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췌장암.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예후가 좋지 않아 이같은 악명이 붙었다. 췌장암은 진단이 어려워 진단되면 이미 말기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1년 이상 생존율은 25%, 10년 생존율은 5%에 불과하다.
그런데 췌장암 관련 변이유전자를 갖고 있거나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췌장암 고위험군은 매년 검사를 받을 경우 췌장암을 완치할 수 있는 조기에 발견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에서 췌장암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마이클 고긴스 박사 연구팀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임상 종양학회(ASCO) 학술지 '임상 종양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에 발표됐고 미국 건강매체 '헬스데이(HealthDay)'가 분석해 보도했다.
연구팀은 2014년부터 존스홉킨스대 병원과 다른 7개 의료기관의 췌장암 검사 프로그램에 등록된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 중 거의 절반은 췌장암 관련 변이유전자를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는 매우 강력한 췌장암 가족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부모·형제·자녀 등 1차 관계 가족 중 1명, 이복 형제자매·조부모·외조부모·삼촌·고모·이모·조카 등 2차 관계 친족 중 1명 등 총 2명 이상의 췌장암 가족력이 있었다. 이들 중 9명이 매년 검사를 통해 췌장암이 진단됐다. 그중 7명은 암 종양이 췌장에 국한돼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1기 췌장암이었다.
생존 기간 확인에는 이미 1998년부터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 매년 검사를 받았던 고위험군 환자들이 추가로 포함돼 모두 19명이 대상이 되었다. 이들 가운데 73%가 진단 후 5년까지 생존했고 평균 생존 기간은 10년이 조금 못 되었다. 이는 5년까지 생존해 있던 환자들은 절반이 더 살았고 절반은 그 후 일찍 사망했다는 의미다.
췌장암 검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중도에 탈락한 환자들은 대부분 암세포가 전이된 뒤 진단됐고 평균 생존 기간은 1.5년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췌장암 고위험군이라고 해도 검사를 확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현실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시경 초음파 검사는 어디서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검사에서 나타난 영상을 해석하는 데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환자로서는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췌장암은 비교적 드문 암(미국의 경우 모든 암의 3%)인 만큼 진단 검사의 비용 효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연구에서도 5명이 진단 검사에서 췌장암 병변이 의심돼 수술을 받았으나 암 종양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