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대장암 수술을 받으면 수술 6~8시간 전부터 수술 후 1~2일까지 금식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으면 금식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 2시간 전부터 수술 4시간 후까지만 굶으면 된다. 2017년 도입된 수술 후 조기회복 프로그램 ‘이라스(ERAS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덕분이다. 대장암 환자의 수술 전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적절한 영양 섭취와 대장 기능손실의 최소화, 신체의 항상성 유지로 합병증을 막을 수 있도록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간호사, 영양사, 약사, 운동 치료사 등이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다. 대장암 수술을 받는 환자는 수술 2시간 전까지 병원에서 제공하는 탄수화물 등 영양 성분 보충음료를 복용한다. 단백질, 무기질, 오메가3 등이 들어 있는 영양음료는 장 청소(관장) 후 균형이 깨진 장내 세균 조성의 정상화를 촉진한다. 수술 후 금식 시간도 크게 단축했다. 수술 4시간이 지나면 물과 탄수화물 보충음료, 영양음료를 마실 수 있고, 수술 다음 날부터 죽을 먹는다. 보통 대장암 수술을 하면 방귀가 나와 장 운동이 정상화됐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1~2일 금식을 한다. 물도 마시지 못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수술 중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환자의 장 운동을 촉진하기 위해 조기에 음식을 섭취하도록 한다. 덕분에 대장암 수술 후 입원 기간이 3~5일로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탄력적 금식을 포함한 ‘이라스’ 프로그램은 사실상 수술 1주일 전부터 가동된다. 환자는 외래 진료를 통해 인바디 검사를 받고 체성분, 영양상태, 전신 상태를 점검한다.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기 위한 식사 안내를 받고 재활의학과 의사의 조언을 받아 스트레칭, 걷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환자는 수술 이틀 전 입원하고, 수술 2시간 전까지 탄수화물, 영양보충 음료를 마신다.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인규 교수는 “이라스 프로그램은 수술 전후 환자의 적절한 영양 섭취와 운동을 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수술로 발생할 장의 기능 손실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라며 “탄수화물 보충음료는 섭취 후 2시간이 지나면 위에 거의 남아있지 않아 수술과 마취에 영향을 주지 않고, 수술 후 올라가는 인슐린 저항성도 떨어뜨려 합병증을 줄이고 수술로 인한 감염 반응을 낮춰 빠른 회복을 돕는다”고 말했다.이라스 프로그램은 조기 퇴원, 합병증 감소라는 임상적 결과 뿐 아니라 수술 후 염증반응 감소, 면역력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 병원 배정훈 교수(교신저자 이인규 교수)는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2021 국제학술대회에서 ‘대장암 수술 후 ERAS 프로그램의 시행과 향상: 임상적인 결과 향상에 있어 핵심요소인 ERAS 순응도’라는 주제의 발표로 Best Oral Presentation 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