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 경험 공유

#9 몸과 마음이 함께 회복되야 한다는 깨달음_은지는출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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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는출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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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술 후 1년이 지난 지금, 저의 솔직한 감정을 담담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처음 갑상선 질환 진단을 받았을 때, 몸보다 마음이 더 무너졌던 것 같아요. ‘왜 하필 나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진단 자체가 너무 큰 충격이었어요. 그 순간부터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내 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고 있다는 현실이 낯설게 느껴졌어요.

암 판정, 병원 전원, 수술 날짜 결정까지 모든 과정이 제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었고, 정신적인 부분은 돌볼 틈도 없이 몸의 회복에 먼저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어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입원하고, 수술을 기다리는 그 모든 시간이 현실감 없이 지나갔고, 저는 그저 따라가는 입장이었습니다. 수술 후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 진짜 회복을 시작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는 오히려 마음의 회복이 더 절실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암이라는 게 단순히 수술로 제거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아니었기에, 불안과 걱정은 오히려 조금 더 늦게, 조용히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저는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억지로 웃고 괜찮은 척하는 게 진정한 긍정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감정을 숨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올라올 때는 억누르지 않고 스스로에게 ‘지금 이 감정도 괜찮아’라고 말해주었고, 그렇게 마음을 달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갔습니다. 어쩌면 그 과정이 진짜 회복의 시작이었는지도 몰라요.

운동도 처음엔 가벼운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점점 늘려갔고, 가끔 저녁에는 시간을 내어 조용한 길거리를 걷는 시간은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해주는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취미 생활도 다시 시작했고, 책도 읽고 지금처럼 글을 쓰며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일상을 회복해가는 과정은 더딜 수는 있어도, 분명한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괜찮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게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그 말이 진심이 되어 마음이 차분해지고 몸도 점점 가벼워졌습니다. 매일 하루에 한 번이라도 천천히 숨을 쉬고, 내 안의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큰 힘이 되었어요. 아프기 전에는 왜 그렇게 바쁘게만 살았는지, 왜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미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진심으로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경험을 한 분들과의 교류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술을 준비 중인 분들, 회복 중인 환우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현실적인 정보와 함께 깊은 공감도 얻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고, 그 덕분에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많이 줄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받았던 따뜻한 위로를 누군가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몸도 잘 회복되고 있고, 마음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갑상선 질환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어요. 여전히 치료는 진행 중이지만, 예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프면서 확신하게 된 건 몸과 마음은 반드시 함께 회복되어야 한다는 거에요. 마음이 평화롭지 않으면 몸도 온전히 회복되기 어렵다는 걸 저는 분명히 체험했습니다.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말이 단순히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나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살아가기 위한 기술이라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지금 저처럼 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분명히 이겨낼 수 있어요. 몸과 마음이 함께 회복되는 그날까지, 자신을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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