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국내 여성 암 중 가장 흔한 암이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7년 새로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 환자는 2만 2300명(남성은 95명)으로, 전체 여성암의 20.3%를 차지했다. 이처럼 많이 발생하는 병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아름다움과 직결된 유방에 생긴다는 점에서 심리적 공포감도 큰 병이다. 그렇다 보니 유방암과 관련된 속설도 많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강영준 교수는 “유방암은 여성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대표적인 여성암으로,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라며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또 조기 치료하면 완치율 역시 높은 암이므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현혹되기보다는 정기 검진 등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짚어본 다양한 유방암에 대한 속설을 살펴본다.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유방암이 더 잘 생기나? No!
과거 브래지어가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근거한 속설이다. 미국 인류학자 시드니 로즈싱거는 1995년 자신의 저서 ‘입으면 죽는다’에서 매일 12시간 이상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여성의 유방암 발생 위험이 11% 더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암학회는 2007년 이 주장을 ‘루머’로 분류했다. 미국암학회는 브래지어가 림프 기관을 압박해 독소가 축적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고 통계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브래지어 착용이 겨드랑이 부위의 림프 기관을 누를 수는 있지만 벗으면 금방 회복된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브래지어 착용이나 시간, 시기가 유방암 발생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콩과 두부가 유방암에 안 좋다는데? No!
콩에 대한 부정적인 속설은 콩이 가진 ‘식물성 에스트로겐’ 때문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인체 에스트로겐과 경쟁해 마치 항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먼저 차지하며 인체의 에스트로겐이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인체의 에스트로겐은 유선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오히려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체의 에스트로겐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콩과 콩으로 만드는 두유, 두부 등이 유방암을 높인다는 속설은 틀릴 가능성이 더 높다.
모유 수유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정말 낮추나? Yes!
모유 수유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건 맞는 얘기다. 모유 수유에 관한 연구는 임신과 연관돼 있어 완전히 이를 배제한 연구는 어렵지만 모유 수유를 했을 때 유방암의 발생 위험률을 약 10% 정도 낮추고 수유 기간이 길수록 발생 위험을 더 낮춘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모유 수유를 한다고 해서 유방암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뜻은 아니다. 모유 수유가 유방암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순 있지만 유방암의 발병을 억제하는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슴 성형 보형물이 유방암 위험을 높이나? No!
보형물을 삽입하는 유방 확대 수술이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유방 보형물을 삽입한 여성과 아닌 여성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유방암 발생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혀졌다. 다만 지방이식이나 필러 주사를 맞아 확대를 한 경우 유방 촬영이나 초음파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워 유방암 진단이 늦어질 가능성은 있다.
유방암은 가족력이 있으면 특히 위험하다고 하던데? So-So!
유방암은 여성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유방암 중에는 부모로부터 암 유전자를 물려받아 선천적으로 암에 취약한 유전성 유방암이 있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10%를 차지한다. 미국은 이보다 많은 12% 정도가 유전성이다. 암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두 암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암 발병 확률이 높을 뿐이다. 암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유방암은 60~80%, 난소암은 20~40%까지 발병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암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유방암은 20~40%, 난소암은 60~80%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유전성 유방암과 일반 유방암은 예후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전문가와 상담하에 예방적 치료나 적극적인 검사를 기본으로 좋은 식습관,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해소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잘 관리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