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률은 10만명당 44.5명으로 세계에서 2위로 꼽힌다. 44명이 넘는 숫자도 무섭지만 세계 2위라는 숫자도 너무 높게 느껴진다.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WHO IARC)가 2018년 186개국의 암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그런데 더 놀라운 숫자가 있다. 발생 대비 사망률은 186위로 세계 최저다. 그러니까 한국은 대장암 치료를 가장 잘하는 나라인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그 원인은 국가암검진 수검률이 높아졌고, 말기암 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고, 대장암 의사들의 수술 기술이 표준화 되어있으며, 새로운 항암제 등 대장암 관련 약제가 크게 향상된 덕분이라고 말한다.
국림암센터의 주요 암 5년 생존율 자료에 따르면 대장암 생존율은 1993~1995년 54.8%에서 2012~2016년 75.9%로 향상됐다.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0~4기로 나뉘는 환자 중 0~2기의 비중이 커지고 3~4기 환자의 비중은 낮아졌다. 1995~1999년과 2010~2014년을 비교하면 0~2기 환자는 41.2%에서 54.2%로 늘었지만, 3기 환자는 31.2%에서 25.2%로 줄었고, 4기 환자는 27.6%에서 20.5%로 줄었다. 암이 조기 발견되고 일찍 치료됨으로써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고 5년 생존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김희철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에는 4기 대장암 환자라도 수술 치료를 받으며 완치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며 “암치료로 크기를 줄인 뒤, 간은 고주파로 치료하고 대장은 절제하는 등 다양하게 전이된 병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시도돼 생존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조기진단도 늘었지만 말기암 환자도 적극적으로 고도의 기술을 갖춘 의료진의 수술을 받고 치료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평가다. 1980년대에는 5FU가 유일한 대장암 항암제였지만 1990년대 옥살리플라틴과 이리노테칸이라는 항암제가 나왔고 최근에는 표적 항암제가 확대 적용되고 있다. 암세포로 가는 혈액공급을 차단하는 베바시주맙 제제, 암세포 분열을 막는 세툭시맙 제제, 혈관 생성이나 종양 관련 효소를 억제하는 레고라페닙 등이 있다. 이러한 표적치료제를 환자의 특성에 맞춰 활용함으로써 환자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고 대장암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장암 완치 경험을 갖고 있는 한 언론인은 “적극적인 치료와 훌륭한 의료시설과 함께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을 바꿔가는 대안치료 방법들도 많이 개발 및 소개되고 있다”며 “치료에 그치지 말고 재발을 막고 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의 건강한 생활방식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암은 극복 불가능한 병에서 관리할 수 있는 병으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