 6가지 장기를 절제했다고 해요. “잔존암은 없다고 본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난소암의 재발률이 85%라는 자료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그래서 추가 항암과 표준치료제 투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과묵하신 편이라 질문을 해야 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수술 후 암세포가 얼마나 남았나요?”, “어떤 장기를 절제했나요?” 같은 질문은 제가 먼저 해야 설명을 들을 수 있었죠.

지금은 항암 6차까지 마쳤고, 곧 있을 PET-CT 검사 후 필요하면 추가 항암(1~2차)을 더 할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HRD 검사 양성, BRCA 음성결과가 나왔고 린파자를 사용할 것 같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들었어요.

엄마는 항암 부작용으로 탈모, 식욕부진, 손발 저림을 겪으셨지만, 생각보다 의연하게 이겨내고 계십니다.

마음의 변화,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

이번 일을 겪으며 가족 모두의 일상과 마음이 많이 달라졌어요. 서울 저희 집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면서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 엄마의 소소한 습관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죠. 아이들도 할머니와 더 깊은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고요.

저의 모든 초점이 엄마에게 맞춰지다 보니 남편과 아이들이 조금은 서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저도, 엄마도 지치지 않고 완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예전처럼 봄마다 개천을 따라 벚꽃 구경하고, 가족끼리 야구장 나들이 가는 평범했던 일상은 잠시 멀어졌지만, 지금은 엄마가 옆에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입니다.

앞으로의 여정

아직 ‘완치’라는 단어를 말하기에는 이른 단계예요.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떻게 이 시간을 살아내느냐’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하루를 평온하게, 엄마가 하고 싶은 일들로 채워가는 것이 목표예요.

남은 항암치료도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라며, 치료 종료 후에는 정기검진으로 경과를 지켜볼 예정입니다. 물론 불안은 늘 있겠지만, 그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받아들이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엄마는 옆방에서 드라마를 보고 계십니다. 그런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길, 그리고 이 기록이 언젠가 ‘완치 후 일기’가 되길 조심스럽게 바라봅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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