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에 발견된 대장암은 림프절 전이 여부가 모호한 경우라도 수술 대신 내시경절제술을 하는 것이 환자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변정식·양동훈 교수팀(소화기내과)은 2011년 1월~2016년 12월 사이의 림프절 전이 여부가 모호한 조기 대장암 환자 중 내시경절제술을 먼저 시도한 환자 464명과 곧바로 수술을 받은 환자 388명을 5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암이 재발하지 않고 생존하는 ‘5년 무재발 생존율’이 내시경절제술을 먼저 한 그룹은 98.5%, 바로 수술을 시행한 그룹은 97%인 것으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 암 재발 사망률은 내시경절제술 환자들에서 약 1%(464명 중 4명), 수술 환자들에서 약 0.6%(388명 중 3명)인 것으로 나타나 역시 차이가 거의 없었다. 조기에 발견된 대장암 내시경절제술은 항문으로 내시경을 넣어 암을 절제하기 때문에 시술 후 통증이 거의 없고, 배변 습관의 변화나 다른 합병증이 적다. 다만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에만 내시경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며 이미 림프절 전이가 동반되었다면 추후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조기 대장암이 림프절까지 전이됐는지 정확히 진단하기 어려워 먼저 내시경절제술로 전이 여부를 판단해 추가적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 내시경절제술을 먼저 하면 치료 시기가 늦어지고 암 조직을 건드리면서 오히려 암 재발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림프절 전이가 모호한 경우라도 우선 내시경절제술부터 시도해보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안전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변정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교수(소화기내과)는 “이번 연구는 조기 대장암 환자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서울아산병원 내 외과 의료진이 긴밀하게 협력해 치료 방향을 결정해온 성과”라며 “내시경절제술 후 수술한 경우에도 처음부터 수술한 경우와 비교해 비슷한 치료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대장항문외과 의료진과의 긴밀한 협력 시스템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교수(대장항문외과)는 “조기 대장암 치료를 위해선 소화기내과와 대장항문외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고, 나아가 진행된 대장암의 경우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분야 의료진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면서 “소화기내과-대장항문외과 당일 진료의뢰 및 다학제 통합 진료 시스템 등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대장암 환자들을 치료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내시경 분야의 최고 국제학술지인 ‘위장관내시경’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