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 경험 공유

#1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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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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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두달 앞둔 날,

예비 신랑이 갑상선 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암 선고를 받으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더군요,,

암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사실 저는 공황장애가 심해서 몇년간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가 이제 좀 나아서 사회에 적응하고 있었는데 왜 이런 시련을 주는건지.. 하늘이 나를 괴롭히려고 작정하셨나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좋은 소식은 숨겨도 병은 널리 알리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나서 주변에 갑상선 암이라고 알리니 다들 가볍게 여기더라구요. 갑상선 암은 암도 아니라면서....

하.. 그게 위로일까요.

지인들의 응원이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반감만 들었습니다.

그냥 같이 아파해준 친구의 위로가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예랑이만큼 힘들었겠냐마는

축 쳐져있는 그에게 힘 주고 싶어서 괜찮은 척하는 게 오히려 더 힘쓰였던 것 같아요.

저도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감정이 요동쳤지만

그냥 하루하루 버티듯 지내왔습니다.

그와 같이 병원을 다니다보니 아픈 분들을 참 많이 뵈면서 슬픈 감정에서 좀 벗어날 수 있었어요.

나한테만 오는 시련이 아니라,

생로병사인 인생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전화위복이랬지요.

아직 젊은데 기회가 있겠지, 더 건강한 미래를 살아가면 되겠지,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생각이 들어서 슬픔에서 빠져나와 열심히 갑상선 암에 관련 정보를 찾았습니다.

암 관련 책도 읽고, 관련 영상도 찾아보면서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갑상선 암에 대해서 알아가다보니 배달 음식이 담겨오는 일회용 용기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과 컵라면에서 나오는 환경 호르몬이 몸에 들어가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착각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여성 질병으로 유명한 갑상선 암이 요즘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 때부터 배달 음식은 줄이고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를 해먹다보니 입맛이 차츰차츰 바뀌면서 건강식을 선호하게 되더라구요.

​​

암 선고 이후 회복까지 1년동안 참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에는 암 환우를 위한 인터뷰를 보면 눈물부터 차올랐는데, 이제는 덤덤하게 다가오네요,,ㅎㅎ

그 당시에는 죽을 것 같이 힘들었어도, 그 시간을 지나고나면 마음의 근육이 더 단단해 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힘드신 상황에서 이겨내란 소리는 못 하겠습니다. 이겨낼 힘도 없으실 것 잘 압니다.

그냥 하루하루 버텨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 하루를 이 악물고 버티기보다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며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어요.

곧 빛이 보일테니,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벼텨내다보면 어느덧 숨통 트일 날이 올테니까요.

그리고 쉽지 않으실테지만,

사소한 것에 웃고, 기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눈물로 지새울 밤이 많으시겠지만

어떻게든 흘러가는 시간일테니

기분 좋은 에너지로 가득 채우다보면 암이란 녀석이 수그러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거운 일일 수록 가볍게 여겨야한다는 시어머님의 말씀이 계속 떠오르네요,,ㅎㅎ

저도 아직 불안합니다.

예랑이는 수술한지 6개월 후에 다시 암이 발견되어 재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어쩌면 암은 평생을 다뤄야하는 존재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CT에서 발견할 수 없는 암이 어딘가에 존재하겠죠..

그리고 제 몸 어딘가에서도 암 세포가 면역력이 약해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잠복해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불안해하고 걱정하면 오히려 더 건강은 악화될 뿐입니다.

좋은 것 먹고, 좋은 것 보고, 좋은 공기 마시고, 좋은 생각을 하다보면 암 세포가 제풀에 지쳐 사라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더욱 건강한 삶을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보호자 입장이었기에,

환우분들의 마음의 십분의 일도 모를수도 있습니다만

보호자분들도 환우분 못지 않게 심란하실 겁니다.

사랑은 함께 짐을 나누어지는 거라 했습니다.

보호자의 역할이 참 중요합니다.

혼란스러우신 환우분들이 표현할 겨를이 없으시겠지만 옆에서 지켜봐주시는 보호자분들께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느끼실 겁니다.

그러니 보호자 분들 그럴 때 일수록 더 잘 챙겨먹고, 나만의 시간도 가지면서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힐오(Heal-O) 플랫폼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 케어랩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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