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주로 하는 남성은 대장암 발생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지혜 경희대 연구원 연구팀은 하와이와 LA지역에서 모집한 45~75세 사이 남성과 여성 각각 7만9952명과 9만3475명(평균연령 남성 60세, 여성 59세)을 평균 19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건강한 채식 식단'과 남성 대장암 발병 간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채식 위주 식단이 남성의 대장암 발병 위험을 최대 22%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J Medicin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식단에 등장하는 음식물을 ‘건강한 식물성 식품’과 ‘덜 건강한 식물성 식품’, ‘동물성 식품’으로 나눴다. '건강한 식물성 식품'에는 곡물, 과일, 채소, 견과류, 콩, 차 등이 포함됐다. 정제된 곡물이나 과일 주스와 같이 가공을 거친 식물성 식품은 '덜 건강한 식물성 식품'으로 판단했으며 계란, 해산물, 고기 등은 '동물성 식품'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각 음식물을 섭취하는 빈도와 섭취량을 조사했다. 섭취 빈도는 ‘하루에 두 번 이상’부터 ‘결코 혹은 전혀 먹지 않는다’까지 3단계의 선택지가 제시됐다. 일부 음료에 대해선 ‘하루에 네 번 이상 섭취한다’는 선택지까지 제시됐다. 섭취량은 하루 섭취한 총 칼로리 중 1000칼로리당 각 음식물이 차지하는 칼로리 비율을 계산해 5단계로 나누어 산정했다. 섭취 빈도와 섭취량을 종합해 조사 대상자들의 각 식단별 섭취 습관의 등급을 매겨 분석한 결과, 건강한 식물성 식생활 습관 종합 지수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남성은 조사 기간 중 대장암 발병 확률이 0.74~0.81% 수준이었다. 건강하지 못한 식물성 식생활 습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남성들의 대장암 발병률은 1.02~1.24%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식물성 식단이 대장암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이유로 식이섬유 폴리페놀 및 항산화 작용을 하는 카로티노이드 등의 충분한 섭취를 꼽았다. 예를 들어 식이섬유는 미생물 발효를 통해 암세포가 침투할 수 있는 체내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에선 여성의 경우 식물성 생활 습관이 대장암 발병 확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조사 결과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식물성 식품을 더 많이 섭취하고 동물성 식품을 덜 섭취한다”며 “여성은 이미 식물성 식단이 주는 건강상 이점을 얻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