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 경험 공유

#4 수술 전 컨디션 조절과 입원 준비물 확인하기, 은지는출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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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는출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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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4년 5월 갑상선암 발병 후 수술하고 1년 정도가 된 암 환우입니다.


제 타임라인을 말씀드리자면

1. 2024년 5월 중순 갑상선 결절 발견(결절 발견 당일 세침 검사 진행)

2. 5월 말 세침 검사 결과 암으로 의심

3. 5월 말 전이 검사 진행(CT) 후 6월 전이 없음으로 확인


그나마 전이가 없음에 얼마나 감사하던지. 개인적으로는 검사 진행했던 병원이 집과 가깝고 거기도 서울에서 큰 병원이라 따로 전원하지 않고 수술받길 원했지만, 보호자인 부모님께서 대학병원을 강력하게 원하셔서 결국 대학병원으로 이동하게 되었어요.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대학병원으로 한 달 만에 전원이 되었고, 수술 일자도 전원 후 한 달 뒤로 바로 일정이 잡혀 진단 후 두 달만에 수술할 수 있었어요. 제가 쓴 글 찾기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 링크 걸어둘게요.


https://www.heal-o.io/community/cancer-thyroid/907

⬆️ 대학병원에서 스케줄 잡기 링크 ⬆️


수술과 휴직을 준비하면서 5~6월을 조금 무리했더니 6월 말부터는 컨디션이 점점 내려가는 게 느껴졌어요. 지금 돌아서 생각해 보면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컨디션 난조보다 더 컸던 거 같아요. 날씨는 더워지는데 몸은 안 좋고, 너무 더워서 에어컨은 틀지만, 목은 아프고 맨날 목에 온열 패드 감싸고 일하러 다녔던 거 같아요.

집에서 쉬고 있으면 자꾸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이 드니 마무리해야 할 것도 있고 해서 입원 전까지 회사에 출근했어요. 그리고 컨디션이 허락하는 한 되도록 더 좋은 거,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못해본 거, 즐길 거리 등등 일부러 활동적인 것들을 하러 많이 다녔던 거 같아요. 친구들과 놀러 주변으로 많이 다니고 미루고 미뤘던 여행도 다녀 왔었어요.


다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 부르잖아요. 제 병명은 갑상선 유두암, 생존율과 예후가 좋다고 네이버만 검색해도 나와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하면 그렇게 서운해지더라고요. 실제로 그 당시 저랑 같이 일하고 있던 팀장님이 저에게 갑상선은 착한 암이라 크게 문제없을 거야라고 그분의 성격상 위로하기 위해 건네신 말인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놈의 회사 그냥 때려치우고 싶고 생각했으니까요. (아, 지금은 그 팀장님과 일하지 않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부정적인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라는 걸 다시 깨달으며 즐거운 걸로 가득 채우려 했던 거 같아요. 갑상선암도여러 종류라 모든 환우분이 저랑 같은 조건은 아니겠지만, 수술 전에 컨디션 챙기시면서 되도록 좋은 거, 예쁜 거, 맛있는 걸로만 일상을 가득 채우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수술 후 저는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고 실제로 그런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실제로 제일 친한 친구들에게 알릴 때 조심스러웠던 게 친구 중 한 명이 아버지가 암이 재발하셔서 힘들게 투병하시고 돌아가셨었거든요.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다른 친구가 그래도 알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수술 일자가 정해지며 알렸더니 바로 전화 와서 울먹거리던 친구, 원래 정말 씩씩한 친구인데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스쳐 지나갔었나 봐요. 중학교 때부터 봤던 씩씩한 친구가 그렇게 우는 걸 보니 저도 눈물이 막 났었던 거 같아요. 통화하면서 수술 전 건강 잘 챙기라던 짧은 한마디가 위로가 많이 되었습니다.진짜 내 사람에게 받는 위로는 대단한 문장이 아니더라도 크게 와닿으며 주변에이런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했어요.

저는 처음 진단을 받으며 최소한의 사람들에게만 알리고 싶었었고, 위로 받으면 오히려 마음이 더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주변에서 받은 위로에 마음을 많이 치유해서 사람은 역시 혼자 살지 못하는 걸 다시 공부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회사에서 만난 친구는 입원일이 정해지니까 갑자기 뭘 바리바리 가져줬는데 갑상선암 입원 준비물을 따로 검색해서 필요한 것들 사서 한가득 저에게 줬어요. 일부러 시간을 내서 검색하고 직접 물건 고르는 수고로움이 있었을 텐데도 수고는 하나도 없었다는 듯이 무심히 건네는 친구 때문에 왈칵 눈물이 나려고 했는데 친구 앞에서는 꾹꾹 참았어요. 저도 따로 입원 준비물 챙기고 있었는데 진짜 제가 딱 빼놓은 것들만 쏙쏙 한 보따리 선물해 주는 친구의 센스에 찐 감동, 같은 팀에 계셨던 과장님도 휴직 전 마지막 출근에 가습기 선물해 주시면서 잘 다녀오라는 짧은 손 편지까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 건 정말 감사한 일인 거 같아요.

아프면서 예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감사할 줄 아는 좀 더 나은사람이 되고 있는 거 같아요.

이건 제가 따로 검색하다가 만든 체크리스트인데 환자와 보호자용 따로 만들었어요. 저는 수술 후 요양원도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요양원 짐도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이 리스트는 진짜 기본만 넣어둔 거라 참고만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리스트에는 없지만 가져가서 편했다 제품들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1. 압축 수건

2. 미니 가습기

3. 온열 목 마스크

4. 텀블러(손잡이 있는 걸로)

5. 니플패치(여성분들)

6. 아이스팩

이렇게 5가지는 개인적인 기준으로 진짜 좋았어요. 압축 수건은 많은 짐에 수건까지 더해지면 부피가 엄청나게 커져서 스트레스인데 공간 차지하지 않고 많이 챙겨갈 수 있고 다시 챙겨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좋았고, 가습기는 수술 전후로 목 상태가 정말 안 좋아져서 습도 조절해 주는 물품은 필수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온열 마스크는 수술 전 목 따가움 현상이 저는 굉장히 심했는데 목 마스크 착용하고 물 많이 마시니까 그나마 좀 덜한 느낌이라 유용하게 진짜 많이 사용했어요. 텀블러는 진짜 필수템입니다. 수술 전후로 물 많이 마셔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손잡이 없는 제품 사용하게 되면 다니면서 사용하기 매우 불편했을 것 같아요. 니플패치는 속옷 착용이 불편할까봐 가져갔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여성 분들에게는 꼭 추천드려요. 그리고 아이스팩은 수술 후 붓거나 화끈거리는 부분이 있을 때 쓰면 정말 좋아요. 저는 여름철에 수술해서 더 유용하게 사용했어요.


수술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글을 작성하니 뭔가 더 알려드리고 공유하고 싶은데 충분했는지 모르겠어요. 수술 전 시간이 정말 더디게 갔는데 수술 후 일상에 복귀하면 바쁠떄가 많아서 제가 암 환자라는 걸 잊어버리고 사는 하루들도 많아요. 이 글을 보시는 모든 환우분들은 전부 다 너무 고생 많으시고 유리멘탈인 저도 잘 이겨내고 있으니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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