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가이드 ∙ 간암/담관암

간암 수술 후 5년 지나 남은 인생은 덤, 재밌게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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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오 케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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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
59세에 간암 진단받은 환자의 생존 사투기. 35% 생존율에 '5년만 더 살자'는 각오로 재산을 모두 아내에게 넘기고 인생을 5년 단위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수술 후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덤으로 얻은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자 합니다. 정신 건강의 중요성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재발 방지에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어느 한 환우의 이야기


주변의 어떤 환자 분들은 정말 힘들게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통화를 할 때마다 위로의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결국 꺼내는 한 마디는 "힘내세요!”입니다. 제 아내는 우리 신혼 초에 50대 초반이었던 저의 두 형님이 돌아가시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식도정맥류였던 큰 형님은 지혈이 안되어서, 둘째 형님은 간경변 말기로 긴 투병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당시 서른도 안 되었던 저에게 아내는 “당신도 마지막엔 저렇게 되겠구나"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미 그 때 아내는 제가 어떻게 될지 이미 예견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해도 B형간염 보유자는 환갑을 못 넘겼기 때문에 저 역시도 ‘내가 환갑을 넘길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당시 내 인생의 목표는 환갑까지 재미있게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사는 것이었습니다. 짧지만 굵게 살자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 1995년부터는 매년 세 번씩 아이들까지 데리고 비행기 비즈니스석으로 해외 여행을 다녔습니다. 결국 59세를 못 넘기고 간암이 발병해 수술을 했는데, 그래도 환갑은 넘겼습니다. 간암 발병 당시 자료를 찾아 보니까 5년 생존율이 35%였습니다. ‘앞으로 5년만 더 재미있게 살자’고 마음 먹고 가지고 있던 비상금을 몽땅 아내에게 주고 집도 아내 명의로 넘겼기 때문에 지금 저는 빈털털이입니다. 간암 치료를 받고 있을 때 아내는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학교 때 은사님이 말기암으로 돌아가시기 3개월 전 집에서 예쁜 드레스를 입고 주변 친구, 지인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했대요.” 아내도 내게 '아름다운 죽음을 생각하고 있으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처음 간암 진단을 받을 때 생존율 35% 정도라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지요. 저는 항상 마음으로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이면 절제 수술을 받은 지 5년이 됩니다. 엊그제 아내는 “당신은 재발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군요. 아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겠지요.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저는 5년 단위로 인생을 끊어 살려고 합니다. 올해가 지나면 그 5년이 한 번 지나갑니다.



환갑이 넘어 사는 제 인생은 덤으로 사는 것이라서 재미 있게 살려고 합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도 항상 재발의 위험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 간암 환우들은 아프지 않은 분들보다는 평균 수명이 짧은 게 사실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간암 수술 후 오래 사신 분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수명이 점점 늘고 있고 간암 치료 후 60세를 넘긴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젊은 분들이 갑자기 발병하여 크게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간은 참 신비로운 장기입니다. 간을 잘라내더라도 30%만 있으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암이 발병하면 암세포는 혈관이나 림프절을 통해 우리 몸을 돌아 다니고,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져서 다시 세포분열을 하면 재발, 전이라고 한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은 정신 건강인 것 같습니다. 환우분들 중에 말기인데도 건강한 사람처럼 생활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들과 얘기를 해보면 한결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B형간염 보유자들은 성격이 예민하고 좀 신경질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간암 발병까지 한 분들은 더 예민합니다. 이것을 이겨내려면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고 누군가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부처님처럼 넒은 마음으로 살도록 본인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앙 생활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 또 다짐합니다. 우리집 마당을 보면서 항상 생각합니다. ‘올해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구나’ 하면서요.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한 번 힘을 내어 이겨봅시다.

출처 : 암 전문 언론 캔서앤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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